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 악화로 결정못하고 결국 총장 선출 일정 연기

▲ 동국대 이사회는 지난 16일 로터스홀에서 이사회를 개최하고 차기 총장을 선출하려 했으나 결국 합의점에 도달하지 못했다. (사진=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김소연 기자] 동국대 18대 총장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종단의 개입 논란이 증폭되면서 이사회의 총장 선출이 파행을 겪고 있다. 동국대 이사회는 지난 16일 이사들 간 의견 대립으로 차기 총장 선출을 위한 이사회를 개최한 지 5시간 반 만에 폐회했다.  

동국대 이사회는 3명의 후보 중 김희옥 동국대 총장이 물러나고 조의연 교수(영어영문학)마저 종단 개입에 반발하며 잇따라 사퇴하면서 보광스님(한태식 교수) 단독으로 남아 이를 두고 의견이 엇갈렸다. 차기 총장 선출을 안건으로 상정해 예정대로 이사회를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과 종단의 선거 개입 문제가 논란으로 부상하는 만큼 여론을 의식해 총장 선출을 미루자는 의견으로 나뉘면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결국 이사회는 한 명의 총장 후보자가 있는 경우 해당 후보자는 총장으로 선임하는 것이 사립학교법에 저촉되는지를 교육부에 질의하고 회신이 오는 대로 이사회를 열기로 했다.

앞서 지난 11일 김희옥 총장은 동국대 홈페이지 게시판에 “종립대학 총장직은 1회로 한정함이 좋고 연임은 적합하지 않다는 종단 내외의 뜻을 받들어 재임의 뜻을 철회하고 총장 후보에서 물러나고자 한다”고 밝혔다. 

김 총장은 조계종 고위직 승려들과 함께 오찬을 한 자리에서 종단 내외에서 연임에 부정적인 의견을 들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는 총무원장 자승 스님을 비롯해 동국대 이사장 정련 스님, 동국대 이사 일면 스님(호계원장), 교육원장 현응 스님, 포교원장 지원 스님, 중앙종회의장 성문 스님이 참석했다. 동국대 이사회에 소속된 이사 두 명 이외에도 조계종 고위직 승려들이 총추위 추천을 거친 개별 후보에게 사퇴를 종용한 것이다. 

이사장 정련 스님은 이사회에서 “그날 오찬 자리는 김 총장을 격려하는 자리인 줄 알았으나 자승 스님을 비롯한 스님들이 차기 총장으로 스님을 모시는 게 좋겠다는 말을 했다”면서 종단의 개입을 시사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동국대 이사회는 승려 이사 9명과 개방형 이사 3명, 동국대 총장 당연직으로 구성돼 있다. 이사회 승려 이사는 1980년대 6명이었으나 그 수가 비대칭적으로 늘어 9명에 이르렀다. 이사회 13명의 이사 중 승려 이사가 과반이 넘어 종단의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 됐다. 

게다가 동국대 이사회의 이사와 감사를 선임할 때 조계종 종립학교관리위원회에서 중앙종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승려 이사가 아닌 개방이사도 조계종의 동의를 얻어야만 이사직을 수행할 수 있다. 구조적으로 조계종이 학교 법인에 미치는 막강한 영향력을 방증하고 있는 셈이다.

총장 선출의 권한을 가진 이사회가 예정대로 총장을 선출하지 못하면서 종단의 개입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한 동국대 교수는 “과거에도 종단이 학교 운영이나 교수 임용 등에 개입한 경우가 종종 있었다. 법과 제도의 절차 안에서 일하는 것이 서투른 스님들의 월권행위가 적지 않았다”면서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제도적으로 법인 이사회 구성에서 승려 이사 비율을 줄이는 등 시도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더불어 교수협의회도 “재단 이사회와 관련 없는 다수의 스님이 사퇴를 권유했다면 이는 명백한 월권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며 성명서를 내는 등 내홍이 깊어지는 분위기다. 학생대표 당선자들도 이사회장 앞에서 "정당성 훼손한 총장선거 중단하라"는 피켓을 들고 침묵시위를 벌이는 등 종단의 총장 선거 개입에 크게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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