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 “책값 부담 커져”‧대학도서관연합회 “다양한 도서 확보 어려워”

▲ 도서정가제 개정안이 적용되기 전인 지난 18일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올해 마지막 최대 할인'이란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사진=송보배 기자)

[한국대학신문 송보배 기자] 21일부터 시행된 도서정가제 개정안에 대학가도 술렁이고 있다. 도서정가제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신‧구간 도서 할인율은 15%로 제한된다. 기존에 불포함 됐던 대학도서관도 도서정가제 적용을 받게 된다. 대학가에서는 도서정가제 개정안 시행으로 대학생 독서인구가 더욱 줄어들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대학도서관에서는 도서 구입 총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한국대학도서관연합회는 “도서관 입장에서는 10% 내외의 가격을 인상 해 줘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구입 도서수가 그 만큼 줄어드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한국대학도서관연합회는 도서 구입 여력이 줄다보니 학생들이 주로 찾는 베스트셀러 위주로 구입이 편중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했다.  

■ 도서의 ‘대창렬시대’… 대학가 책값 우려 증폭 = “이젠 도서 분야도 ‘대창렬 호갱시대’가 열릴 거라 봅니다” 도서정가제 시행을 앞둔 지난 1일 인터넷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에는 도서정가제를 비판하는 글이 게시돼 약 2만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화제가 됐다.

해당 글은 “시간이 지나면 질이 좋아지고 정가가 내려갈 것이다? 다른 분야에서 절대 그런 적이 없는데 책값이라고 다를까”라며 도서정가제 개정안을 통렬히 비판했다.

도서정가제 개정안 시행에 대해서 책값 부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책 소비가 많은 대학가에서는 도서정가제 적용이 학생들의 학비 부담을 가중시키고 도서 구매율을 더욱 떨어뜨릴 것이란 지적이 일고 있다.

중앙대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석사과정 강영신 씨는 “인문학 서적은 한 권에 2~3만원씩 하는데 할인까지 줄어든다면 선뜻 손이 가지 않을 것”이라며 “가뜩이나 책을 안 읽는 나라에서 얼마나 독서 비율을 떨어뜨리려고 이런 제도를 시행하나”라며 비판했다.

한국외대 언어인지과학전공 석사과정 백송현 씨는 “대학원생이다보니 원서 위주로 책을 구입하고 읽어야 한다. 도서정가제 시행은 학생들에게 지속적인 부담이 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전북대 재학생인 유재인 씨는 도서정가제 시행으로 불법 제본이 늘어나게 될 것이라 말했다. 유 씨는 “전공책 한 권이 3~4만원 수준으로 비싼데 할인 폭까지 줄어든다면 불법 제본이 늘어나지 않겠느냐”며 우려를 표했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장기적으로는 도서정가제 시행이 오히려 도서의 가격 거품을 걷어낼 것이라 낙관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현재는 할인을 전제로 해서 책값에 어느 정도 거품이 형성이 돼 있다. 하지만 할인율을 제한하면 출판사도 애초에 높은 가격을 책정하지 않아 가격 안정화가 이뤄질 것”이라며 “또 18개월 이상 된 구간도서들은 가격 재조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가격부담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 도서정가제 개정안의 주요내용.(출처-문화체육관광부)

하지만 지난 14일 발행된 KDI FOCUS에 게재된 KDI(한국개발연구원) 조성익 연구원의 ‘도서정가제와 도서소비자의 편익’에서는 “도서정가제가 존재하는 국가들의 도서가격이 그렇지 않은 국가들에 비해 더 비싸지는 경향이 있다는 점은 다양한 자료에서 관찰된다”고 기술하고 있어 문화체육관광부의 낙관론과 배치된다.

실제 해당 자료에 게재된 ‘1인당 GNI 대비 평균 정가(%)’ 자료에서는 도서정가제 시행 국가가 0.04~0.08%대로 도서 정가가 형성돼 있어 비시행국가의 0.04~0.06%보다 책값 부담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도서관 “도서 구입 여력 줄어” vs 문체부 “대학 자체 예산 편성 문제” = 대학도서관도 비상이다. 21일부터 도서관도 도서정가제 적용을 받게 되면서 당장 책 구입 여력이 줄었다.

지난달 23일 △한국대학도서관연합회 △국공립대학교도서관협의회 △한국사립대학교도서관협의회 △한국전문대학도서관협의회는 ‘도서정가제 확대 시행에 따른 대학도서관의 입장’을 발표하고 도서관에 대한 재정 지원과 출판사의 적정가격 책정을 요구했다. 또 이것이 실현되지 않을 경우 도서관을 도서정가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라고 강변했다.

김종철 한국대학도서관연합회 사무총장은 “도서관은 최저입찰제를 통해 통상 20% 가량 도서 할인을 받아왔는데 도서정가제로 할인율이 15% 이내로 고정돼 도서구입에 타격이 있다”며 “예산여유가 없기 때문에 책 구입이 학생들이 신청하는 베스트셀러나 대형 출판사 위주로 편중될 것이고 중소출판사나 인문학 서적 구입량은 줄어들 것”이라 예상했다.

한편 이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일반 교양 문화 서적은 가격 경쟁 때문에 좋은 책보다는 싼 책이 납품되는 경우가 많았다. (도서정가제)로 이런 방식이 바뀌면 도서관 수준이 더 높아질 것”이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학도서관 예산 지원에 관해서는 “국민들도 똑같이 도서정가제 적용을 받는데 도서관만 예산 지원한다면 형평성에 어긋난다. 대학들은 적립금을 쌓아놓고 있으면서 연간 책 구입비가 얼마나 된다고 지원을 바라느냐”며 근본적으로 대학의 예산 편성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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