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시정책 실패··· 사교육 조장, 소득불평등 부추겨

[한국대학신문 이재 기자] 한국교육개발원(KDI)이 지난 2013년 국민을 대상으로 ‘KDI 행복연구’를 조사한 결과 20대의 절반(48.8%)은 ‘성공의 가장 큰 요소는 노력’이라는 명제에 회의감을 드러냈다. 노력해도 성공할 수 없다는 인식이 퍼진 것이다. 반면 60대에서는 75.5%가 노력이 성공의 가장 큰 요소라고 답했다. 고도성장기에 ‘자수성가’한 경험이 있는 세대와 그렇지 못한 세대의 차이다.

하지만 자수성가를 경험한 세대라고 해도 향후 전망은 밝지 않다. KDI는 지난 20여년간 꾸준히 부모세대 대비 자녀세대의 사회경제적 지위상승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다. 이 조사에 따르면 1994년 가능성을 낮게 점치는 시각은 5.1%에 불과했지만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해 지난 2013년에는 절반에 가까운 43.7%까지 늘었다. 암울한 수치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지표결과의 원인은 국내 사회의 계층이동 경직성에 있다고 분석했다. 변기용 고려대 사범대학 교수는 “높은 교육비를 감당할 수 있는 계층은 좋은 학교에 입학해 좋은 기업에 입사할 개연성이 높아진다. ‘개천에서 용’ 나던 시기는 지났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지표들은 교육이 계층이동 사다리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1대 99의 사회라는 지적까지 받고 있는 소득불평등이 대표적이다. KDI의 ‘사회 이동성 복원을 위한 교육정책의 방향’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지니계수는 1990년대 북유럽에 가깝게 측정됐으나 이후 양극화가 빠르게 진행됐다.

이 같은 소득불평등의 확대는 교육기회의 불평등으로 이어졌다. 단적인 사례는 서울대 입학생 구성의 변화다. 2000년대부터 전국 6개 광역시의 서울대 진학률은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전국평균을 100으로 볼 때 6개 광역시의 학생들은 2000년에 약 120명이 서울대에 입학했으나 2011년에는 80명 수준으로 하락했다. 같은 시기 서울지역 학생들의 서울대 진학률은 160여명에서 190여명까지 늘었다.

서울 출신 입학생 사이에서도 양극화는 두드러진다. 2002년 22.8%만이 특수목적 고등학교출신이었지만 지난 2011년에는 전체 입학생 가운데 40.5%가 특수목적고 출신이었다. 김희삼 KDI 연구위원은 “서울대 입학생들의 고교 유형별 가구소득의 차이를 보면 부모세대의 계층적 지위가 교육을 통해 세대 간에서 재생산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교육의 실패’의 원인으로 가장 먼저 지적되는 것은 대학의 실패다. 특히 입학정책의 실패가 우선적으로 거론된다. 대학입학을 통해 계층이동의 가능성을 제시해야 하지만 도리어 사교육을 조장하고 과도한 교육비를 소모시켜 소득불평등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각 대학이 우수자원 유치를 위해 시행하는 독자적인 입시정책들이 되레 사교육시장을 번성하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계층간 격차가 심각하게 벌어져 양극화됐고, 대학입시제도가 정교해지면서 사교육시장 등 입시산업이 고도화됐다. 이런 점들이 과거 가능했던 계층이동을 제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입학사정관의 불안정한 처우와 낮은 권한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잠재력 있는 사회배려계층에게 균등한 기회를 주고 이들이 대학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학비와 학업을 보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 입학사정관은 모델이 된 미국의 입학사정관과 구별된다. 부분이 비정규직이고 임금도 적어 전문성과 고용안정성, 사회적 인식 등에서 판이하게 다르다. 이 때문에 보고서는 ‘입학사정관의 역량 강화와 서류심사를 넘어선 적극적 사전발굴, 선발한 학생에 대한 책임 있는 적응 지도 등 사후 노력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대학교육의 불일치도 심각한 수준이다. 취업을 원하는 대다수 학생들에 비해 대학이 제공하는 교육콘텐츠는 학문탐구의 영역에 머물러 있다. 취업률을 잣대로 한 교육부의 일방적인 대학구조조정만큼이나 학생들의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공급자 중심의 사고’가 문제로 지적된다.

김 연구위원은 “4년제 종합대학이 국내에는 너무 많다. 각 영역별로 특화된 교육을 고민해볼 시기”라며 “직업교육이 국내에서 중요한 고등교육 화두로 등장한 것은 취업을 목적으로 대학에 가는 학생들이 많기 떄문인데 이에 맞는 대학운영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대학을 다니면서도 취업을 위해 또다시 ‘스펙쌓기’에 몰두하거나 사교육을 받는 등 교육비용의 낭비가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대체로 고등교육 개혁이 사회의 계층이동성 복원의 정답은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그보단 경직된 취업시장과 고학력을 부추기는 사회적 분위기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변기용 교수는 “대학이 불균등한 교육기회를 소수자에게 균등히 배분하고 사회가 학벌이 아닌 능력으로 학생을 평가하는 분위기로 변화해야만 한다. 그를 위해서는 국가의 중장기적인 정책접근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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