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유학생 9만명 시대…입장 대변할 창구 필요해
외국인 유학생 9만명 시대…입장 대변할 창구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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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생 1000명 넘는 대학 중 경희대만 유학생회 있어

# 서울 모 대학에 다니는 중국인 유학생 A씨는 전공 교수에게 황당한 이야기를 들었다. “유학생들은 이 수업을 수강하지 말라”는 말이었다. 교수에게 문제 제기를 했지만 수업 커리큘럼상 외국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을 수 있어서란 답이 돌아왔다. A씨는 조별 과제를 할 때도 차별을 경험했다. 한국 학생들이 A씨와 같은 조에서 과제를 하면 점수를 낮게 받을 수 있다며 거부했기 때문이다. A씨는 도움 청할 곳도 찾지 못한 채 휴학을 고민 중이다.

[한국대학신문 김소연 기자·이아현 학생기자] 지난해 기준 외국인 유학생은 8만 4891명으로 외국인 유학생 9만 명시대가 도래했지만 정작 외국인 유학생들이 한국 대학 생활에서 목소리를 내는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학생들이 도움을 받을 곳이 마땅치 않아 고향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유학생들의 입장과 목소리를 대변해줄 수 있는 외국인 유학생 학생회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 외국인 유학생 학부과정 기준 순위 (자료=교육부)

지난해 11월 교육부가 공개한 대학별 국내 외국인 유학생 통계에 따르면 외국인 유학생 학부생 기준으로 가장 많은 대학 10개 중 외국인 유학생 학생회가 있는 대학은 경희대 한 곳뿐이다. 학부생을 기준으로 1000명이 넘는 대학들 대부분 학생들 자체적으로 친목도모를 위해 모임을 만드는 수준이다. 몇몇 학교에서는 외국인 유학생 학생회를 만드는 움직임도 있었으나 구체화되지 않는 실정이다.

외국인 유학생들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줄 수 있는 유학생 학생회가 학교와 학생 사이에서 통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대학 내 설치된 유학생지원센터는 주로 학업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어 보다 폭 넓은 정보 교류나 유학생 고충을 전달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란에서 온 유학생 에릭씨는 “한국에 와서 집을 구할 때 어려움을 겪었다. 언어도 안 통하고 정보도 없어 힘들었다”면서 “유학생 총학생회가 있으면 학업뿐 아니라 한국 생활 전반에 도움을 나눌 수 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D대에 다니는 중국 유학생도 “유학생끼리 정보를 공유하고 있지만 체계적이고 조직적이지 않아 한계가 있다. 학교 내에 유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유학생 학생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경희대는 학부과정 외국인 유학생이 1473명으로 가장 많은 대학이다. 지난 2012년부터 외국인 유학생 학생회가 출범해 유학생들이 직접 투표로 회장을 선출하고 있다. 총유학생회는 유학생들이 한국 대학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고 유학생 복지와 권리를 위해 입장을 대변하는 공식 기구다. 몽골에서 온 오아랑 외국인 총유학생회 학생회장(무역학 3)은 “경희대에는 다른 학교에 비해 학생들이 기댈 수 있는 총유학생회가 있어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신입생 환영회에서 수강신청도 도와주고 총유학생회를 알리면서 참여를 유도한다. 한국 학생과 외국인 학생 간 보이지 않는 벽을 허물기 위해 친밀 프로그램을 계획하는 등 다양한 국적 학생들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학들은 외국인 유학생회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운영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모 대학 국제지원 관계자는 “궁극적으론 총유학생회가 만들어져 유학생의 권리나 입장을 대변하는 방향은 맞다”면서도 “아직까지 학생들이 자체적으로 만들지 않는 상황이고 또 중국학생이 많다보니 자칫 중국 학생들의 입장만을 대변하는 학생회로 운영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주재술 UNIST 입학정책기획팀장은 “유학생들에게 한국 생활, 장학, 대학정책 등에 대한 의견과 입장을 공식적으로 전달할 창구가 필요하다”면서 “외국인 유학생과 학교가 소통할 수 있는 학생회 운영은 좋은 점이 더 많다”고 강조했다.

외국인 유학생의 적응을 돕고 외국인 유학생 유치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 유학생 네트워크 강화를 위한 도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외국인 유학생이 많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학생회 역할은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대학교육연구소 김삼호 연구원은 “외국인유학생도 대학 구성원으로서 자치권을 누릴 권리가 필요하다. 기존 총학생회와 외국인유학생회가 조화를 이뤄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자억 한중교육교류회 회장(한국교육개발원 선임연구위원)은 “중국인들 같은 경우 대사관에서 관리해 전국에 있는 중국인 유학생 조직도 있다. 학교 내에 학생회를 유학생들이 만들어 입장을 전달하는 것은 좋은 방향”이라면서도 “유학생 수가 작은 학교에서는 이런 부분까지 신경을 쓰지 못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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