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논의 수능역할 고민보다 대중영합적 '쉬운 수능'에 매몰

[한국대학신문 이우희 기자] 최근 정부와 야당의 수능대책이 잇따라 나온 가운데, 양쪽 모두 '대학수학능력시험' 본연의 기능 회복에는 관심이 없고 '오류가 없이 쉬운 수능'을 추진하는데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EBS연계율을 손대지 않고서 수능개선을 이야기하는 것은 지엽적인 논의에 불과하며 근본적으로 무의미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부는 지난 17일 올해 수능부터 문항 출제시에 최신 학설과 통계를 적극 반영해 오류를 줄이겠다는 수능 개선안을 내놨다. 또 수능 전략을 세울때는 외부전문가를 중심으로 수능분석위원회를 구성해 전문성을 높이고, 탐구영역 출제위원을 증원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교수나 박사급 인력을 포함한 검토위원단을 출제위원단과 분리해 검토위원의 의견이 수능에 적극 반영하기로 했다.

19일에는 수능대책특별위원회(위원장 안민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수능특위)가 수능 오류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선 평가원의 수능업무를 교육부로 이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영역별 수능출제 위원이 특정대학 선후배로 구성되는 '수능 마피아'를 방지하기 위해 특정대학 출신 비율을 현행 50% 이하에서 30% 이하로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줄세우기 식 상대평가 방식보다는 성취수준을 평가하는 절대평가의 전과목 도입을 추진하겠다는 방침도 세웠다.

정부와 야당의 수능개선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공통점은 수능과 EBS교재와의 연계율을 현행 70%로 유지하겠다는 내용이다. 그동안 상당수 입시 전문가들과 언론은 EBS연계율 정책의 각종 부작용을 지적하며 수능제도의 근본적인 해결을 촉구해온 점을 감안하면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는 "수능이라는 것은 '평가도구'라는 근본 방향으로 가야하는데, 정치권 논의가 너무 인기영합적으로 흐르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수능을 쉽게 내 학습부담을 줄이는 것이 목적이라면 아예 수능을 없애면 간단하다"고 일침을 놨다. 오 이사는 또 "입시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경쟁이 사라지지 않는 한 완벽하게 '개선'될 수 없다"며 "절대평가를 도입한다면 일부 학생들은 좋아할 수도 있지만 피해를 보는 학생들도 많고, 대학들은 수능을 대신할 평가도구를 도입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치우 비상교육입시평가 연구실장도 정치권의 논의가 변죽만을 울린다고 비판했다. 이 실장은 "교육부는 교과서를 바탕으로 성실하게 공부한 학생이라면 수능에서도 좋은 성적을 받도록 하는 것이 기본방침이라고 해 놓고 실제로는 EBS를 볼 수밖에 없도록 만든 것은 모순적"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수능 개선은 간단하다. 이럴때일수록 기본 취지에 충실하고 교육과정을 잘 반영하는 방향으로 가면 된다. 수능시험의 파행을 초래하는 근본 원인인 EBS연계율을 못박아 두고서, 어떻게 수능을 오류없이 쉽게 낼까를 고민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는 EBS연계율을 손대지 못하는 상황을 "지팡이를 짚고 걷다보니까 이젠 지팡이를 버리고는 걸을수 없게 된 상황"으로 비유했다. 이 평가이사는 "입시전문가들은 동의하지 않지만 정부는 EBS연계 정책이 사교육비 절감에 효과가 높다고 보고 있다"면서 "EBS연계율을 못 박지 않고 그냥 '연계한다'고만 하는 것이 출제위원들의 자율성도 높이면서 공교육을 위축시키지 않고, 나아가 시험 본래의 기능을 살릴 수 있는 묘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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