11년 연속 투표율 미달 기록한 총학회장 선거에도 ‘악영향’

이경환 총학생회장 제명에 학생들 전원사퇴 요구하는 등 불신 최고조

▲ 서울대 총학생회에 대한 신뢰도가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총학선거 당시 게시물.

[한국대학신문 이우희 기자] 학생들의 권리를 위해 싸우고 사회적인 현안에도 제 목소리를 내야할 서울대 총학생회의 신뢰도가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최근 서울대 총학생회장이 학사경고 누적으로 사실상 영구 제명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학생들은 총학생회 전원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총학생회 선거가 매년 투표율 미달로 연장투표를 실시해 온 점을 감안하면 이번 사태는 차기 서울대 총학생회장 선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30일 서울대 학내 게시판에는 이경환 총학생회장이 지난 1일 제명됐다는 사실이 알려진 후, 집행부 동반사퇴를 요구하는 공동자보가 게재됐다. 재학생 123명이 서명한 자보에서 학생들은 "총학생회장과 부총학생회장, 중앙집행위원장은 사실을 알고도 이를 고의로 숨기려고 했다"며 총학생회장 제명 소식이 외부 언론을 통해 먼저 알려진 점에 대한 강한 불만과 의혹을 제기했다.

총학생회의 운영 전반에 관한 불신도 드러냈다. 공동자보에서 학생들은 "5월 13일부터 총학생회장단이 매달 활동비 명목으로 받은 10만∼15만원은 총학생회 사상 유례가 없는 것"이라며 "어떤 근거로 학생회비를 매달 모두 40만원씩 개인적 용도로 사용하느냐"고 해명을 요구했다. 또한 "총학생회장의 이름으로 들어가는 본부와의 많은 협상 테이블에서 총학생회장이 9월 1일자로 모두 배제됐다"며 "다음은 총학생회의 대표성 부정이 될지 아무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 오는 11월 선거 전까지 단과대학생회장연석회의가 총학 대행 = 실제 학칙에 따라 이씨의 제명은 9월 1일자로 이뤄졌지만, 이씨는 이를 모르고 지난 24일에도 전체학생대표자회의를 진행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씨는 언론을 통해 “학교 측이 ‘10월 1일자로 제명처분이 내려진다’는 통지를 보내와 그때까진 학생 신분을 유지하는 줄 알았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았다. 학우들에게 먼저 알리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이씨는 “민망함에 부모님께도 말씀드리지 못했다”며 미안해했다.

이씨는 1학점짜리 ‘수영’ 수업에서 ‘F’학점을 받아 학사경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씨가 앞서 네 번의 학사경고를 받아 2008년 서울대에서 제적됐다가 이듬해 재입학했다는 점이다. 재입학은 한 번만 허용하기 때문에 이씨는 사실상 영구 제적된 셈이다. 서울대 학칙에 따르면 제적됐다가 재입학한 학생이 또다시 학사경고를 두 차례 받으면 제명된다.

설상가상으로 부총학생회장도 학생회의 불신임을 받아 물러났다. 지난 28일 열린 총학생회운영위원회(총운위)에서 김예나 부총학생회장에 대한 사퇴권고안이 운영위원 12명 중 7명의 동의로 가결됐다. 김씨가 사퇴권고안 의결을 수용하고 물러남에 따라, 11월에 있을 총학생회 선거 전까지 총학생회 업무는 단과대학생회장으로 구성된 연석회의가 대신하게 된다.

■ 투표율 저조 감안하면 차기 총학생회장 선거도 '난항' 예상 = 하지만 총학생회 선거를 실시한다고 해도 차기 총학생회장 선출은 순조롭지 않을 전망이다. 서울대 총학생회 선거의 투표율 저조는 이미 만성적인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씨가 지난 4월 총학생회장에 선출된 것도 지난해 본 선거가 투표율 저조로 무산된 이후 실시한 재선거를 통해서였다. 재선거도 본투표에서 과반을 넘기지 못해 연장투표를 실시, 최종투표율 51.95%을 기록하면서 가까스로 당선을 확정지을 수 있었다. 당시 선관위는 투표 독려를 위해 투표자에게 장미꽃을 나눠주는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안간힘을 썼다.

더욱 심각한 점은 서울대 총학 선거가 지난 2003년 이후 지난해 선거까지 11년 연속 투표율 미달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에는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사상 처음으로 전자투표까지 도입하고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지만, 투표율은 전년도 27.8%보다 0.5%p 오르는 데 그쳤다. 연장투표까지 포함하면 최종 투표율은 31.6%로 절반에 크게 못 미쳐, 결국 당선자를 내지 못하고 재선거로 갔던 것이다. 이씨는 이 재선거에서 당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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