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대·사범대 인적성 면접 새삼 주목…“더 확대할 것”

일반대학도 면접 등 강화 움직임…대입 지각변동 예고
‘인성의 점수화’ 가능한가… 평가 방식 더 논의돼야

[한국대학신문 김소연 기자]# 초등교사가 꿈인 수험생 A는 떨리는 마음으로 서울교대 정시모집 면접장에 들어섰다. 막연한 불안감이 엄습했다. 예상대로 정답이 없는 면접이었다. ‘무명교사 예찬’이라는 시가 제시됐다.

(전략)…게으른 자에게 생기를 불어주고/하고자 하는 자를 고무하며/방황하는 자를 확고하게 하여 주도다.//그는 스스로의 학문하는 즐거움을/젊은이에게 전해 주며/최고의 정신적 보물을 젊은이들과 더불어 나누도다.//그가 켜는 수많은 촛불/그 빛은 후일에 그에게 되돌아와 그를 기쁘게 하노니/이것이야 말로 그가 받는 보상이로다.…(후략)

면접관들은 주어진 시에서 가장 공감하는 부분과 그 이유를 물었다. 자신이 시인이 돼 시의 뒷부분을 창작해볼 것도 주문했다. A씨가 당황한 기색을 보이자 교사에 대한 정의나 명언 등을 말할 수 있는지 물었다.

서울교대의 2015학년도 정시 면접장의 모습이다. 올해도 인성과 적성을 심도있게 평가 할 수 있는 문항이 주를 이뤘다. 서울교대 면접은 A, B, C로 이어지는 3개의 방에서 각각 교직인성, 교직적성, 교직교양 영역에 맞춘 질문이 출제된다. 자기소개서를 기반으로 한 간단한 지원동기를 묻거나 특이한 관심사항, 전공 지식을 묻는 여타 모집단위의 면접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현재는 교대와 사범대, 일부 의대 등에서 시행해온 인성 면접이 앞으로는 대입의 핵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한 대학 입학처장은 “인성평가는 전체적으로 모든 대학이 2016~2017학년도 사이에 강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교육부가 내년 대입부터 인성평가를 강화하겠다고 천명했기 때문이다. 인성평가는 심지어 초중등교육부터 취업으로까지 이어지는 핵심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달 27일에는 경제5단체가 교육부와 국회, 문체부와 함께 ‘인성교육 실천을 위한 MOU를 맺기도 했다.

대학들은 인성 평가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면서, 벌써부터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한 구체적인 평가방법을 고심하는 분위기다. 인성평가 강화가 사교육 확대로 이어질 것인지에 대해선 일단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다만 어떤 방식으로든 완벽한 인성평가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논란은 불가피해 보인다.

■ “성적보다 인성”…인성평가 필요성엔 공감 = 교육부는 최근 대통령 새해업무보고에서 2017학년도부터 사범대와 교대를 시작으로 대학입시에서 인성평가를 강화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 '고교 정상화 기여대학 지원 사업'을 통해 대학입시에 인성을 반영한 대학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인센티브를 통해 대학들의 대입 인성평가 강화를 유도하겠다는 계산이다. 이 사업에는 올해 예산 510억 원이 편성돼 있다.

대학들도 인성평가에 공감을 표하고 있다. 유기환 전국입학처장협의회장(한국외대 입학처장)은 “대학들은 이미 인성평가에 대한 필요성에 공감하고 학생부종합전형에서 면접 등의 방식을 통해 인성요소를 평가 하고 있다”면서 “수험생의 점수 차이가 많이 나지 않는 상황에서, 면접은 당락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 전형요소가 됐다”고 말했다.

교대의 경우에는 지난 2012년 초등교사의 탈선 사건이 불거지면서 최근 몇 년 간 계속해서 인성평가를 강화하고 있다. 교육의 역할과 초등교사로서 사명감, 교직에 대한 이해, 잠재력 등을 평가하는 이른바 ‘교직 인·적성 면접’을 진행하고 있다. 때문에 교대 입시에서 면접은 필수 요소로 자리 잡았다. 처음에는 영어 지문을 해석하는 등 교과 지식을 묻는 문항이었지만 최근에는 교직 적성이나 교직 사명감을 파악할 수 있는 문항으로 바뀌는 추세다.

경인교대의 경우에는 개별면접과 집단면접을 진행한다. 집단면접에서는 안락사, 사형제도 등 찬반 토론이 아닌 한 가지 주제에 대해서 여러 사람이 의견을 모아 좋은 결론을 만들어 내는 ‘토의’를 하도록 하고 있다. 수험생들이 의견을 모으는 과정을 보고 인성을 평가하는 것이다.

