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동국대서 한국대학학회 학술대회 개최

▲ 6일 동국대에서 한국대학학회 학술대회가 열렸다. 이날 김정인 춘천교대 교수, 김누리 중앙대 교수, 박정희 전주기전대 전 교수, 황정아 한림대 교수, 홍영경 한국비정규교수노조, 박세종 전 전남대 홍보팀장, 김병국 전국대학노조 정책국장, 서정원 서울대 대학원생, 좋은학생회만들기모임 이희정 씨(왼쪽부터) 등이 참석했다. (사진=차현아 기자)

[한국대학신문 차현아 기자] 한국 대학만이 가진 구조를 학문연구차원에서 분석해 사회적으로 심각해지고 있는 대학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6일 동국대 문화관에서는 ‘한국대학, 무엇이 문제인가: 구성원들의 시각에서 본 대학위기의 구조’라는 주제로 약 4시간에 걸쳐 학술대회가 열렸다. 이 날 학술대회는 패널토의를 통해 교수, 비정규직교수, 직원, 대학원생, 학부생 등 대학 구성 주체들의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본 대학 구조의 위기를 논했다.

‘대학 위기의 국가학’이라는 주제로 기조발표를 맡은 최갑수 서울대 교수(서양사학)는 국가권력이 대학 위기 상황에서 어떤 작동방식을 갖는지부터 연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순히 대학 내 교육과 연구 내용뿐만 아니라 이것이 수행되는 제도적 기반은 국가권력의 작동방식과 긴밀히 연결돼있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정책에 작용하는 주요한 힘들을 발굴해야 한다. 이 과정을 통해 자본세력의 이해관계가 영향을 미치는 현장을 포착해내야 한다. 교육마피아가 대표적 사례다. 수원대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사학재단과 보수언론, 정·관계, 재계로 이어지는 족벌체계 등이 우리 사회를 엄습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대학만의 특수성을 연구한 담론이 부재하다는 현실도 지적됐다. 김누리 중앙대 교수(독어독문학)는 한국 대학의 기형성이 전 세계적으로 유래가 없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성균관대와 중앙대 사례처럼 기업이 대학을 ‘구매’하고 직접 지배해가는 ‘타자에 의한 지배’가 일반화됐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한국 대학은 여러 차원의 문제가 중첩돼있다. 표면적으로는 대학에 온 국민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또 한편으로는 터무니없는 형태의 지배구조와 학생선발과정, 등록금체계 등 전 세계에서 찾아볼 수 없는 최악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그럼에도 제대로 된 한국 대학 연구서 하나 없는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한국 사립대학들의 적폐를 해소해야 한다는 데에 토론자들은 입을 모았다.

박정희 전주기전대학 전 교수는 사립대학들이 어떻게 ‘족벌체계’를 구축해 대학 경영을 장악하는지 설명했다. 

박 교수는 “수원대 사태를 보면서 놀라지 않았다. 많은 사립대학의 구조들이 거의 비슷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 사립대학의 문제는 이제 사회적인 시각에서 고민해야 한다. 구성원의 시각에서만 바라봐서는 해결이 힘든 상황”이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한국 대학이 안고 있는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공공성 확보부터 시작해가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황정아 한림대 HK교수는 대학이 현재 외부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는 분야는 산학협력 밖에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사회와의 연결고리를 더욱 늘려 담론을 생산하는 장으로서의 공공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황 교수는 “교육의 대상과 내용을 재편성해야 할 시점이다. 교양교육과 평생교육 등 지역사회의 연계가 가능한 분야에서부터 대학의 공공성 확보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시간강사 문제, 대학원생 인권, 학생회의 몰락 등 다양한 구성원들이 겪는 대학문제도 공유됐다.

대학 내에 세분화된 형태의 비정규직과 용역직원들이 들어서는 상황도 문제시됐다. 대학 구조조정으로 재정압박에 시달리는 일부 지방대의 경우 인건비 감축을 이유로 정규직 채용 자체를 꺼리게 되는 현실이 지적됐다.

김병국 전국대학노조 정책국장은 “학내 경비, 청소 용역 이외에도 최근 도서관과 전산원 등으로도 외주고용형태가 확산되고 있다. 대학 경영 악화가 업무 강도, 고용의 질, 행정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 이는 강의와 연구 등 대학 교육의 질적 하락으로도 이어지는 현실”이라고 발언했다.

한국 대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에서 사립대학과 고등교육에 대한 공공성 회복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데 패널들은 공감했다.

김누리 교수는 독일 대학의 사례를 통해 대학 교육을 사회적 정의의 차원에서 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일의 경우 학비도 없을 뿐만 아니라 국가가 대학생들에게 약 100만원 가량의 생활비까지 지원한다. 학생들의 연구는 사회적 노동이므로 이에 대해 국가가 보수를 주는 것이 당연하다는 논리다.

김 교수는 “고등교육은 자기 돈으로 좋은 교육을 골라 구매하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 유럽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대학교육은 사회적 정의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 이제 기회의 평등 차원에서 국민들은 공공성이 강화된 고등교육 정책을 국가에 요구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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