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비율 3명 이상, 비밀유지조항 제외, 회의소집권 확보 등 요구

[한국대학신문 이재 기자] 국립대 등록금 인하를 위해 학생들이 추진했던 기성회비 반환소송이 국립대 회계법(국립대학의 회계 설치 및 재정 운영에 관한 법률안) 제정으로 사실상 소득없이 끝났다. 기성회비가 국립대 등록금의 80%에 육박한 상황에서 소송을 진행한 학생들은 기성회비의 불법성 등을 밝히며 기세를 올렸지만 구체적인 법안마련 과정에서 국립대 회계법 제정을 밀어부친 교육부에 맞서 ‘유권자의 힘’을 결집시키진 못했다는 평가다.

잔치는 끝났지만 성과가 없진 않다. 재정위원회다. 국립대 회계법상 재정위원회는 국립대 예산편성과 집행 등 국립대 재정에 대한 모든 접근권한을 갖고 있다. 국가로 따지면 의회다. 결정권한을 위임받진 못했지만 대신 국립대 총장은 재정위원회의심의·의결 결과를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는 조항을 뒀다. 등록금 책정을 위해 구성원의 의견을 듣는다면서도 요식행위에 그쳤던 등록금심의위원회나 각 대학이 자율적으로 운영했던 재정위원회에 비해 진일보한 규정인 셈이다.

등록금인하에 실패한 국립대 학생들 입장에서는 놓칠 수 없는 위원회다. 전문가들은 재정위원회가 제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학생위원 2명 이상 포함 △비밀유지 조항 제외 △수준 높은 회의록 공개 △회의소집권한 분배 등이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 학생위원비율은 재정위원회 성패의 모든 것= 재정위원회에 참석하는 학생위원의 비율은 사실상 재정위원회의 모든 것이나 다름 없다. 재정위원회가 제아무리 대학재정을 모두 접근할 수 있다고 해도 학생위원이 의결에 영향력을 미칠 정도가 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현행 규정에 따른 학생위원의 최소치는 2명이다. 국립대 회계법 상 재정위원회 규정을 보면 재정위원회는 11~15명 규모로 대학이 자율적으로 결정하고, 교원과 직원·학생으로 구성된 일반직위원과 당연직위원으로 구성된다. 이 때 일반직위원은 위원회 구성 정수의 과반을 넘어야 하고, 교원과 직원·학생위원 각각 2명 이상 편성돼야 한다.

교원·직원·학생을 각각 2명 이상 포함하려는 대학은 사실상 없다. 대신 재정전문가와 대학발전기여자 등을 일반직위원에 포함시켜 과반을 넘기려는 대학이 많다. 현행 등심위 구성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 때문에 전남대 등 일부 대학 총학생회는 학생위원 등 학내 구성원의 위원비율을 3명까지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한성 전남대 총학생회장은 “학생참여를 법으로 명시한 부분은 긍정적이나 회계전문가나 대학발전기여자 등을 일반직으로 포함시키면 사실상 대학본부의 입맛에 맞는 구성에 그치고 말 것이다. 제도가 학내 구성원의 참여에 있기 때문에 이를 중점적으로 밝혀 교수와 직원, 학생이 모두 3명씩 포함되도록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도 법수준 이상으로 각 대학이 학생 등 구성원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 국회 관계자는 “법적으로 최소치를 3명으로 하면 11명~15명 규모의 재정위원회에서 9명을 법이 정하는 셈이다. 자율성 침해요소가 있어 2명으로 하향했다”며 “단 각 국립대 차원에서 자율적으로 구성원의 참여를 법적 수준 이상으로 보장하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 비밀유지 조항 등 ‘독소조항’도 미리 차단해야= 비밀유지 조항은 등록금심의 과정에서 학생들이 가장 큰 불편을 호소했던 조항이다. 재정회계자료를 독점한 학교가 비밀유지조항을 근거로 자료제출을 거부하거나 열람한 자료에 대한 언급을 금지하면서 학생들은 사실상 제대로된 심의를 하지 못했다.

재정위원회는 등록금심의위원회보다 더 많은 자료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비밀유지 조항을 삽입할 공산이 크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학생들이 재정위원회 규정마련 단계부터 면밀히 관찰해 이 같은 조항을 사전에 차단하거나 함께 규정을 만들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학교육연구소 임은희 연구원은 “대학에서 비밀유지조항 등을 만들어 학생들이 재정자료에 대한 논의나 자문을 받지 못하게 사전에 차단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실제로 등록금심의 과정에서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해 학생들의 등록금심의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재정위원회 회의록 공개는 대학마다 편차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등심위 회의록이나 대학평의원회 회의록, 사립대의 법인이사회 회의록 등 대학가는 일반적으로 회의록 공개에 적극적이지 않아왔다. 법적으로 공개가 의무인 회의록도 발언록이 아닌 참석자와 안건만을 소개하는데 그쳐 실제로 논의가 진행된 과정을 들여다볼 수 없는 경우가 허다했다. 특히 공시의무기간이 지나면 예외없이 삭제했다. 대학들은 ‘경영상의 비밀’ ‘개인정보보호’라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회의에 참가하지 않는 일반학생이나 교수 등 학내 구성원들은 중요한 학내 안건이 어떻게 논의되는지 과정을 전혀 알 수 없었다.

통상 위원장에게 권한을 일임하는 회의소집권도 중요한 대목이다. 학생이 등록금 인상에 반대하며 등심위를 보이콧해도 교수인 위원장이 일방적으로 개회를 선언하고 등록금 심의안을 통과시킨 사례가 적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일부 대학은 등심위 회의소집권한을 학생과 대학본부가 양분해 갖는 등 다양한 자구책을 하고 있다. 임 연구원은 “등심위를 구성할 때 대학이 일방적으로 규정해서 학생들에게 피해를 줬던 것들이 많다. 비밀유지 조항이나 회의소집권, 회의록 공개정도에 대한 것들이다. 국립대는 정보공개를 원칙으로 하는 국립기관인 만큼 이 같은 부분에서 학생들이 불리하지 않도록 재정규정 마련에 동참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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