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성원들 “박승철 전 이사장 이사직도 사퇴해야” 종전재단 복귀엔 “지켜보자”

[한국대학신문 차현아 기자] 박승철 전 경기대 이사장이 전격사퇴하고 손종국 전 경기대 총장의 친누나인 손희자 전 뉴저지대 교수가 선임되자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기대는 지난달 28일 박 전 이사장이 사퇴하고 공석이 된 이사장직에 손희자 전 교수가 선임됐다고 지난 16일 밝혔다. 손 이사장은 총장 재임 중 교비 49억원을 횡령해 징역형을 선고 받은 손종국 전 총장의 친누나다. 비리혐의로 물러났던 손 전 총장의 친인척이 이사장으로 선임됐다는 점 때문에 사실상의 종전재단 복귀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박 전 이사장의 전격사퇴는 종전재단의 ‘무혈입성’을 도운 격이라 그 배경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경기대 정상화를 위해 파견됐던 박승철 전 이사장의 전격적인 사퇴는 구성원들에게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지난 2012년 교육과학기술부(現 교육부)는 손종국 전 총장 비리로 내홍을 겪는 경기대의 정상화를 위해 박 전 이사장을 정이사로 파견했다. 박 전 이사장은 교육부 대학구조개혁위원회 초대위원을 역임한 대학구조조정 전문가다. 학부교육선도대학 육성사업 등을 설계한 교육통으로 알려져있다. 박 전 이사장은 임시이사로 파견된 3개월 뒤인 2012년 11월 경기대 이사장으로 선임되면서 사실상 종전재단 복귀와 경기대 정상화를 가르는 최전선에 섰다.

박 전 이사장은 내홍을 겪은 경기대의 정상화를 위해 사실상 전권을 쥐게 됐다. 경기대의 교수채용절차에 면접관으로 참여하는가 하면 노동조합과의 협상에도 전면적으로 개입했다. 이밖에 대학 내 의사결정기구를 간소화하고 대규모 학과구조조정을 주도해 학생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하기도 했다. 박 전 이사장은 광교 테크노밸리와 경기대 간 산학협력을 주도하는 등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갔다.

교수와 직원 인사에도 큰 관심을 기울였다. 최종 인사권자라는 이유도 있다. ‘제대로 된’ 교수와 직원을 발탁해야만 학교 발전이 가능하다는 박 전 이사장 개인의 소신도 깔려있기도 했다. 인사 문제의 큰 개혁을 주창했던 박 전 이사장과 일부 구성원들 간 갈등은 불가피했다. 직원 인사 뿐만아니라 교수 채용, 보직교수 임명 등 인사 전반에서 충돌이 발생했다. 일부 인사 과정은 ‘박 전 이사장이 지나쳤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해 12월 서울중앙지법에서는 법학과 교수 채용 과정 중 박 전 이사장이 개별 면접을 통해 교수를 특혜채용했다는 판결도 있었다.

■ 종전재단 복귀 막기 위한 이사회 주도권 경쟁=박 전 이사장은 이사회의 캐스팅보트다. 학교법인 경기학원 이사회는 이사장 포함 총 7명의 이사로 구성돼 있다. 4명은 종전재단 측에서 선임했거나 종전재단 측 인사로 분류한다. 두 명은 구성원 추천 이사로 ‘반 종전재단’ 진영 인물들로 본다. 이사회 내 안건 심의에서 과반수인 5명이 찬성할 경우 과반수 의견으로 정관 개정과 총장 해임까지 가능하다. 박 전 이사장은 교육부 파견 정이사로 가장 중립적인 위치에 있다. 그의 행보에 따라 종전재단 측의 영향력이 막강해질 수도, 종전재단 측의 복귀 저지에 힘을 실을 수도 있다. 박 전 이사장의 인사권 남용을 크게 문제 삼을 수 없었던 데엔 이런 배경이 깔려있다.

