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대, 고등직업교육기관 명분 살려야

 

▲ 글로벌 인력 양성 부문에서 우수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는 대구보건대학 간호학과 학생들.

각 대학에서 해외 산업체 발굴 가능한 인력 수급 필요

[한국대학신문 양지원 기자]전문대학이 세계로 뻗어나가기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지난 6월, 특성화 사업의 일환인 세계로 프로젝트가 전문대학생 해외 진출 기회 증진에 박차를 가하면서, 더 넓은 세상에 눈 을 돌리게 했다. 바늘구멍 뚫기같은 국내 취업시장의 한계를 넘어 전문대학은 대학별 전공의 특수성과 전문성을 살려 해외 산업체에 문을 두드리고 있다. 고등직업교육기관으로서 대학들은 단순 기능인 양성과는 차별화된 글로벌 인재 배출을 위해 체계화된 프로그램과 시스템 갖추기에 바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부정책 활성화에 힘입어 글로벌 무대 진출 기회 확대…“10억 예산 증액” =교육부는 올해 들어 유럽을 주축으로 세계 여러 국가들과 직업교육 교류를 확대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MB정부 당시에도 교육역량강화사업을 시행하며 예산을 편성·배분, 사업에 선정된 전문대학들이 이 자금을 통해 해외 인턴십과 연수, 산업체 견학 등을 진행했다. 박근혜정부는 한발 더 진보해 정책 어젠다(Agenda)를 통해 직업교육에 더욱 무게감을 실어줬고, 그 결과 세계로 프로젝트와 같은 신(新)사업도 만들어졌다.

정진호 두원공과대학 국제교류센터 소장은 “정부가 전문대학 취업에 이렇게 관심 가진 게 처음”이라며 “그동안엔 사업에 지정된 대학들에 프로그램을 만들라고 지시하는 차원에 그쳤다면 이번엔 세계로 프로젝트와 같은 유일하고도 독립된 아이템(Item)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전문대학들은 정부 차원의 육성 기회를 적극 활용해 글로벌 역량 강화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박주희 삼육보건대학 산학기획처장은 “글로벌인재양성반을 운영 중이다. 스페셜 클래스(Special class) 개념으로, 현재 1·2학년 100명을 모집한 상태”라며 “특별전형을 통해 해외취업을 희망하는 수험생들을 선발하고 있는데, 해외에 영구적으로 생활터전을 갖고 전문직업인이 되고자 하는 학생들을 입학부터 적극적으로 키운다는 차원에서 기획한 것”이라고 말했다. 단기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역할로서의 대학이 아니라, 처음부터 글로벌한 삶에 대해 의지가 있는 학생들을 선발하고 키워서 해외에 정착시킨다는 목표다.

서영길 구미대학 국제교류센터 부교수는 “기존에 있던 GE4U 사업을 통해 글로벌 교육을 진행했다. 5년 장기 사업인 세계로 프로젝트에 선정되면서 이전보다 더욱 알차고 힘 있게 학생들을 지원해 줄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GE4U는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 주최의 K-Move 사업 가운데 하나로, 각 부처에서 산발적으로 추진되어 온 해외진출 프로그램을 통합해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재학생 보다는 졸업생 위주로 진행돼 세계로 프로젝트와는 차이가 있다.

세계로 프로젝트의 경우, 발표 당시에는 교육부 소관이었지만 내년부터는 고용노동부로 예산 운영이 이관되면서 교육부와 고용노동부 간 협업 체제로 바뀌게 된다. 교육부 전문대학정책과 최용하 사무관은 “내년 예산이 10억원 증액되면서 총 41억이 편성됐다”며 “각 전문대학들이 사업을 발굴해 나가기 때문에 고용노동부에서 유학기관 등을 중간에 두고 진행했던 방식과는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명분과 실리 모두 챙겨야…“비자 문제 등 해외취업 걸림돌 해결이 우선 과제” = 전문대학들이 글로벌 인재 양성의 목표를 괄목할 만한 성과로 이끌어 나가기 위해선 헤쳐 나가야 할 관문이 몇 개 있다. 이 가운데 관계자들이 가장 시급하다고 언급한 것은 바로 비자다.

권혁률 한국관광대학 산학협력처장(해외취업지원센터장)은 “호주는 1년 단위로 비자를 연장시킬 수 있다. 최대 3년까지 보장되며 홍콩은 2년까지”라며 “단기성이라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취업비자를 국가 정책으로 풀어주는 게 효율적이라 본다”고 말했다.

정진호 소장은 “각 나라마다 직업(Job)별 비자 종류가 다양한 만큼 접근 부분도 각기 다르다”며 “노하우(Know-how)가 있는 대학은 프라이드를 가지고 진행 하겠지만 잘 모르는 대학들은 어려움에 봉착한다”고 전했다.

