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별 기능별 단계별 창업 지원시스템 체계화돼야

정부 "지자체, 사회 분위기 따라 수시로 예산 책정… 유사 프로그램 많아"
지자체 "프로그램 비슷해도 지원대상 달라,   중앙정부와는 차별성 있다"
전문가 "지자체와 정부 간 예비·초기·성장기업 등 단계별 지원 구분돼야"

*** 정부와 지자체가 청년층 취업문제가 날로 커지면서 대안으로 대학생 등에 창업을 장려, 예산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이른바  ‘창업 코리아’다. 창조경제의 기반을 ‘창업’에서 다지겠다는 의지의 발로다. 최대 월 100만원을 지원하는 청년창업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17개 시·도 지자체마다 청년창업 지원사업이 활발하다. 중기청이 청년 창업에 대한 직접적인 교육·지원을, 미래부는 해외창업 지원, 부처 간 창업정책 연계에 집중하고 있다. 대학도 발맞춰 창업 휴학, 창업 대체학점 인정제 등 ‘창업 친화적 학사제도’를 확대 운영하고 있다. 이 모든 지원책이 ‘청년 창업가’를 춤추게 할 수 있을까. 정부, 지자체, 기업의 이같은 지원이 ‘창업 코리아’를 현실화할 수 있을까. 청년 창업가부터 지자체 관계자, 창업을 지원하는 기업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창업 코리아’의 미래를 짚어본다.

[한국대학신문 신나리·정윤희 기자] 지원책은 쏟아지지만 내용은 비슷하다. 정부의 창업지원책과 지방자치단체의 창업 프로그램을 두고 엇비슷한 내용이 반복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약 2조원의 정부 자금이 청년 창업 활성화에 투입됐지만 △사업 아이템 무상 개발교육 △전문가 멘토링 △마케팅 등 창업 활동에 소요되는 비용 지원 등 프로그램의 차별성이 없다는 비판이다. 전문가들은 중복된 정책을 피하기 위해 정부부처 간 역할을 분담하고 ‘창업 정책’을 전담하는 ‘컨트롤 타워’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정부의 창업지원 프로그램은 중소기업청(이하 중기청)과 미래창조과학부, 문화체육관광부에 포진해있다. 중소기업청은 2015년도 창업교육‧사업화 등 21개 창업지원사업에 1조5393억원을 책정했다. 대부분은 창업자금융자사업비다. 여기에만 1조3000억원이 쓰인다. 그외 △창업사업화 1613억원 △지식서비스창업 231억원 △창업보육센터지원 227억원 △창업교육 140억원 △1인 창조기업 124억원 △시니어창업 40억원  △참살이 실습터 운영 18억원 등에 배정됐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해만 글로벌 창업 보육 프로그램 지원과 ICT분야 창업 활성화 등에 약 40억 원을 지원했다. 문화체육관광부도 지난해 청년창업 지원에 약 900억 원을 투입했다.

지방자치단체 역시 창업지원에 적극적이다. 실업난 완화와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청년창업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것인데 17개 시·도 지자체 대부분이 너도나도 청년창업지원센터 등을 만들어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문제는 지자체와 정부부처가 역할 분담 없이 유사한 지원책을 그대로 펼치고 있다는 데 있다. 지역의 한 사립대에서 창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을 가르치고 있는 모 교수는 “정부와 지자체의 청년창업지원책은 새로운 것이 없다”며 “초기창업과 관련한 교육이 대부분이다. 창업에 대해 강의하고, 내용을 구체화 하도록 돕고 멘토링으로 이어간다”고 지적했다.

중기청과 지자체만 봐도 비슷한 프로그램은 쉽게 찾을 수 있다. 중기청이 진행하고 있는 청년창업사관학교와 창업선도대학 육성, 청년 전용 창업자금 정책의 경우 예비창업자를 발굴해 교육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자체들이 추진하고 있는 지원프로그램의 대부분이 이같은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광역자치단체는 지원금과 함께 예비 창업자에게 창업 공간, 교육, 컨설팅 등과 관련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다소 특이한 프로그램을 꼽으라면 경기도의 ‘창업실패자 재기 시스템’ 정도다. 지자체 최초로 창업 재도전을 지원하는 정책으로 비교적 새롭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창업정책의 이같은 중복지원에 대해 정부부처 관계자는 정책의 유사점을 인정하면서도 지자체에 아쉬움을 표했다. 익명을 요구한 중기청 관계자는 “(중앙)정부의 창업지원책은 연속성을 띄고 추진하는 것이다. 이번 정부 들어 활성화가 됐지만 2000년대 초반부터 꾸준히 창업정책을 지원하고 육성해왔다”며 “지자체는 경우가 다르다. 올해 창업지원책이 있다고 해서 내년에 예산이 편성되리라는 법이 없다. 말하자면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지원책이 생기는 것인데, 그때 그때 필요에 따라 급하게 만들다 보니 이미 나와 있는 프로그램을 그대로 따라하는 방식이다”고 말했다.

지자체는 프로그램은 비슷하지만 지원 대상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한다. 대구시는 “정부부처의 창업지원 정책과 중복되는 면이 있지만 지자체는 지원대상의 차이가 있다. 시·도 내로 한정해 지원을 받거나 선발 인원도 상대적으로 많다”고 말했다. 부산광역시 역시 “미래부나 중기청에 비해 창업 지원금은 다소 적지만 지원 대상이 지역 내 거주민이거나 회사인 경우가 많다”며 차별성을 설명했다.

