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대학들이 '경쟁력'이라는 말 앞에 위풍당당할 수 있는 때는 언제일까? 교육부의 대 학 경쟁력 강화 의지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한국 대학의 경쟁력에 대한 사회적 비판 은 여전히 매섭다.

그렇다고 교육부의 지원이 전무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IMF 이후 기업계에 만연했던 '자 구노력(自求勞力)'이란 경영학 용어를 94년부터 도입한 것이 교육부다. 지원 금액도 상당하다. 94년 이 사업이 시작된 이래로 최근 5년간 매년 5백억원 안팎의 예산이 지원됐다.(94년 5백억원, 95년 4백50억원, 96년 6백억원, 97년 5백40억원, 98년 4백50억원)

교육부가 각 대학에 이 돈을 지급한 이유는 간단하다. 정부가 일정 정도 자금을 지원하겠으니 대학들도 이에 상응해 대학 구조조정도 하고 교수업적평가제도 도입하라는 것. 또 기업들의 자구노력 처럼 국고보조액의 20%이상을 대학 자체가 부담하는 것을 조건으로 내세웠 다. 쉽게 말해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는 것이 교육부의 논리이다. 교육부의 이런 지원목적은 자구노력지원 뿐만 아니라 사립대 시설·설비 확충 및 도서관 지원에도 고스란히 적용되었다.

그러면 최근 5년간 △자구노력 지원 △시설·설비 확충 △도서관 지원 등을 합산한 국고보 조금을 가장 많이 받은 대학은 어디일까? 해답은 연세대. 연세대는 5년간 모두 1백91억7천만원을 지원받았다. 연세대 다음으로는 한양대가 1백78억7천만원을 지급 받아 2위를 차지했고 고려대가 1백66억8천만원의 국고 보조금을 받은 것으로 나타나 3위를 차지했다. <표 1참조>

국·공립대만 따져 보면 역시 1위는 서울대. 서울대는 94년도에 25억여원을 지원받은 것을 시작으로 95년 34억여원, 96년 34억여원, 97년 33억여원, 98년 21억여원의 보조금을 받은 것 으로 나타나 부동의 1위를 유지했다. <표 2 참조>

경북대도 94년 19억여원, 95년 24억여원, 96년 24억여원, 97년 23억원, 98년 16억여원을 지원 받은 것으로 나타나 서울대에 이어 지원금 총액에서 2위를 차지했으며 뒤이어 부산대가 94 년부터 98년까지 94억여원을 지원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립대의 국고지원금 수혜순위는 국·공·사립의 총괄 순위와 별반 차이가 없다. 연세대가1백91억7천여만원으로 최고의 지원금을 받았으며 한양대가 +1백78억8천7백만원으로 2위를 고 려대가 1백66억8천여만으로 뒤를 이었다.

인하대는 1백52억7천여만으로 4번째로 많은 지원금을 받았고 경희대가 1백48억4천여만원으 로 5위를 차지했다. 그 다음은 서울대(1백46억4천여만원), 영남대(1백44억7천여만원), 성균관대(1백24억6천여만원), 건국대(1백22억5천여만원), +조선대(1백11억9천여만) 순이었다.

지방대로는 인하대가 5년간 1백52억7천여만원을 지원 받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조선대가 1백 11억9천여만원을 지원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면 서울의 주요 사립대들이 매년 거의 30억원 안팎의 지원금을 받는 자금독식현상이 나 타난 이유는 무엇인가?

국고지원업무를 전담했던 교육부 대학재정과(구 고등교육재정과)는 "학생수에 따라 지원액 수가 정해진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밝혔다. 객관적이고 효율적인 지원을 위해 학생수에다 기준지표들에 가중치를 붙여 총점을 내고 이를 기준으로 전체 지원금을 배분한 데서 나타난현상이라고 지적한다.

그리고 소수 대학에 자금이 편중된 원인의 하나는 국고지원금이 이공계열에 대한 시설투자 와 실험실습비 확보에 쓰도록 항목이 정해져 있었다는 것. 실제 매년 2천억원 안팎에서 예 산이 짜여진 시설설비확충비의 경우 △실험·실습 기자재 확보 △학생 1인당 실험·실습 기 자재 구입 △학생 1인당 실험·실습비 투자액 보조금 등의 +사업목적지원금에 40%를 지원한것으로 나타났다.(교육부 96년 재정지원 기준 지표)

따라서 이들 두 사업은 이공계열 학생수가 많은 연세대, 한양대, 고려대, 경희대, 영남대 등 에게 지원금의 대부분이 갈 수밖에 없는 태생적인 한계를 안고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대학가에서 국고보조금 특히 자구노력지원금에 대한 평판은 나쁘지 않다. 구체적 쓰임새를 정해 두지 않고 포괄적으로 시설투자나 연구장비 등을 구입할 수 있어 특히 정부의 예산통제를 받는 국립대의 경우 완충적인 예산의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많다. 경상대 이시원 기획연구부실장은 "일부 대학에 편중지원됐다는 것과 교육부의 대학통제정책의 일환이었 다는 한계는 있지만 대학에 상당한 재량권을 주었기 때문에 고가장비 구입 등에 예산을 효 과적으로 사용했다"고 말했다. 실제 교육부는 입시부정 등 비리가 적발된 대학과 예·결산 서 제출 지연대학, 등록금(국립대는 기성회비) 과다 인상 대학에 대해서는 일정비율을 감하여 예산지원을 했다.

한편 편중지원에 대한 대학가의 반발이 거세지자 교육부는 지난 98년부터 정책방향을 일부 변경했다. 이름도 '대학 다양화·특성화 기반 조성 사업'으로 바꾸었다. 재정지원 기준지표도 대학의 사회적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시대조류에 맞춰 △산업체 및 지역사회와의 연계 △ 대학 운영의 효율성 제고 등의 지표에 95%의 가중치를 두는 형태로 전환했다. 예년에는 없 던 가산항목도 추가했다. △창업보육프로그램 운영 △장애인 편의시설 확보 실적 △등록금 분납제 시행 △가상대학 프로그램 운영 △대입전형방법의 다양화 등으로 교육부의 정책 방침을 표현했다. <표 3 참조>

교육부 대학재정과 이종실 사무관은 "학생수에 따라 지원금액이 정해지는 폐단을 막기 위해 98년부터는 학생숫자가 각 평가지표에 미치는 가중치를 100%에서 85%로 줄였고 앞으로는 더욱 줄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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