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선기(사학연금가입자연대 공동대표)

공무원연금법 개정이 정부(政府)와 여당(與黨)의 찰떡궁합으로 거침없이 추진되고 있다. 지난 2월 25일 대통령의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발표에 이어 4월 8일 기획재정부의 2013회계연도 국가 결산을 통해 국가부채 1천 117조 원 중 53%인 596조 원이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 충당부채로 드러나면서 여론이 달구어졌고, 10월 17일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정부 초안이 발표되더니 10월 28일에는 집권당의 당론으로 '공무원연금법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됐다. 대통령은 동 법안의 연내 처리를 주문하고 있고, 원내 과반 의석 여당은 바삐 움직이는 중이다.

기금 여건상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은 어떤 방향으로든 개혁 불가피하다. 운영 적자분을 충당하는 보전뿐만 아니라 매월 적립하는 부담금 중 절반을 사용자인 정부가 분담하고 있으므로 부담 주체로서도 당위성은 충분하다.

문제는 사학연금이다. 사학연금은 2013년 결산 기준 순자산(純資産) 14조 원으로, 적어도 2022년까지는 기금이 계속 증가하는 건실한 재정여건이고, 가입자 대비 수급자인 부양률도 17%로 33.8%인 공무원연금이나 44.9%인 군인연금 등 타 직역연금과는 비교할 수 없다.

부담금 주체 면에서는 더욱 차별된다. 총 14% 중 7% 본인 부담은 동일하나 나머지 7% 중 4.1%는 소속 법인에서 부담하고 교육부 지원은 2.9%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것도 교원에 한해서이며 사무직원은 7% 전액을 소속 법인에서 부담한다. 따라서 정부는 사립학교교직원연금 법령 개정을 추진할 명분과 주체로서의 자격이 있다고 보기 어렵지만, 천문학적 부채를 안고 있는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에 대한 지탄 여론과 일부 언론의 ‘3대 직역연금’ 동일시 작태 등에 편승해 '공적연금'이라는 도매금으로 다룰 가능성이 높다.

사학연금은 공무원연금법을 준용해 이미 많은 변화를 겪었다. 지난 2009년까지 최종 3년간 보수월액 평균으로 결정되던 퇴직금이 2010년부터는 재직 기간 전체 평균 기준소득월액으로 변경됐고, 연금지급개시연령도 60세에서 65세로 늦춤으로써 연금지급을 크게 줄였다. 이후 2014년에는 화폐가치 변동을 반영하기 위한 ‘현재가치화’ 기준마저도 2010년부터의 본인 기준소득월액 인상률에서 ‘공무원전체 기준소득월액 평균액 인상률’로 변경함으로써 개인별 승진 및 승급에 따른 상승분이 모두 제외되고 매 연초에 발표되는 공무원임금인상률 수준에 머물게 됐다.

연금제도를 집단이기주의로 접근해선 안되겠지만 특정 대상의 피해가 강요되거나 ‘공적연금연계제도’ 같은 정책으로 인한 기금 낭비의 책임이 가입자에게 떠넘겨져서도 안 될 일이다. 그 같은 일을 막기 위해서는 당사자의 목소리가 필수적이다. 공무원연금법 개정 추진에 강력 반발하는 공무원노조와 이를 의식하는 정부와 정치권의 반응은, 주된 목적이 연금지급을 줄이는 것임에도 왜곡된 표현들로 포장은 물론 공청회조차 없이 강행되는 ‘사실적 설명 부재’로 당사자 대부분은 '강 건너 불구경'했던 최근 사립학교교직원연금법시행령 개정 과정과 대비된다.

여당은 이미 4대 공적연금에 대한 전면 개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도래할 사립학교교직원연금법 개정 논의에서는 그 같은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되겠다. 무임승차나 겉치레 양반의식 또는 시류에 휩쓸리는 부화뇌동(附和雷同) 등은 지성도 뭣도 아니다. 부당함에 대한 당사자의 목소리는 다분히 잇속을 지향하는 ‘상(商)’ 행위도 아니고, ‘사(士)’의 체면을 깎는 일도 아니다. 의식 있는 사학연금가입자의 행동하는 양식이 필요한 때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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