박주희 처장도 “비자가 안 나와서 학생들 미국 취업을 못 시킨다. 비자 문제는 대학이 손댈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국가가 해결해야 한다”면서 “전문대학생들이 당당히 해외에 취업할 수 있는 여건과 분위기를 정부차원에서 만들어줘야 하는데 비자가 가장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교육부 관계자에 따르면, 미국 비자의 경우, 전문대교협 담당자가 영사관을 찾아가 신청하고 있다. 영사관이 요구하는 공문을 정식으로 만들어 직접 방문하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가하면 전문대학들은 해외 파트를 담당할 부서별 인력 수급의 어려움도 지적했다. 박주희 처장은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는 전담 부서와 인력이 학내에 있어야 하는데 인력이 부족하다”며 “인력 부재로 인해 에이전트(Agent)와 같은 중간업체를 끼고 하면 부실한 프로그램이 만들어질 위험이 크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정진호 소장은 “4년제가 각 언어권 국가별로 직원을 배치해 평균 30명 이상으로 글로벌 업무를 진행하고 있는데 반해 전문대학은 인력이 매우 부족한 실정”이라며 “이로 인해 해외 산업체 네트워크 형성이 취약하다. 심지어 학점 연계 과정을 시행하기엔 학제가 짧아, 4년제와 비교해 여러모로 입지가 제한적”이라고 토로했다.

몇몇 전문대학들은 세계로 프로젝트의 고용노동부 이관에 따른 당초 목적 변질에 대해 우려감을 표하기도 했다.  모 전문대학 산학단장은 “교육부 주관 세계로 프로젝트만의 이념과 목적이 있는데 고용노동부로 넘어가면서 대학이 교육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게 될까 걱정이 된다”며 “GE4U와 같은 사업들 역시 교육에 목적은 두고 있지만 아웃소싱 체제로 운영이 된다. 교육의 본질을 망각하고 단기적 성과에만 집착해 취업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 전문대학 산학단장은 “요즘은 학생들 눈높이도 높아져 후진국에서 단순 업무를 지원하는 취업 형태는 원하지 않는다”면서 “교육부와 고용노동부가 이 부분을 중점적으로 논의해 단순히 취업률 수치를 높이기 위한 단기적 성과에만 열 올리지 말고 교육자 입장에서 보다 장기적인 관점을 가지고 바라보아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교육부 전문대학정책과 최용하 사무관은 “교육부에서는 5년 장기 계획 프로젝트로 내놓은 사업인 만큼 이 취지에 맞춰 고용노동부와 논의를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사진=전문대교협 제공

[인터뷰] 윤찬영 전문대교협 대외협력부 부장

-글로벌 인재 양성 방안에 대한 기존 기대치와 현실 적용 간 괴리는 없는지.
“글로벌 인재 양성과 관련 교육부 관심은 워낙에도 많았다. 학생들은 선진국 쪽으로 취업을 희망하지만 비자 문제 장벽이 있었다. 워킹홀리데이를 제외하고 원래 비자 문제가 좀 까다롭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문대학생 대상 프로그램에 필요한 미국 J비자 발급이 안됐다. 지난 8월 이후 풀리긴 했지만, 선진국 고용 시장이 어려워 청년 실업 자체가 문제가 되다보니 취업 비자 제한이 많고 발급에도 매우 신중한 편이다. 선진국 쪽 해외 취업은 어렵고, 개발도상국 쪽은 근무조건이 학생들 눈높이에 맞지 않다.”

-전문대학가에서 비자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는데.
“4년제와 전문대학 간 비자 발급 차(差)가 있다. 국립국제교육원 진행 사업에는 전문대학생들의 참여율이 극히 저조한 편이다. 이 기관이 J비자 발급 등 비자 문제 해결을 잘하는데 문제는 어학실력 부족 등의 이유로 인해 전문대 참가율은 미미하다는 점이다. 지난해 영사로부터 전문대학은 직업기관이기 때문에 J비자 발급대상이 아니라는 공식 입장을 들었다. 올해 영사가 바뀌면서 조금 변화가 있긴 했지만 지난해의 경우, J비자는 학생들이 아카데믹(Academic)한 기관에서 공부하며 번외로 액티비티(Activity)하기 위한 용도이므로 전문대학생에겐 발급이 불가하다고 했다.”

-향후 개선이 필요한 사항들은.
“글로벌 현장학습은 그 범위를 넓혀 나가기 위해 지역 다변화를 추구해야 한다. 현재 독일, 핀란드 등 유럽 쪽으로 학생들을 내보내려 노력하고 있다. 해외 취업의 경우, ‘수요 약정형’ 산업체와 미리 교육 후 채용 등의 약속을 권장하고 있어 이게 정상적으로 진행되면 올해보다 좋은 성과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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