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원(중앙대 교수/한국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 집행위원)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시상식에선 금메달을 목에 건 선수의 출신국 국가(國歌)가 울려 퍼진다. 유니버시아드(Universiade) 경기 시상식장의 분위기는 이와 사뭇 다르다. 스피커에서 국가가 흘러나오는 광경은 없다. 어떤 나라의 선수가 금메달을 땄건 간에 경기장에는 FISU(국제대학스포츠연맹) 공식찬가 ‘젊은이들의 노래’(Gaudeamus Igitur)가 나온다. 이념 갈등을 없애자는 차원에서 공식찬가가 연주되는 것이다.

유니버시아드의 시초는 192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프랑스 파리에서 '국제학생경기대회'가 처음 개최된 이후 1939년, 세계대전 때문에 중단되고 만다. 이념 갈등으로 세계대학스포츠기구 역시 사회주의국가, 민주주의 국가 중심으로 창립된 UIE와 FISU로 나뉘게 된다. 각각 대회를 마련해온 두 단체는 1959년 통합돼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첫 ‘유니버시아드’ 대회를 치른다.

U대회는 '국제대학스포츠연맹'이 주관해 2년마다(홀수년도) 열리는 세계 학생스포츠대회다. 1967년 일본 도쿄하계대회 때 공산권이 불참하고, 1970년 대회는 주최국이었던 포르투갈이 개최 직전에 대회를 반납하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지만, 승부를 떠나 세계 대학생들의 우정을 다지는 대회로 자리매김했다. 경쟁의 의미보다는 전 세계 대학생이 한데 어우러져 즐기는 축제로의 의미가 크다. 승패에 관계없이 참가선수단이 폐막식까지 체류, 경기와 함께 문화 행사를 즐기는 것이 그 이유다.

U대회는 동계, 하계로 나눠 치러지는데 최근에는 스페인과 슬로바키아에서 제27회 동계U대회가 진행됐다. 1월 24일부터 2월 14일까지 개최된 이번 대회에는 50개국 2500여명의 선수, 임원, 운영진들이 참여했다. 스키, 빙상, 아이스하키, 컬링, 바이애슬론 등 5개 종목, 11개 세부종목으로 나뉘어 치러진다. 우리나라는 슬로바키아에서 2종목 34명의 선수가, 스페인에서는 4종목 99명의 선수가 대회에 출전했다.

한국은 지금까지 두 번의 U대회를 열었다. 1997년 무주 동계U대회에 이어 2003년에는 대구에서 하계U대회를 개최했다. 올해 광주에서 세 번째 대회가 펼쳐진다.

광주U대회가 유독 세계인들에게 특별한 관심을 받고 있는 데는 이유가 있다. 스포츠를 통해 인류 평화를 실현하는 U대회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프로젝트가 진행된다는 점이다. 2012년 광주와 UN은 ‘UN스포츠개발평화사무국-2015광주U대회 공동 프로젝트 협약’을 체결했다. 이 협약에 따라 조직위는 한반도 평화와 세계 젊은이들의 비전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2015년까지 공동 추진하고 있다. 프로젝트는 세계 명사가 젊은이들의 멘토로 활약하는 ‘EPICS포럼’, 개발도상국 차세대 리더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유스리더십프로그램’ 등이다.

스포츠를 넘어 세계 젊은이들이 인류의 소중한 가치를 향해 함께 비상하는 도약대가 바로 ‘광주U대회’다. 이 글로벌 행사의 주인공은 바로 청년들이다. 준비하는 이들도, 대회를 즐길 이도, 젊은이들이 주축이 된다. 청년들은 광주에 모인 대학생들과 친구가 되고, 개인의 역량을 높이며 국제 경험을 쌓게 될 것이다.

U대회의 주인공은 대학생이다. 대학생들이 단순한 참관이 아니라 국제행사의 일원이 되어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 대학생들은 자신의 전공을 살려 국제무대에서 값진 경험을 얻을 수 있다. 수송, 시상, 의전 등 대회 전반에 걸쳐 자원봉사요원으로, 또는 통역요원의 역할을 맡아 발로 뛰게 된다. 세계 젊은이들의 작은 지구촌을 여는 문화행사도 다양하게 준비되고 있다. 대학생들의 에너지를 맘껏 발산하며 하나되는 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7월 11일부터 4일간 호남대에서 개최되는 FISU 컨퍼런스는 세계 석학들과 스포츠와 관련된 학문적 논의가 이뤄진다. 한국에서 이런 대학스포츠의 학술 프로그램을 접한다는 건 정말 귀한 기회가 될 것이다.

대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 없인 광주U대회의 성공 개최를 기대하긴 힘들다. 대학생들의 참여 분위기를 독려하는 데에는 대학의 역할이 크다.

더불어 U대회는 대학이 성장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대학은 U대회를 통해 세계 대학과의 스포츠, 학술, 문화, 예술 면에서 활발한 교류의 물꼬를 트게 된다. 대학들이 숙명처럼 내건 ‘세계화’의 숙제를 푸는 데도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할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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