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 "'기성회비 반환' 판결에도 불구 '꼼수법안'" 비난 커

[한국대학신문 이재 기자] 국회가 합의한 국립대학 재정·회계법(재정회계법)을 바라보는 대학생들의 실망감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국회와 교육부가 사실상 국립대 학생들이 제기한 기성회비 반환소송의 취지를 무시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국가가 책임져야 할 국립대 교육비를 결국 대학생과 학부모에게 또다시 전가시켰다며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3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굉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는 재정회계법에 합의했다. 국고지원금으로 이뤄진 일반회계와 기성회비로 이뤄진 기성회회계를 통합해 대학회계를 두는 것이 골자다.

이 법안은 폐지가 임박한 국공립대의 기성회회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의됐다. 지난 2010년 반값등록금 운동이 활발할 당시 국공립대 학생들은 징수근거가 미약한 기성회비가 사실상 국립대 등록금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며 이에 대한 반환소송을 국립대를 상대로 제기했다.

법원은 소송에서 잇달아 학생들의 손을 들어줬다. 기성회비 징수 근거가 교육부 훈령수준에 그치고 있어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등록금의 절반을 차지하는 기성회비를 폐지해 등록금을 절감하고 국가가 국립대 교육을 책임지는 형태의 개선을 요구하며 법원의 판결을 환영하고 나섰다.

그러나 국립대 기성회비 논란이 시작된 최근 3년간 학생들의 등록금 절감 요구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새누리당은 재정회계법을 발의해 국립대 회계시스템 전반을 일신하겠다고 나섰지만 발전기금을 모금하고 적립금을 쌓을 수 있게 한 반면 기성회비 해당분은 수업료로 통합 징수하도록 해 도리어 국립대에 기성회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을 받았다.

교육부와 국립대도 표면적으로는 기성회회계 문제 해결을 요구했으나 내심 재정회계법 제정에 찬성했다. 일부 국립대 관계자들은 사실상 재정회계법 제정을 기정사실화하고 회계시스템 개선을 추진하는 등 기성회회계 폐지대안으로 재정회계법에 무게를 뒀다. 재정회계법이 국립대에 재정자율권을 늘리고 또 수업료 인상권한을 부여하는 등 사실상 사립대수준의 운영자율권을 주고 있어 대학들로서는 반기지 않을 이유가 없는 셈이다.

반면 야당이 제기한 기성회 관련법은 논의의 중심에 놓이지 못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유은혜 의원과 정의당 정진후 의원은 각각 기성회회계에 관한 특례법안과 국립대학법안을 발의해 기성회회계에 상당하는 금액을 국고로 보조하고 등록금을 감면하는 방안들을 내놨다. 그러나 기획재정부 등의 반대에 부딪혀 큰 진전을 보지 못한 채 이번 재정회계법에 일부 취지가 반영되는 식으로 폐기됐다.

한국교원대 이슬기 총학생회장은 “기성회비 반환소송의 취지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합법적으로 기성회비를 납부하라는 격이나 다름없다. 국립대를 사립대화하고 국가가 책임져야할 교육비용을 도외시하는 행태가 매우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전남대 김한성 총학생회장은 “국회가 교육문제를 재정회계법 같은 꼼수법안으로 풀려는 행태가 매우 실망스럽다. 조속한 시일내에 학생들의 반대의사를 명확히 전달하겠다. 정부여당과 교육부가 교육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심각한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고 성토했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