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상진(본지 논설위원/ 전북대 교수)

2015년 정부예산 총지출 376조원에 대한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5조원 정도의 누리과정과 무상급식 예산 문제로 여·야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정부와 언론도 누리과정이나 무상급식을 둘러싸고 정치적 편가르기에만 열중하고 있다. 이번 사태의 중심에 정부가 있다. 정부가 2015년 누리과정 예산을 전액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편성하라고 한 이후 교육부장관은 무상급식 예산을 누리과정 예산으로 돌리라고 하자, 경남도지사도 경남교육청이 감사를 거부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무상급식 예산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나섰다. 그리고는 급기야 청와대 경제수석이 무상급식은 박근혜 대통령 공약이 아니고 무상보육이 박근혜 대통령 공약이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현 정부의 교육복지관이 여실히 드러나 버렸다. 지난 8년 동안 사회적 합의에 의해 지자체와 교육청이 지원해 왔던 무상급식 예산은 축소하고 누리과정은 대통령 공약이기 때문에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것도 중앙정부로부터 예산배정도 없이 지방교육재정으로 충당하라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지금까지 추진해 왔던 교육복지정책으로 인해 다시금 진영 논리가 부활하면서 볼쌍 사나운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무상’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공짜 프레임’으로 몰고가며 보편적·선별적 복지 논쟁을 부추기더니, 이제는 국가재정 파탄이라는 눈물겨운 논리로 이참에 누리과정이든 무상급식이든 모두 폐기하자는 교육복지 후퇴론까지 주장되는 형국이 돼 버렸다.

지난 총선, 대선과정에서 여·야 모두 교육복지 확대를 주장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청와대와 정부가 교육복지 문제를 정쟁의 축으로 몰아가고 있는 작금의 현실이 슬프다. 정부가 국민화합 보다는 갈등비용만 부추기는 이유가 무엇인지 이제는 더 이상 궁금한 사항도 아니다.

당장 시·도교육감들은 우선 임시방편으로 내년 초까지 사용할 예산편성만 할 테니 나머지는 국가가 재정지원을 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중앙정부로부터 교부금과 국고보조금으로 90% 이상을 지원받는 시·도교육청의 입장에서는 눈물겨운 타협이다.

결국 국회에서 여·야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누리과정과 무상급식 예산의 문제는 ‘대통령 공약이냐, 진보교육감 공약이냐’라는 정치적 갈등, 그에 따른 예산지원의 법적 근거에 대한 쟁점 갈등, 나아가 파편화된 진영 논리의 결과이지 예산의 절대 부족만이 근본 이유가 아니라는 사실이 진실이다.

한편 2015년 교육예산에서 오해를 불러일으킨 부분도 있다. 내년 예산안에 유아 및 초·중등교육예산은 3.5% 감소했고 반면에 고등교육예산은 21.8%나 증액돼 수치상으로는 마치 현 정부가 고등교육에 집중 투자하는 것으로 비춰진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는 착시현상이다. 왜냐하면 내년 고등교육예산 규모는 10조 5341억원으로 2014년 대비 1조 8821억원(21.8% 증가)이 증액됐지만, 국립대학 자체 세입이었던 기성회비수입 1조 3142억원을 수업료로 통합징수해 국고로 세입조치한 후, 이를 다시 국립대학에 지원하는 것이기 때문에 실제 증액된 규모는 5679억원에 불과하다. 이 중 국가장학금 증액분 3143억원을 제외하면 실제로 대학을 위한 전반적인 사업에 지원하는 증액분은 2536억원(2.9% 증가)에 불과하다.

정부가 편성한 2015년 교육예산 속에는 이러한 진실과 오해가 숨겨져 있다. 정부가 교육을 투자재이고 가치재로 인식하면서 학생과 학교를 위해 예산을 편성한 것인지 의구심이 앞선다. 경제침체 국면의 장기화, 사회·경제 양극화 심화, 교육경쟁체제 강화 등으로 저출산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고, 학생의 행복지수는 최하이면서 자살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러한 현실을 외면하고 교육복지정책을 정쟁의 중심으로 몰아가고 있는 정치권이니 우리 사회가 정상인가. 교육에 대한 정부의 진정성을 보여주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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