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자산 지원사업, LINC사업과 차별성·교육적 효과엔 의문도

[한국대학신문 이재 기자] #. 경남지역 한 사립대는 최근 바이오기술에 대한 연구노하우를 인근 기업에 이전시키고 이전료 수익을 거뒀다. 특정 기술이 아닌 연구노하우를 일괄적으로 기술이전시키는 것은 대학기술 이전의 한 단면이다. 이 대학에서 기술이전을 중개하는 한 기술거래사는 “기술이전 시 대학은 기업에 대해 '을'이다. 대학이 개발한 기술은 중소기업이 상용화하기는 너무 크고, 대기업이 상용화하기에는 너무 작다. 불일치가 심하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대학에 잠들어 있는 유휴기술을 상용화하는데 3년간 450억을 투자하는 ‘대학 창의적 자산 사업화 지원사업(창의자산 지원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내년 4월경 20개 대학을 선정해 대학당 7억 5000만원씩 지원해주는 사업이다. 이미 개발된 기술을 기업에 이전하기 위한 시장조사나 기술의 일부를 쪼개어 시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상용화하는 후속연구를 지원하는 것이 이 사업의 골자다.

대학가에서는 그간 기술사업화에 어려움을 겪는 애로점을 해소할 것이란 기대를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 사업이 교육부 사업임에도 학생교육 측면에 대한 배려가 없다는 점은 교육정책으로서 단점으로 꼽힌다.

■ 대학기술 대기업엔 쉽고 중소기업엔 어려워 ‘가성비 저조’= 대학의 기술을 상용화하는데 가장 큰 어려움은 단연 기업요구와의 불일치다. 그간 교육부는 산학협력선도대학(LINC) 육성사업 등을 추진하며 이 불일치를 해소하려 했지만 여전히 지방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한 기술적인 애로점은 해결되지 않고 있다.

불일치의 핵심은 규모다. 대학에서 개발하는 기술은 기술력이나 규모면에서 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과 다르다. 대학과 기업의 기술이전을 중개하는 기술거래사 A씨는 “대학이 개발한 기술을 기업이 이전 받아도 재차 상용화를 위한 후속연구를 진행해야 한다. 지방 중소기업은 이를 상용화해 시제품을 제작할 때까지의 재원과 인력을 투자할 여력이 없다”고 설명했다.

대기업 입장에서도 대학의 기술은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 동등한 수준의 연구개발을 대기업 내 연구소가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굳이 대학의 기술을 사오지 않아도 자체적인 기술력을 통해 애로기술을 해결할 수 있어 대학기술에 군침을 흘리지 않는다. 반대로 대기업이 어려움을 겪을 정도의 애로기술은 대학에서 해결하지 못한다.

이런 탓에 현재 대학의 기술과 특허는 ‘숙면’중이다. 2012년 기준 대학의 연구개발비는 5조 5510억원에 달하지만 기술료 수입은 580억원에 불과한 것이 단적인 예다. 기술이전건수도 개발된 1만 2482건 중 2431건에 불과하다. 5개 중 4개꼴로 기술은 사장된다.

지방의 대학원생 부족현상도 기술사업화를 어렵게 하는 원인이다. 기업이 원하는 기술연구를 개발할 인력이 이미 지역의 대학원에는 상존하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술을 개발해 포트폴리오를 작성할 수 없는 대학원생은 지역을 떠나 수도권으로 옮기고, 그 빈 자리를 계속 채우지 못하면서 지역대학의 기술력이 전반적인 하락추세에 놓였다는 것이 기술거래사들의 중언이다. 이 때문에 산업체가 몰린 공단지역과 인접한 대학에서도 기술이전 수익을 내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 기술거래시장 문제점 파악 ‘합격점’ 대학원생 문제도 인식= 교육부가 ‘황우여표 1호 정책’이라고 치켜세우는 이번 창의자산 지원사업은 현재 이 같은 대학가의 기술이전 애로점을 비교적 정확히 파악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 사업은 이미 개발된 기술의 상용화 후속연구에 예산을 투입할 계획으로 이 기술을 활용할 산업계와 연구개발 동향을 수집하고 분석하는 곳에도 지원된다. 대학이 보유한 기술과 특허 중 시장성이 높은 것을 선별해 시제품 제작까지 나서도록 한다는 계획도 담겼다.

또한 산학협력단 내 기획과 사업화 전문가를 배치하도록 지원하고 기술지주회사의 아이템 발굴과 개발에도 손을 뻗는다. 대학원생에게도 혜택이 있다. 대학원생 대상 산업체 문제해결 프로젝트를 지원해 기업의 애로기술과 경영·마케팅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을 쌓을 수 있다.

이번 사업은 교육부와 대학가의 기술이전 위기진단이 일치하고 있다. 최창익 교육부 산학협력과장은 “대학이 보유한 기술에 대해 기업이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기술이 상용화와 직접 연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의 요구에 맞게 다시 한번 다듬어야 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이 지점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대학원생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최 과장은 “연구에는 대학원생 석·박사생의 참여가 필수적”이라며 “이들의 생활과 연구를 보장할 수 있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 LINC 사업 두고 새 사업 추진 예산배정 가능할까= 우려는 있다.

유휴기술을 상용화하는데 치중하다보니 교육부 정책임에도 교육적인 측면이 도외시됐다. 교육부 측은 이 사업이 대학의 유휴기술에 초점을 맞춘 ‘마이크로 지원사업’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대학원생의 기술개발 참여와 상용화 과정에서 ‘기업가 정신’을 함양할 수 있다는 것이 교육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대학원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지원할지 또 기술사업화가 대학원생들에게 어떤 교육적 효과를 줄지는 아직 미지수다.

기존 LINC사업과의 차별성을 확보하는 것도 과제다. 그렇지 않으면 국회 심의 과정에서 예산을 삭감당할 여지도 있기 때문이다. 이미 2500억원이 LINC사업에 지원되고, 지난 7월 산학협력 중개센터를 개소한 상황에서 또다시 450억원을 투입해 창의자산 지원사업을 새로 진행하는 것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지를 두고 대학가에선 벌써부터까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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