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훈 위원장의 ‘노인비하’ 발언 놓고 여야 말꼬투리 ‘공방’…증인들은 꾸벅꾸벅

[한국대학신문 이우희·손현경기자] 23일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교문위)의 국립대 및 국립대병원 국정감사가 의제와 상관없는 말씨름으로 1시간 이상 늦게 개회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서울대와 경북대, 부산대, 인천대 등 9개 대학 총장과 서울대병원, 부산대병원, 충남대병원 등 9개 대학병원장 등은 오전 10시부터 한 시간여 동안 맥없이 앉아서 여야의 정쟁을 지켜봤다. 이날 교문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약 일주일 만에 한 자리에 모였다.

파행은 이상일 새누리당 의원의 의사진행발언으로 시작됐다. 이 의원은 “설훈 위원장님은 지난주 한국콘텐츠진흥원 국감 말미에 윤종승(자니윤) 한국관광공사 상임감사에게 ‘79세시면 집에 가서 쉬셔야지 왜 일을 하려고 합니까’라고 발언하셨다”면서 유감표명을 촉구했다. 또한 “위원장님은 의사진행 발언을 여야에 공정하게 주지 않고 총론을 통해 교훈적 어조로 발언을 하는 등 편파적인 회의진행을 하고 있다”면서 시정을 요구했다.

설훈 위원장(새정치민주연합)은 “65세인 우리나라의 정년 제도에 비춰 증인의 나이가 지나치게 많다는 데 대해 대부분이 공감하고 있던 사항을 정리해서 말한 것일 뿐”이라며 “노인폄하로 몰아가는 행태를 그만두어야 한다”고 강변했다.

두 사람의 언성이 높아지자 여야 동료 의원들도 속속 설전에 참전했다. 유기홍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당시 위원회 내에서 끝낼 일을, 새누리당 권은희 대변인이 공식 논평을 내면서 문제가 커졌다”면서 “특히 여당은 돌아가신 전직 대통령을 모독하는 발언을 한데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포문을 돌렸다.

이에 서용교 의원(새누리당)은 “위원장님의 발언은 은퇴 이후에 제2의 인생설계를 준비하고 있는 많은 이들에게 실망감을 준다”고 지적하며 재차 사과를 요구했고, 설 위원장은 “정년이 넘으면 쉬셔야 한다는 의미로 말한 것일 뿐” 이라며 강하게 맞섰다.

▲ 23일 설훈 위원장이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교문위)의 국립대 및 국립대병원 국정감사에서 한선교 새누리당 의원이 "무슨 위원장이 저래"라며 자리를 박차고 나가자 "무슨 의원이 저래"하며 맞받았다.(사진:한명섭 기자)

한선교 의원(새누리당)은 “위원장님이 의사진행 발언을 다 듣고 마지막에 사과를 하던가 해야지, 건건이 화를 내시면 어떻게 하느냐”며 “무슨 위원장이 저래”라고 소리치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설 위원장은 즉시 국감장을 나서는 한 의원을 향해 “무슨 위원이 저래”라고 맞받아 쳤다.

이후에도 ‘초딩’ 수준의 말꼬투리 잡기는 한 시간 여나 이어졌다. 안민석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위원장님께서 그런 의사가 없었다고 이야기 하면 그 정도로 끝내야지, 이것을 정쟁으로 끌고 가겠다는 여당의 태도는 잘못”이라고 비난했다.

염동열(새누리당) 의원은 “외밭에서 나그네가 신발끈을 고쳐맨 것일 뿐 외밭을 건드릴 생각이 없었다고 해도 (밭주인에게) 그렇게 보였다면 '죄송하다, 유감이다'라고 말하면 간단한 문제”라면서 “당시 ‘저 분이 감사를 하시는 동안 불상사가 일어나서는 안 되겠구나 이런 느낌이 듭니다’라는 위원장님의 발언을 역지사지에 입각해 비유하면 ‘아 저분이 위원장을 계속해서 문제를 일으키면 안 되겠구나는 느낌이 듭니다’가 된다”고 힐난했다. 설 위원장은 “비유도 적당해야 받아들일수 있다. 말장난을 하지마시라”고 답했다.

그 밖에도 지엽적인 말 꼬투리 잡기가 길어지자 김태년 야당 간사는 “이 자리에 서울대 총장님을 비롯한 여러 증인분들이 소중한 시간을 내서 모두 나와 계신데 죄송하다”고 정리를 촉구했고, 신성범 여당 간사도 “위원장님이 아니라고 하셨고, 거대 여당으로서 예정된 국정감사를 방치할 수는 없다”면서 분위기를 가라앉히려 애썼다. 다만 신 간사는 “(설 위원장의 해당 발언은) 오해를 살 수 있는 표현이었다고 생각하고, 진의가 잘못 전달 된 데 대해 유감 정도는 표명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야의 공방은 결론은 맺지 못한 채, 성낙인 총장의 업무보고로 예정돼 있던 국립대·대학병원 국감은 예정보다 한 시간 이상 지난 11시 15분께가 되서야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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