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활 걸고 역명 따내자” … 대학 홍보 효과·부동산 시장에 영향

▲ 경기대 총동문회, 교수회, 직원노조, 총학생회 등 대학 구성원이 모인 '경기대역명 쟁취를 위한 경기대학교 대책위원회'는 30일 수원시청 건너편 올림픽공원에서 항의 시위를 진행했다. (사진=김소연기자)

[한국대학신문 김소연 기자] 최근 전철역이 지속적으로 개발되면서 전철역 명칭을 두고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대학 이름이 역명에 포함돼야 학교 홍보나 이미지 측면에서 상당한 효과를 보고 있는 데다 부동산 시장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언급되면서 대학들이 사활을 걸고 있다. 역명 병행 표기 비용을 코레일 등 철도운영자에 지불하기도 한다.

■ 연장 노선 증가하자 역명 쟁탈전도 잇따라 = 신분당선, 수인선, 대구지하철 등 연장 노선이 생겨나고 신설역이 개통하면서 대학들은 지하철 역명에 대학의 이름이 포함시키는 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

경기대가 대표적이다. 내년 2월 개통하는 신분당선 전철역을 두고 경기대 구성원은 ‘경기대역’으로 선정돼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수원시가 경기대 후문 인근에 위치한 ‘SB05-1역’을 ‘광교역’으로 역명을 신청하겠다고 하자 경기대가 적극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해 제정된 ‘철도 노선 및 역의 명칭관리 지침’에 따라 개통 5개월 전까지 역명을 확정해야하고 역명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역명을 제정할 때에는 해당 철도 운영자, 지자체 등 의견을 들어야 하고 해당 지자체는 지역 주민에게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경기대 류태일 지역교류발전TF팀장은 “지난 2006년 7월 국토교통부(당시 건설교통부)가 학교 직선거리로 150m에 차량 기지를 설치하는 대신 ‘경기대역’ 명칭 사용을 약속했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 약속을 파기하고 ‘광교역’을 사용하려 한다”면서 “수원시는 지역주민의 의견을 들어야 하는데 설문조사에서 경기대 구성원의 표는 제외시켰다. 경기대 학생이 1만 5000여 명으로 이용 인원이 많음에도 우리의 의견은 수렴하지 않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인하대도 나섰다. 오는 12월 말 개통되는 수인선 연장노선으로 ‘인하대역’ 역명 선정을 위한 움직임에 시동을 걸었다. 인하대 총학생회를 비롯해 구성원들은 인천 남구청 홈페이지에 역명 설문조사에 참여를 독려했다. 지난달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용현역과 인하대역 중에서 인하대역이 2532명(93.6%)의 지지를 받아 가장 적합한 명칭으로 선정됐다.

인천 남구청은 2차 설문조사를 실시해 오는 7일까지 지역 주민 의견을 받는다. 이후 인천시는 코레일에 역명을 제출하고, 오는 6월 국토교통부 산하 한국철도시설공단의 역명심의위원회를 통해 최종 역명을 결정할 예정이다.

수도권 뿐 아니라 지역에서도 전철역은 큰 관심사다. 지난 4월 24일 열린 대구도시철도 1호선 하양 연장과 관련 주민공청회에 대구가톨릭대도 전철역에 관한 의견을 제시했다. 대구가톨릭대 맞은 편에 역이 들어서면 교통 혼잡을 해소하고 이용편의를 도울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인근 5개 대학의 재학생과 교직원 등을 포함해 약 7만여 명 중 절반 이상이 대구에서 통학이나 출·퇴근을 하다 보니 역사의 위치가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대학들 역명에 사활 거는 이유는 = 역명 유치나 변경에 대해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인근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인하대 허우범 대외지원팀장은 “아직 역명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학교에서는 홍보효과도 있어 긍정적으로 본다. 인하대 상권, 부동산 시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내년 2월 개통될 수인선의 3개역 인근 주민들은 모두 ‘광교역’을 역명으로 요구했다. 광교신도시에서도 어느 지역이 광교역에 해당하느냐에 따라 역세권 부동산으로 홍보돼 아파트 값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친다는 이유에서다.

대학들은 지하철 역에 대학 이름이 들어가게 될 경우 지속적인 홍보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때문에 대학들이 부기명을 쓰는 경우도 있다. 코레일은 심의를 통해 아산역(선문대), 쌍용역(나사렛대)처럼 역명을 병행 표기하도록 선정하기도 했다. 이런 경우 보통 1년에 1500만 원에서 3000만 원까지 3년 계약으로 이용 빈도수에 따라 비용을 지불하고 부기명을 표기할 수 있다.

경기대 류태일 팀장은 “신분당선 역명이 경기대 구성원이 바라는 대로 경기대역으로 선정될 경우 종착역으로 경기대역이 된다. 오는 2020년 수원 호매실로 연장노선이 완공되기 전까지 는 경기대역이 종점역으로 표기된다”고 설명했다.

한 지방대 관계자는 "지방 광역시에 소재한 지방대학들 중 상당수는 도심과 상당히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 대학들은 셔틀버스를 운영하고 있지만 1만 여 명을 헤아리는 대학 유동인구를 모두 흡수하기에는 비용이 만만치 않은 데다 지하철역이 연결되면 홍보 효과도 기대할 수 있어 서울보다 적극적으로 유치경쟁을 벌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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