정부 발표로 이런 추세는 더욱 강화된다. 서울교대는 2016학년도 수시모집에서 특정영역 집중 우수자 전형을 없애고 ‘교직인성 우수자 전형’을 신설하기로 했다. 또 특정 자격요건을 요구하는 소년소녀가정 전형, 기회균형선발 전형 등에서 최저학력 기준을 없애고 인성평가를 강화할 방침이다. 교직인성 우수자 전형으로 뽑은 인원도 100명으로 대폭 확대했다.

한성구 서울교대 입학사정관실장은 “인성에 집중해 학생을 뽑겠다는 기존 추세에서 비롯된 것”이라면서 “교사로서 지녀야할 사명감과 헌신, 사회공헌 의지 등을 중요 평가 방향으로 설정했다”고 밝혔다.

■ 개인의 인성, 객관적 평가 가능한가= 대학들이 공감대를 이루고 있는 만큼 이제 인성 평가의 객관성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인성평가가 주로 면접으로 진행되다보니 면접관의 주관성이 개입될 여지가 있고, 면접관의 성향이나 사고방식에 따라 결과가 좌우될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대학들은 인성평가를 몇 년 간 시행하면서 면접 진행 방식을 조금씩 바꿔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왔다. 경인교대 입학팀 관계자는 “인성평가 표준화 작업이 가장 중요한데 입학사정관 수를 늘리는 등 여러 시도를 했지만 문제는 여전했다”면서 “완벽한 평가 방법을 만들기란 매우 어려운 작업”이라고 털어놨다.

단 몇 분에 학생의 인성을 파악하기란 어려운 문제여서 대학들의 고민이 크다. 대학들은 주로 학생기록부와 자기소개서, 학생의 답변 등이 일치하는지를 눈여겨보면서 세세한 지표들을 나름대로 세워놓고 있는 실정이다. 만약 지원자가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초등학교 교사를 꿈꿔왔다면 그에 맞는 비교과 활동을 했는지, 일찌감치 꿈을 설정했으니 그에 맞는 어떤 활동을 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몇몇 대학들은 지원자에게 딜레마 상황을 주고, 이 상황에 본인이 놓있다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묻는다. 상황에 대한 대처 과정을 보며 인성을 평가하는 방식이다. 서울대 의대의 다중미니면접이 대표적이다. 이런 방식에도 반론이 존재한다. 내성적인 학생보다는 외향적인 학생이, 어눌한 학생보다는 달변가인 학생이 더 유리하다는 등의 지적이다.

고진호 동국대 입학처장은 “막연히 어떤 딜레마 상황을 주고 학생에게 물어볼 경우 임기응변에 강하고 말 잘하는 사람에게 훨씬 유리할 수 있다. 질문에 정답이 없는 경우 평가하기는 더욱 어렵다”면서 “상황윤리나 딜레마 상황에 대한 질문을 인성평가로서 할 수는 있지만 이는 1960년대 방법으로 너무 오래됐다. 새로운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고 처장은 “개인적으로는 비교과영역 평가를 더 강화해야하며 교사 추천 제도도 중요하다고 본다. 담임선생님이 학생에 대한 의견서를 내도록 하고 이를 바탕으로 입학사정관이 교우관계, 진로 등 고등학교 3년 생활의 개인적 경험을 질문하는 것이다. 그 학생이 가질 수 있는 특성에 기초해 지원자만을 위한 면접이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 논란 불가피…대학들, 재정지원사업과 연계 ‘당혹’ = 수능성적처럼 ‘줄세우기’가 불가능한 정성평가이다 보니 논란은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재정지원 사업과 연계해 대학들의 적극적인 인성평가 도입을 유도하겠다는 정부의 강경 드라이브도 반발을 사고 있다.

대학들 입장에서는 일단 올해부터 전형을 신설하거나 면접 비중을 바꿀 수는 없다. 대신 현재 시행하고 있는 수준에서 문항이나 면접 진행 방식, 학생생활기록부 비교과 활동을 주의 깊게 보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향후 인성평가를 점수화 하는 문제는 두고두고 논란이 예상된다. 사람의 인성이 점수화해 ‘줄 세우기’를 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니기 때문이다. 한성구 실장은 “인성평가가 인성이 좋은 학생을 골라내는 평가가 아니라 반대로 인성이 부적격한 학생, 심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학생 등을 가려내는 데 적용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유기환 회장은 “현재 대학들이 인성평가를 안하는 것이 아니다”며 “교육부가 사전에 대학이나 협의체와 아무런 논의도 없이 갑자기 인성평가를 강화하고 그리고 그런 대학에 인센티브를 주겠다며 재정지원 사업까지 연계해 대학들이 난감해 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 회장은 “기본적으로는 인성을 점수화 한다는 것 자체가 가능한지는 의문”이라면서 “그렇게 해서 인성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인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고교와 대학, 교육부가 함께 ‘인성교육’에 대해 논의하고 충분히 고민하는 것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또한 “인성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고 해서 사회문제를 교육으로, 교육에서도 지극히 일부분인 대입으로 해결하려는 접근법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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