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캠퍼스 2700명 거주, 위생문제까지 "어쩌나"

[한국대학신문 신나리 기자] 학기 중에 약 2700명이 머무는 연세대 국제캠퍼스 2기숙사의 보안과 위생에 구멍이 뚫렸다. 연세대가 국제캠퍼스 기숙사의 경비·청소 노동자의 인원을 감축하는 데 동의했다. 국제캠퍼스 기숙사는 완공 이래 외부인 출입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지난 2013년엔 기숙사안에서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다. 학생들은 이 사고 이외에도 여러 차례 성폭력 사건이 있었다며 불안감을 호소했다. 연세대는 "(성폭력 사건이)정확히 몇 건이 발생했는지 확인할 수 없다"고만 밝혔다. 학생들의 안전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됐지만 학교가 국제 캠퍼스 기숙사의 경비 인원을 감축해 24시간 학생들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기숙사의 초소가 결국 비게 됐다.

연세대 학생들은 안전이 위협받는다며 해고된 노동자들의 복직을 촉구하고 나섰다. 연세대는 경비가 초소에 가끔 없을 수도 있다며 학생 안전에 안일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말 국제캠퍼스 2기숙사에서 근무하는 경비·청소 노동자 22명은 한 용역 업체로부터 '해고 예정'을 통보받았다. 국제캠퍼스 기숙사의 청소·경비·행정업무를 담당하던 용역회사가 2015년 전체 72명의 인원 중 22명을 감원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노동자들은 국제캠퍼스의 학생이 늘어가며 기숙사의 청소와 안전을 강화하기도 모자란데 인원을 감축한다는 말에 농성을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노동자들은 연세대가 고용승계 방침을 밝혀 일단락될 것으로 기대했다. 연세대가 지난해 12월 26일 노조와 연세대 행정대외부총장, 총무처장 면담을 통해 "회사에 고용승계와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 지급을 공식적으로 요구했으며 정부가 제시한 용역근로자 보호지침을 준수하겠다는 근로조건 이행 확약서를 서면으로 제출받았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때의 협의가 기존 22명 노동자의 고용승계는 하되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임금을 삭감한다는 ‘꼼수’로 이용되면서다. 연세대와 3교대로 초소에서 근무하던 경비노동자를 2교대로 바꾸고 하루 8시간 근무하던 청소 노동자들에게 5.5시간만 근무하라고 통보한 것이다.

노동조건의 변화는 학생 안전·위생과 직결된다. 학기 중에 2기숙사에는 약 2700명의 학생이 거주한다. 변화된 조건에 따라 경비 노동자가 2교대로 격일제 근무를 하면, 경비 초소는 하루에 4시간이 비게 된다. 격일제 근무자들은 근무 중 4시간씩 휴게시간을 갖게 되어있기 때문이다. 결국 24시간 학생들이 생활하는 기숙사에 하루에 4시간씩 학생들의 안전을 지키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셈이다.

국제캠퍼스 2기숙사에서 경비로 일하는 임헌관(58) 씨는 “근무조건이 변할 때 가장 큰 문제는 초소가 비어 학생들의 안전이 보장되지 못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비노동자 심채섭(57) 씨 역시 “2교대 근무는 단순한 변화가 아니다”라며 “초소가 비는 시간 학생들의 안전은 누가 책임지나”고 말했다.

국제캠퍼스의 학생들 역시 경비노동자 없는 초소에 불안함을 호소했다. 홍현재(자유전공3) 씨는 “안 그래도 국제캠퍼스는 경비가 허술하기로 유명한 곳이다. 외부 사람들이 캠퍼스를 산책하고 식사하는 경우도 많다. 캠퍼스야 그럴 수 있다고 해도 학생들이 머무는 기숙사에는 외부인의 출입이 철저히 차단되어야 하는데, 초소가 비어있으면 위험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2013년 당시 국제 캠퍼스 기숙사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건을 떠올리며 연세대가 학생들의 안전에 관심이 없다고 비판하는 학생도 있다. 황윤기(언론홍보영상4)씨는 “국제캠퍼스 기숙사는 2013년에 성폭력 사건이 여러번 발생했다. 도난문제도 시급하다. 학생안전을 위해 경비 인력을 강화해도 부족한 데, 인원감축이 웬 말이냐”고 지적했다.

학교 측은 "외부인의 출입으로 인한 성폭력 사건은 아니었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학생들은 청소 노동자의 해고‧고용조건 변화로 인한 기숙사의 청결과 위생의 질이 떨어질 것도 염려했다. 홍현재(자유전공3) 씨는 “기숙사에는 하루에 어마어마한 양의 쓰레기가 쌓인다. 기존에 일하시던 분들로도 모자라 사람을 더 뽑아야 하는 상황이다. 인력 충원이 아니라 8시간 일하던 분들을 5.5시간 일하라고 하면 넘쳐나는 쓰레기와 기숙사의 청결은 누가 책임지나”고 물었다.

양동민(경제2) 씨는 적립금이 많기로 유명한 연세대가 학생들의 안전과 위생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양 씨는 “학교는 경비‧청소 노동자들의 인력감축을 예산 부족으로 설명한다. 하지만 연세대는 적립금이 상당한 학교 아니냐. 돈이 부족하다면 그건 백양로 프로젝트와 같은 무리한 공사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작년 8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연세대 적립금은 총 5113억 원으로 국내 사립대학 중 최상위 수준이다.

한편 용역업체 재입찰 과정에서 해고된 연세대 국제캠퍼스 기숙사 청소·경비노동자 22명은 지난달 14일부터 신촌 캠퍼스 본관 앞에서 천막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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