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정윤희 기자] ‘고등교육 개혁과 지방대학 육성’ 기조가 정부 대학재정지원사업의 기반이었지만 사실상 수도권대학과 지방대학의 격차는 더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는 지방대육성법이 ‘지방대 살리기’에 실효를 거두지 못할 것이란 비관론이 제기되는 배경에는 그간의 정부정책에 대한 불신이 자리한다.

정부는 지방대 살리기를 말하고 있지만 실제 수도권대학과 지방대 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점차 심화돼 왔다.

지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이명박정부 5년간 교육부의 대학재정지원사업에서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 한양대 등 수도권 5개 대학이 차지한 국고지원액은 전체의 22.5%에 달했다. 특히 재정지원을 받은 상위 10위권 대학 중 수도권의 사립대들은 전체 지원금액의 13.2%를 차지한 반면, 10위권 내 진입한 지방 사립대는 포스텍을 제외하고 단 한 곳도 없다. 포스텍은 일반 사립대와 사정이 다른만큼 단 한 곳도 없다고 보는 게 정확하다.

김정희 부산대 교수(NGO학 협동과정)는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정부 이들 세 정부 모두 ‘평가와 재정지원 연계를 통한 대학의 다양화, 특성화 촉진’을 표방했으나 특성화 대신 획일화를 부추기는 방향으로 진행됐다”며 “수도권 지역 중 대학에 대한 편중지원 문제도 해소되지 않았다”고 평했다.

참여정부는 2004년부터 2008년까지 누리사업(NURI, 지방대학혁신역량강화사업)을 역점사업으로 추진했다. 지방대 특성화와 지역혁신체계 구축을 목표로 사업예산을 비수도권 권역별로 배분, 권역 내에서는 선택과 집중 방식을 채택해 우수한 사업단에 집중지원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5년간 순수 지원예산만 1조1957억원을 소요한 누리사업은 지방대의 교원 확보, 신입생 충원, 학생 취업률 제고 등 다소 성과를 거뒀으나, 거점대학과 비거점대학, 국립대와 사립대 등의 구분없이 무차별경쟁을 유도, ‘지방대학의 특성화 발전’이란 정책목표에는 이르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MB정부는 지방대학원 특화분야 육성사업(400억 원)과 KAIST(한국과학기술원)·GIST(광주과학기술원) 지원, ‘세계수준의 연구중심대학육성사업(250억 원)’ 등을 통합해 ‘세계수준의연구중심대학(WCU)육성사업’을 구현했다.

하지만 수도권 대학은 전체 지원 금액의 52.3%를 받는 등 수도권 주요 대학과 특수목적대학에 지원이 편중되고, 지역균형에 대한 고려없이 기존의 ‘지방대학 특화분야 육성사업’을 통폐합해 신설함으로써 지방대학에 대한 지원 감소를 초래했다.

박근혜정부는 지난 2006년부터 2012년까지 진행된 2단계 BK21과 이명박정부의 WCU 업을 통합해 BK21플러스 사업을 내놨다. BK21플러스 사업은 7년간 총 1조8000억원 지원된 2단계 BK21사업 후속으로, 지역우수대학원 지원비중을 이전의 2단계 BK21·WCU 사업 대비 전체 예산은 24%에서 35%로, 전체사업단(팀)은 25%에서 44%로 각각 확대했다.

그러나 BK21플러스 사업의 경우도 2단계 BK21사업 결과와 마찬가지로 수도권 지원 금액이 전체 지원의 57.6%를 차지해 수도권 편중지원 현상은 지속되고 있다.

김정희 교수는 이를 두고 “경쟁 우위에 있는 수도권 대학과 상대적 열위에 있는 지방대가 대다수 재정지원사업에서 일괄평가되고, 지원대상 선정에선 학교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모든 대학이 참여하도록 해 무차별 경쟁을 유도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수도권 대학이 지역 학생을 대거 흡수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취업률와 학생 충원률과 같은 정량평가 지표를 사용해, 전국의 대학을 일괄평가하는 현재의 구조조정방식은 지방대에 불리할 수 밖에 없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구조개혁, 재정지원사업도 수도권, 동남권, 호남권 등 광역권역별 평가체제로 바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방대육성법 역시 실효성에 대한 확신을 얻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지방대 기피 현상을 막기 위해 30년전인 1985년에도 정부투자기관 공채 전환, 1989년엔 정부투자기관 지방대학 인재 50% 채용 의무화 등을 시행했다. 하지만 이들 정책 역시 지방대를 살리진 못했다. 뿌리깊은 대학서열화가 남아 있는 한 지역인재 채용이 지방대 살리기의 역할을 해내지 못할 것이란 비판은 이 때문이다

최인호 충남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공무원 시험처럼 공공기관에 ‘지역인재 선발 의무화’를 강화하지 않는 한 지역인재 채용 활성화은 사실상 기대하기 어렵다”며 “지방대학이 경쟁력 강화를 통해 기존의 ‘대학서열화’를 무너뜨리지 않는 한 지방인재 육성방안의 근본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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