결국 전문가들은 정부부처와 지자체의 연계가 필요하며 ‘창업’과 관련한 ‘컨트롤타워’가 있어야 이런 문제가 해소될 수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지난해 창업 관련 정책과 금융 지원 현황에 대해 연구 조사한 이대기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중소기업청과 미래창조과학부, 금융위원회 등 부처별 창업지원 사업이 전개되고 있어 각 부처의 기능별 지원시스템을 모아 한 눈에 볼 수 있는 컨트롤타워 기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장윤승 지역특화산업협의회장은 한 명의 예비 창업자에 대해 패키지로 지원해 주는 연결고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 회장은 “분야별 전문 지원센터는 도처에 있지만 이들을 연계해 주는 연결고리가 부족하다”면서 “예비 창업자가 지자체에 관계없이 자신의 창업과 관련된 것이라면 지원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남경필 경기도지사
[인터뷰] 남경필 경기도지사 “창업 패자부활이 가능한 경기도 만들겠다”

경기도가 색다른 창업지원책을 선보이고 있다. 경기도는 지난해 11월, 경기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에서 ‘제1회 청년창업 드림리그’를 개최하고 지자체 최초로 창업실패자 재기 시스템을 가동했다. 2008년부터 시행한 ‘G-창업교육’도 지난해부터 창업지원금을 늘려 창업자들의 기업가 정신을 함양하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교육부, 미래부, 중기청, 대학 등이 청년창업에 팔을 걷어 부친 상황에서 지자체는 어떠한 역할을 담당해야 할까.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말을 들어봤다.

- 지난해 11월 경기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에서 ‘제1회 청년창업 드림리그’를 통해 토크 콘서트 등 예비 창업청년들과 소통의 기회를 가졌다.

"경기도 산하 경기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는 ‘제1회 청년창업 드림리그’를 통해 창업경진대회, 창업토크쇼, 벤처포럼, 재도전컨퍼런스, G-창업프로젝트 우수사례발표회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창업토크쇼에선 창업에 성공한 기업의 CEO를 패널로 모셔 청년들에게 ‘손 끝에서 무언가를 창조해 낼 수 있다’는 꿈과 희망을 마련해 주고 싶었다.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가장 큰 두려움은 바로 ‘창업실패’일 것이다. 창업에 실패한 사람도 차별받지 않고 얼마든지 재도전할 수 있는 ‘패자부활이 가능한 경기도’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다."

- 지난 2008년부터 경기도와 중기센터에서 예비창업자들을 대상으로 ‘G-창업교육’을 시작했다. 최근에는 기존의 창업지원금을 늘리고 멘토도 함께 지원한다는데.

"‘G-창업교육’은 예비창업자와 창업 1년 미만의 우수 아이템을 위한 프로젝트다, 성장가능성과 사업성 등을 고려한 창업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창업자에게 수원 중기센터와 시흥 비즈니스센터, 한경대, 고양 브로멕스타워 등 4곳에서 공동창업실 입주를 돕고, 시제품 제작 등에 필요한 창업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로봇, IT 등 혁신형 기술창업 분야를 확대했다. 창업교육 분야도 기본과정과 전문과정으로 세분화 해 기업가정신 함양에 도움이 되도록 사업내용을 마련했다."

- 현재 청년창업 지원정책이 지나치게 ‘경제적 지원’에 집중돼 있다는 의견이 있다.

"경제적 지원 외에도 중요한 것이 많다. 이를테면, 신생 창업기업과 기존 기업을 연결해 주는 기업과의 매칭(창업멘토), 투자유치 컨설팅, 아이디어의 사업화 지원과 각종 부담금 감면 제도 마련은 경제적 지원과 더불어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경기도는 G-창업프로젝트, 창업보육센터 운영지원, 경기벤처센터 운영지원 등이 창업보육센터 외 유관기관과의 협력해 다양한 분야 컨설팅과 시설 등 창업에 다각적으로 도움을 주도록 노력하고 있다."

- 많은 청년창업자들이 가시적 성과를 내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호소하더라. 지원 후 당장 성과를 보여달라는 강요를 받는다던데.

"경기도는 창업지원 1년 이후를 잣대로 성공 여부를 평가하지 않는다. 일자리 창출이나 매출증가액, 사업자 등록, 특허 지식재산권 취득 등 다양한 지표로 성과를 살핀다. 지원을 하고 난 이후에도 지속적인 사후관리와 연계 지원으로 창업기업이 강소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나갈 예정이다. 예를 들어 △G-베이스캠프(아이디어 구체화) △G-창업프로젝트(예비 및 1년 미만 초기창업자) △창업보육센터(창업 7년 미만) △경기벤처센터 등 성장단계별 맞춤형 지원으로 지속적인 기업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다."

- 중기청 등 정부부처, 대학 등 청년창업지원 기관이 다양하다. 지자체는 이들 사이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

"정부부처 사업이 지방의 매칭사업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사업을 발굴해야 한다. 앞으로 지자체에서는 예비 초기창업자를 육성하고, 중앙부처에서는 이후 성장단계별 지원 등의 역할분담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창업자의 단계별 지원구분이 체계화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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