박 전 이사장은 이사회를 '4대 3' 구도로 만들었다. 경기대로 파견됐던 2012년 당시 박 전 이사장도 ‘종전재단 복귀 저지’에 일정 부분 공감을 표했다. 교수회와 노동조합, 서울캠퍼스 총학생회 등 종전재단 반대에 기치를 든 구성원 단체들은 종전재단 복귀 반대를 강하게 외칠 수 있었다. 경기대는 1993년 종전재단 반대 투쟁 당시 종전재단 측이 휘두른 폭력에 학생 한 명이 후유증으로 사망한 사건을 겪기도 했다. 경기대의 '상흔'과 이사회에서의 유리한 구도는 종전재단 반대 깃발 아래 구성원들을 뭉치게 했다. 

분위기가 바뀐 건 지난해 교육부 정이사 선임과정 막바지에 이르러서다. 지난해 12월 교육부 산하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는 종전재단 측 추천 후보인 조신행 이사를 최종 선임했다. 이즈음 박 전 이사장은 기존과는 다른 입장을 취했다. 교육부에 의해 ‘중립적이고 합리적인 인사’ 선임이 가능하다면 종전재단 측의 정이사 후보 추천 절차도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표한 것이다.

박 전 이사장이 전적으로 종전재단 복귀를 외칠 수 없었던 이유는 관선인사라는 배경도 있다. 자신을 경기대에 파견한 교육부와 사분위가 경기대 구성원들의 강한 반대 목소리를 거스르면서까지 종전재단 측 후보의 정이사 선임을 끌고 나가는 상황에서 다만 ‘중립적이고 합리적인 인사’ 정도의 조건 제시밖에 할 수 없었다. 

실제로 박 전 이사장은 종전재단 측이 합리적이고 투명하게 학교를 운영한다면 굳이 종전재단 복귀를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봤다. 손 이사장이 합리적인 인사라는 학내 평가도 한 몫했다. 경기대의 모 교수는 “(남매지만)손종국 전 총장과 손희자 이사장은 다를 것이란 기대가 있다. 손 이사장은 중고등학교 이사장도 역임했다. 교육기관 운영에 대해 잘 안다. 경기학원 이사직 수행 당시도 합리적인 모습들을 많이 보여줬다. 기대해볼만한 인물”이라고 전했다.

▲ 경기대에는 학생회와 교수회, 직원 등이 박승철 전 이사장을 비난하는 내용의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사진=차현아 기자)

■ 구성원들 박 전 이사장에 “배신감” 반발= 지난해 12월 정이사 파견 후 박 전 이사장의 이사장직 사퇴와 손희자 전 교수의 이사장 선임 등 일련의 과정은 약 두 달 남짓한 기간 안에 빠르게 이뤄졌다. 결정적 계기는 박 전 이사장의 지난 2월 성균관대 교수직 정년퇴임과 가천대 특임부총장 겸 석좌교수 임명이다. 2월 말 박 전 이사장은 사퇴의사를 밝히며 이사장 직무대행을 손희자 전 교수로 지정했고, 손 전 교수는 지난 16일 이사장으로 선임됐다.

구성원 대표들은 박 전 이사장을 향해 비난의 화살을 쏟아내고 있다. 대학 이사장이었던 인물이 ‘고작 부총장직’ 제안을 수락하며 사퇴했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그동안의 인사 갈등에도 불구 박 전 이사장에 대한 불만 표출을 참아왔던 점, 그럼에도 종전재단 측의 손을 들어준 데에 대한 ‘배신감’도 깔려있다. 교육부 차원에서 종전재단 복귀를 승인해준 상황을 뒤집을 수 없다는 현실적 이유도 존재한다. 또한 박 전 이사장이 이사직에서도 물러나는 것이 유리하다는 계산도 있다. 이사회 정관 해석에 따라 이사회 구성을 다시 4대 3 구도로 만들 수 있는 가능성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구성원들은 “박 전 이사장은 이사직을 내려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기대는 이제 손 이사장의 행보를 지켜보고 있다. 손 이사장과 종전재단이 법인책무성을 얼마만큼 수행하느냐가 관건이다. 경기대의 모 직원은 “이미 상황은 종전재단 복귀로 결정됐다. 학교를 되찾은 만큼 이들이 얼마나 책임감 있게 법인전입금 부담 등을 이행하느냐를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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