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규직 검토안, 정규직 과보호 발언 등 고용 전부터 고용불안 유발

대학생들 “우리나라에 맞는 현실적 고용제도 필요해”

[한국대학신문 손현경 기자]"욕심도 허락받아야 하는 겁니까? 정규직, 계약직 신분이 문제가 아니라, 그게 아니라 계속 일을 하고 싶은 겁니다. 차장님, 과장님, 대리님하고 우리 같이 계속….“

드라마 ‘미생’의 주인공 ‘장그래’의 대사다. 이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속해 있는 부서의 장 과장이 햄세트가 아닌 식용유 세트를 받아들고 씁슬해 하는 ‘장그래’를 보고 “욕심내지말라”고 말했다. 사실 그가 초라해진 이유는 식용유 세트 때문이 아니다. 그 식용유 세트가 다른 정규직 팀원들과 다른 자신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미생은 우리 시대의 구직인, 직장인들의 생존경쟁을 그린 드라마다. 취업 시장이 살벌한 요즘의 현실과 비정규직의 애환을 담아내고 있어 대학생들과 취업준비생, 심지어 직장인들 사이에서 인기몰이다.

대학생들과 취업준비생들의 구직의 무게는 요즘들어 더 무거워지는 모습이다.

▲ 4일 연세대 교정 내 한 벽면에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판한 '협박편지'라고 밝힌 대자보가 부착되어 있다.

최근 연세대 중앙도서관 앞에는 ‘최씨 아저씨께 보내는 편지’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붙었다. 대자보를 붙인 이들은 연세대와 고려대생이 운영하는 20대 대안 미디어 ‘미스핏츠’ 회원들이다. 여기서 최씨 아저씨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다. 대자보는 ‘정규직 과보호 발언’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들은 “아저씨의 '정규직 과보호' 발언은 제게 일자리를 인질로 잡고 있으니, 정규직 이놈들, 순순히 권리를 내놓아라로 들렸거든요. 저희는 정규직이 과보호되서 불만인 것이 아니라, 비정규직이 너무 보호 안 돼서 불만인데, 자꾸 아저씨는 '창의적'인 해법을 말합니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일부언론에서 ‘2015년 경제정책방향 중 노동시장 개혁’에 관련해 정부에서 새로운 고용형태인 ‘중규직’ 도입방안을 검토한다고 보도해 구직자들에게 더욱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해고 요건 등은 정규직보다 낮고 근로자에 대한 처우는 비정규직 보다 높은 이른바 '중규직' 형태를 정부가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기간제 정규직(중규직) 도입 등의 내용은 사실과 다르며, 이를 검토한 바도 없다. 또한 정규직 일반해고 요건 완화도 사실과 다르고, 현재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 확정된 바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고용노동부의 이러한 해명에도 대학생들과 취준생들의 고용에 대한 불안은 여전했다.

중앙대 졸업반인 김재영씨(경영4)는 “중규직이 신설되지 않더라도 이미 ‘중규직’이란 비정규직은 우리 사회에 존재하고 있다. 이러한 상태가 계속된다면 결국에는 더 많은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정규직의 고용 상태 또한 불안하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연세대 벽보를 보고 있던 연세대 한 학생 역시 “정부가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 지 궁금하다”라며 “실제로 중규직이 생긴다면 인력 풀(pool)이 하향 평준화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규직을 보호할 수 있으면서 우리나라 실정에 맞은 현실적인 정책을 정부가 고민해서 내놔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과 호소도 학생들의 입에서 나온다.

내년 2월 졸업을 앞둔 경희대생 김혜성씨(경제4)는 “우리나라가 중간의 경력단절을 충분히 보장해 주는 정책이 있는 것도 아니고 또, 고용 보험이 탄탄한 것도 아닌데, 고용의 유연화 하나를 바라보고 보장장치가 되어있지도 않은 중규직, 비정규직의 형태를 도입하는 것은 결국 사람을 쉽게 자르기 위한 법이다. 미국 등 선진국의 고용정책을 따라가는 것이 아닌 우리나라에 맞는 현실적인 고용 정책이 도입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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