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설훈 교문위원장 주최 국회 토론회

▲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 설훈 의원은 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학술생태계 선순환을 위한 국회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날 설훈 의원은 민관학의 학술논문 무상공개에 대해 활발한 토론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토론회 개최 취지를 설명했다. (사진=차현아 기자)

[한국대학신문 차현아 기자] 학술 논문의 공공 접근권과 저자의 저작권이 충돌한다면 어떤 것을 우선시해야 할까.

2일 국회의원회관에서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설훈 의원 주최로 열린 ‘학술논문 무상공개,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민·관·학계가 학술 논문의 무상공개를 두고 찬반 토론을 진행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한국연구재단의 공개접근 정책의 실효성과 타당성을 두고 논쟁을 벌였다. 또한 학술 논문의 공개접근 정책이 학술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각 분야 전문가들이 의견을 교환했다.

한국연구재단의 공개접근 정책은 크게 다섯 가지로 이뤄지고 있다. 한국학술지인용색인(KCI)에 게재된 100만건의 논문 중 30만건을 무료 접근으로 공개하고 기초학문자료센터(KRM) 50만건 중 원문 30만건을 무료로 공개하는 정책이다. 이 외에도 한국연구재단으로부터 연구비를 받은 인문사회과학분야의 논문을 KCI에 기탁하는 것을 의무화하거나, 국내학술지 지원사업 신청 요강에 공개접근 항목 강화, 우수 학술지 지원사업 평가 중 오픈엑세스 정책 추진 여부에 가산점 부여 등의 정책이 있다. 또한 학회로부터 학술지 논문의 원문 공개 동의서를 확보하고 공개하는 정책도 추진되고 있다.

공개접근 정책에 대해 발제를 맡은 허선 한림대 의대 교수는 한국연구재단의 공개접근 정책이 학술지의 영향력 지수(Impact factor)의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긍정적인 지점을 짚었다. 허 교수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외국에서의 KCI 접근 빈도가 2012년부터 2013년까지 1년사이에 10배 증가했다. 결국 우리나라 학문 성과의 국제적 교류에 기여해 학문 한류에도 큰 공헌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허 교수는 “이미 논문의 공개접근은 학술지 출판 시장에서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 대세”라며 “국가 차원의 학술지 지원을 늘리고 세계 시장에서 한국 학술지의 학문적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공개접근 정책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저작권 침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논문은 기본적으로 저자의 사상과 생각이 담긴 창작물로 봐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연구재단의 공개접근 정책이 저자와 학회 등의 의사에 반하는 차원에서 이뤄질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토론의 발제를 맡은 임상혁 숭실대 교수(법학과)는 “한국연구재단은 현재 평가권력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연구재단이 학회에 논문 원문공개 동의서를 요구하는 것은 사실상 학자에게 저작권을 포기하라고 강요하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관이 주도해 학술 생태계를 좌우하는 상황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해외는 글로벌 거대 출판사의 가격 횡포에 대항해 공개접근 정책이 추진됐다. 반면 우리나라는 학술논문 시장이 채 형성되기 전부터 이미 관 주도의 공개접근 정책이 이뤄졌다. 이 때문에 민간 학술 업체의 피해도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최순일 전자출판산업협회 이사는 “공개접근 정책으로 민간 학술논문 업체가 붕괴하면 글로벌 거대 출판사가 우리나라 논문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 결국 거액의 저작권료를 외국 학술논문 사이트를 통해 역수입하는 상황도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이후 이어진 토론에서는 한국연구재단 차원의 공개접근 정책의 보완과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 학회와 저자 간 저작권 문제부터 해결 후 공개 접근 정책이 적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현철 한국저작권위원회 정책연구실장은 “공개접근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기 위해서는 저작권 문제 해결이 우선돼야 한다. 기본적으로 저작권은 당사자 간 계약에 의한 자율 결정에 의해서 적용하는 것이 옳다. 보충적인 차원에서만 법제도적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손정달 한국문예학술저작권협회 사무국장은 “학회가 논문 게재를 조건으로 저작권을 양도받는 경우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이 경우 논문을 학회가 무료로 공개하게 되면 학회와 저자 간 법적 분쟁 발생 우려가 크다”며 “학술 저작권자의 저작권을 존중하는 한편 민간 업체나 저작권 관리 단체와의 충돌 없이 민관이 상생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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