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허브 ‘자립, 삶의 기반 프로젝트’의 결과 선보여

▲ 15일 오후 서울시 사회혁신파크에 위치한 청년허브 다목적홀에서‘자립, 삶의 기반 프로젝트'의 결과를 공유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주거공간이 필요한 청년과 도시 속 유휴 공간을 연결한 '가치살기 망원동 모임'의 이지원 씨가 프로젝트의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출처: 청년허브)

[한국대학신문 신나리 기자 ] “땅을 돈으로 보지 않는다. 땅을 통해 어떻게 재밌는 삶을 꾸릴 수 있는지 고민하고 실행한 청년들의 프로젝트다.”

15일 오후 서울시 사회혁신파크에 위치한 청년허브 다목적홀에서 ‘자립, 삶의 기반 프로젝트’의 결과를 공유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신윤정 청년허브 기획실장은 이 프로젝트에 대해 청년을 둘러싼 여러 문제 가운데 주거 문제를 청년 스스로의 힘으로 풀어보자는 실험이라고 설명했다.

이 자리에는 재개발 사업이 좌초되면서 비어버린 공간에 청년들과 마을 주민들의 커뮤니티 공간을 만든 '아현동쓰리룸', 낡은 부흥주택을 새로운 주거 공간을 변화시킨 '오늘공작소', 경상북도 청송에 귀촌한 청년들의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반 시설과 프로그램을 만드는 '가락'이 참석해 지난 1년 동안의 프로젝트 결과를 공개했다.

‘피터아저씨’라는 인디밴드 활동을 하는 천휘재 씨는 저렴한 주거비를 찾아 아현동에 모여 청년들과 같이 밥을 지어먹는 밥 모임을 시작했다. 아현동에 거주하기 전 천 씨를 괴롭혔던 것은 ‘월세’. 매달 관리비까지 45만 원을 내는 것이 벅찼던 천 씨는 아현동에서 친구 두 명과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재건축이 예정된 아현동은 비교적 월세가 쌌다. 방 세 개짜리 집을 월 50만 원에 살 수 있었다.

천 씨는 ‘아현동쓰리룸’의 생활을 ‘삶을 공유하고 삶의 기반을 함께하는 힐링의 과정’이라고 표현했다. ‘혼자’ 사는 것이 아닌 ‘함께’ 사는 것을 꿈꾸게 된 시작이기도 하다. 천 씨와 친구들은 골목에서 공연하는 골목콘서트, 집에서 함께 밥을 지어 먹는 ‘소셜 다이닝’ 등 다양한 시도를 해나갔다. 천 씨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상태에서 재밌고 의미 있는 것들을 찾아가는 노력을 시작하게 됐다. 허브 지원금을 시작으로 공연뿐만 아니라 사는 ‘동네’를 생각했다”고 말했다.

청년 주거문제가 해결돼야 그 다음 문제를 풀 수 있다고 생각해 시작한 ‘순환주택 프로젝트’도 있다. ‘가치살기 망원동 모임’은 주거공간이 필요한 청년과 도시 속 유휴 공간을 연결했다.

이들의 눈에 들어온 것은 1950년대 당시 도시로 몰려든 인구를 위해 지어진 재건 주택. ‘가치살기 망원동 모임’은 현재 아파트 수요 감소로 인해 대부분 방치된 재건 주택을 새로운 터전으로 삼아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이지원 씨는 “현재 망원동에는 약 100채 정도의 방치된 재건 주택이 있다”라며 “기술을 가진 청년들이 스스로 자신의 거주 공간을 조성하고 이런 경험을 통해 청년들의 질 높은 주거 형식을 확산하고 싶었다”고 프로젝트의 의의를 설명했다.

프로젝트가 마음대로 진행된 것만은 아니다. 이지원씨는 “멘붕의 시기도 물론 있었다. 임차인과의 관계가 바로 그것”이라며 “재개발이 잡혀 있는 상황에서 수익을 얻고자 사놓은 집인데, 재개발의 시기가 늦어지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집주인의 연락처도 알기 어려웠다”고 전했다.

‘가치살기 망원동 모임’ 팀은 지붕을 만들고 단열재를 넣는 등 여러 작업을 직접 해냈다. 삶의 양식을 고민하고 직접 나선 덕분에 목발로 신발장을 만드는 등 사물을 보는 다른 눈을 얻을 수 있었다. 이 팀의 김다빈 씨는 “필요 없는 물건을 재활용하는 눈을 얻었고 갖고 싶었지만 가질 수 없었던 공간을 현실화했다”고 말했다.

두 팀 외에도 비진학, 탈학교 청소년의 쉼터와 청년 멘토들의 쉐어 하우스 결합모델을 선보인 ‘청년 지음’와 귀촌 청년들을 위한 중간 플랫폼 역할을 해내고 있는 ‘가락’팀이 일 년 프로젝트의 결과를 밝혔다.

‘자립, 삶의 기반 프로젝트’는 한국JP모간 사회공헌 팀이 기금을 지원했다. JP모건의 박라희 상무는 “참신하고 새롭게 흔하지 않은 도전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런 노하우를 다음 세대인 후배와 더 어려운 환경에 있는 이들을 도와주는 청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프로젝트 지원을 위한 별도의 TF 팀을 구성해 전반을 진행한 청년허브는 주거와 관련한 프로젝트를 이어간다고 말했다. 청년허브는 “집을 지어주는 정책이나 돈을 빌려주는 제도 외에도 청년의 주거를 걱정하는 새로운 발상이 필요하다”라며 “결국 집이 아니라 주거 생태계가 문제였고, 먹고 사는 문제, 앞으로의 진로, 함께 하는 동료 문제였다는 점을 발견한 청년들과 이를 지원할 수 있는 민간과 공공의 역할을 이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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