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평가 다양화에 반감

“학령인구 감소 대응 정책과 학문단위별 평가는 별개”

[한국대학신문 이재 기자] 교육부는 대학구조개혁 평가기관을 다양화하자는 의견에 노골적인 반감을 표하고 있다. 대학구조개혁이 2023년으로 예측되는 학령인구 감소에 적극 대응해 진행돼야 하는데 민간에 위탁해 다양한 평가기관을 운영하면 이 같은 조치가 어렵다는 것이다.

학문 단위 평가는 대학구조개혁 평가와는 별개라는 입장이다. 이미 공학인증평가 등 학문 단위별 평가는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평가가 대학의 정원을 결정하는 구속력을 갖게 하는 것은 무리다. 학문 단위별 평가에 따라 학과정원을 조정하면 또다시 일방적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현재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 정책의 틀은 이주호-서남수 장관으로 이어지는 정책의 틀을 따르고 있다. 황우여 교육부 장관이 인사청문회 당시 도려내기식 대학구조개혁 정책에 반감을 표했지만 실제 정책에는 반영되지 못했다.

대학구조개혁은 서 전 장관이 세워뒀던 일정표에 준하여 진행되고 있다. 서 전 장관은 2004년 당시 교육인적자원부 차관보로 구조개혁 선도대학 지원사업과 누리사업 등을 추진한 바 있다. 대학가가 자율적인 평가를 내세우는 것에 반해 교육부가 느끼는 학령인구 감소의 위기감은 차원이 다르다.

교육부의 분석에 따르면 학령인구는 2023년 40만명 수준으로 떨어진다. 현재의 70% 수준이다. 대학의 30%가 문을 닫아야 한다는 이야기는 이 수치에 근거하고 있다. 이에 더해 대학이 문을 닫을 경우 발생할 지역경제의 공동화에 대한 위기감도 크다. 이미 폐교나 자진폐교로 문을 닫은 대학들 인근은 상가가 줄줄이 이전해 지역상권이 붕괴됐다. 교육부로서는 이 같은 지역경제 황폐화의 오명을 교육정책 실패로 뒤집어쓸 공산이 크다.

한 교육부 관계자는 “시장원리에 따른 대학구조개혁은 다시 말해 지역 고등교육 기반이 송두리째 무너지는 걸 지켜보자는 것이다. 정부부처로서 이를 좌시할 수 있겠나. 시장원리에 맡기라는 것은 지금 대학의 학벌이 고스란히 대학존폐와 연결되는 구조를 인정하라는 이야기다”고 말했다.

대학평가기관을 다양화해 민간에서 운영토록 하는 것에 대해 반감을 표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다. 민간기관들이 대학에 구조개혁을 강제할 권한이 없는 한 대학이 학령인구 감소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학들에 대한 교육부의 불신도 크다. 서 전 장관은 대학총장들과의 간담회에서 “대학이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어있는데 자정노력은 크게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오히려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진행하는 대학 기관인증평가를 교육부가 가져가려는 것이 아니냐는 예측도 있다. 서울의 한 사립대 기획처장은 “기관인증평가에서 연구부분을 제외한 교육부분만 차용해 제시된 것이 이번에 공개된 평가초안”이라며 “이렇게 되면 3년 주기 대교협의 기관인증평가가 유명무실해지고 사실상 교육부가 기관인증평가를 대신하게 되는 것이다. 주기도 1년이라 더 소급력이 강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다만 이 정책기조가 얼마나 유지될지는 미지수다. 황 장관이 대학과 접촉을 늘리려고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 한 사립대 기획처장은 “황 장관이 총장과 보직교수들의 의견을 더 많이 듣겠다는 의사를 피력하고 있다. 교육부 외곽에서 네거티브 방식의 평가가 개선돼야 한다는 분위기를 조성해달라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대교협 관계자는 “황 장관이 가지고 있는 생각이 무엇인지 읽히지 않는다. 대학구조개혁 정책이 바뀌긴 할텐데 이미 내년도 평가안이 확정된 격 아니냐. 2년 뒤 평가안을 새롭게 마련한다고 해도 정권의 임기말이라 효과가 있겠느냐”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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