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석(경민대학 교수/NCS지원센터장)

성미가 급한 아버지가 아들에게 “아들아, 빨리 거기 좀 다녀와라. 빨리.”라로 서두르며 말했다. 아들은 “네”라고 말하고는 달려나갔다. 잠시 후 되돌아와 “그런데 거기가 어디예요. 거기 가서 무엇을 해야 하나요?” 라고 물었다.

이와 같은 상황이 요즘 교육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다. 교육부에서는 전문대학에 재정을 지원해줄테니 NCS를 교육과정에 적용하라고 몰아친다. 전문대학들은 한참을 달려가다가 다시 돌아와서는 NCS로 가는 길을 다시 되짚어보고 있다.

국가직무능력표준(NCS : National Competency Standard)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한다. 전문대학은 산업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실제적인 기술을 가르쳐야 하고, 갑자기 많이 늘어난 전문대학들의 최소한의 교육의 질을 보장하면서 우리나라 전문대학에서 교육받은 것을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국가차원에서 표준을 정해 교육해야 한다는 것은 타당하다. 그러나 NCS 적용초반 단계임에도 여러 가지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우선, 추진하는 절차가 후진적이라는 문제가 있다. 학계나 전문대학 교육현장의 충분한 논의과정 없이 NCS가 정부 공약으로 선정되고, 공약 이행 실적을 쌓기 위해 무리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둘째, 어느 누구도 책임감을 가지고 정확한 방향을 제시하지 않는다. NCS 관련 기관들의 전문가들도 일관성 있게 설명을 못하고 있다. 셋째, 대학들의 불필요한 또는 과도한 경쟁구도를 강요해서 사회적 비효율성을 초래하고 있다. 특성화에 선정된 대학과 선정되지 못한 대학 모두 NCS 실행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 모든 전문대학들이 고민을 하면서 중복투자를 하고 있어서 결국 사회적 비효율성을 초래하고 있다.

이런 문제점들에 대해서 NCS로 가는 길에서 방황하고 있는 전문대학들이 제 길을 찾도록 도와주는 방법을 제안해 보고자 한다.

첫째, 정부의 NCS 관련 부처들은 전문가들과의 조율을 통해 NCS 시행 지침을 제공해야 한다. 체계적인 연수프로그램을 통해 체계적이고 일관된 정책을 홍보하고 실행해야 한다.

둘째, NCS적용에 있어 학문의 특성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 NCS는 수행을 행동적으로 나타낼 수 있는 공학이나 자연과학과 같은 학문에는 적용하기가 쉽다. 그러나 수행을 행동적으로 나타내기가 어렵거나 창의적 사고가 중요한 인문사회과학이나 예술분야는 표준화하기 쉽지 않다. 대학은 모든 학문들의 다양성과 자율성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획일적으로 NCS를 적용하기 보다는 개별학문들의 특성에 맞게 선별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자율성을 인정하는 배려적 정책적용이 필요하다.

셋째, 산업 변화에 부응하여 신속하게 NCS가 개발이 되어야 한다. 급변하는 산업사회에서는 새로 탄생하는 직업도 많고 사라지는 직업도 많다. 새로 생겨나는 모든 직업의 직무를 곧바로 표준화시킨다는 것은 시간적으로나 재정적으로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정부에서는 기한을 정해서 NCS를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이미 우선 개발된 직무의 경우는 새로운 산업현장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이전에 개발된 NCS에 묶여 있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NCS 정착을 위해 대학 간 경쟁보다는 협력을 유도하여야 한다. NCS가 특성화 대학 선정의 중요한 지표가 되어, 대학마다 NCS 추진과정을 공개하기를 꺼린다. 대학별로 역할을 나누어 NCS 학습모듈, 평가 방법, 교수방법 등을 연구하여 서로 공유하게 하므로, 각 대학들이 인적 자원과 재정을 중복 투자를 방지해야 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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