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령인구 감소국면 해결 대책은 평가 통한 감축 근거법안 '시급'
운영부실 책임 대학에 묻는 것은 불합리 경영진 평가해야

[한국대학신문 이재 기자] 국회를 바라보는 대학가의 시선이 어둡다. 지난 3일부터 대학구조개혁평가가 본격적인 절차에 돌입한 데 이어 지난 7일 개의한 4월 임시국회에서 ‘대학구조개혁법(대학평가 및 구조조정에 관한 법률안)’의 통과를 위한 논의가 진행됐기 때문이다. 이날 논의는 찬반 양측이 평행선을 달리며 끝났다. 일각에서는 법안이 안고 있는 여러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법이 통과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7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상임위원회 첫 일정으로 대학구조개혁법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미 지난 3일부터 대학평가를 시작한 교육부로서는 소송 등의 문제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법제정이 시급하다. ‘먹튀법안’ ‘대학구조조정법’ 등으로 불리는 이 법안에 대한 공청회를 연다는 소식에 대학가가 발칵 뒤집혔다. 일부 교수는 공청회에 합의한 야당을 규탄할 정도로 크게 반발했다.

박순준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이사장은 “학생을 가르치고 연구에 몰두해야 할 교수들이 이렇게 거리로 나왔다. 구성원의 의사도 묻지 않고 일방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수 틀리면 먹튀까지 할 수 있도록 한 법안은 반드시 폐기돼야 한다”고 말했다.

■ 공익성 침해·일방통행 논란에도 법안마련 ‘시급’ 주장= ‘시급하다’는 표현은 7일 공청회에서 특히 정부여당 측 패널들에 의해 자주 언급됐다.

공청회에서 진술인으로 발언한 박경미 홍익대 수학과 교수는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오는 2023년에는 고교 졸업자수보다 대학 입학정원이 16만명 많아진다. 이 수치는 보수적으로 계산한 것”이라며 “대학이 급작스럽게 문을 닫을 때 발생할 막대한 타격을 고려해 정부의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논란을 빚고 있는 자진해산 학교법인에 대한 재산특례에 대해서도 “공익성을 다소 침해하지만 상황이 시급하므로 필요하다”는 논리를 폈다.

당정협의회를 열고 교육부와 대학구조개혁법 통과를 논의한 새누리당 의원들의 이날 입장은 대체로 같았다. 새누리당 강은희 의원은 “지금 법적 근거 마련이 시급하다. 대학 평가를 통한 구조조정 과정에서 소송전도 예상되기 때문”이라며 “수년 안에 현재 정원의 절반에 가까운 정원이 줄어들 상황이다.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 타당·공정·정합성 결여된 부실평가 … 입법 시급하지 않아= 이견은 크다. 평가가 합리적인 입학정원 감축방법이라는 데 반대하는 주장도 거세다. 임재홍 한국방송대 법학과 교수는 “대학이란 다수의 학문 계열과 수많은 전공, 수천명의 구성원이 모인 복합적인 구성체다. 몇 개의 지표만으로 수많은 대학을 획일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지난 이명박정부에서도 취업률과 재학생 충원율로 획일적인 평가를 무리하게 시도했다. 시행결과 문제점이 속출해 사회적 비판의 대상이 된 바 있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에서 마저도 부정적 목소리가 나왔다. 이종훈 의원은 “평가는 타당성과 공정성, 정합성의 요소를 갖춰야 한다. 그러나 현행 대학평가는 이 요소들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평가지표를 충족해도 대학이 좋아지지 않아 타당성이 부족하다, 또 법안엔 구조조정 개념만 있고 법안의 입법취지인 구조개혁에 관한 지향점은 없다. 정합성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현행법으로도 충분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수연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고등교육법 시행령 상 교육부는 이미 정원감축 권한을 갖고 있다. 대학운영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대학들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특히 교원과 교지, 교사 법정부담전입금 등 반드시 필요한 교육과 운영지표를 미달할 경우 현행법대로만 규제해도 수도권은 10.9%, 지방은 9%대의 정원감축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법률 없이도 기존 법정기준에 따라 교육부가 관리감독만 제대로 해도 수도권 중심의 정원감축은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 “경영진 책임을 대학본부에 묻는 것은 불합리” … 법인평가 시급= 교수들은 정작 시급한 것은 법인평가라고 강조했다. 대학 경쟁력을 약화시키거나 중대한 경영실책을 저지른 대학경영진에 대한 평가도 포함시켜 퇴출도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교육부는 대학평가에서 법인관련 지표를 삭제하는 등 법인운영을 평가할 수 있는 지표를 축소했다. 반면 학사관리와 교육과정 등 대학의 자율적인 권한으로 인정돼온 분야를 평가대상에 포함시켜 반발을 사고 있다.

비리사학 소속 교수일수록 법인평가에 대한 요구는 더 거세다. 정대화 상지대 교수는 “경영비리나 부실경영을 일삼은 재단으로 인해 대학의 질이 하락했다면 경영진에 책임을 묻고 대학을 정상화해야 한다. 부실경영의 책임을 경영진이 아닌 대학에 물어 입학정원 감축 등의 불이익을 받게 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대학 운영진만 교체하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대학 폐쇄나 대학 구조조정을 야기한다면 또 다른 사회문제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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