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공학, 구성원 의견 충분히 반영·검토할 것”

‘I’자형·‘T’자형 넘어 ‘ㅠ’자형 다방면 인재 양성
디지털 역량과 인성 키우는 ‘휴마트 교육’ 도입
“종로캠퍼스는 ‘골든 플레이스’, 활성화 시킬 것”
“대학 특성에 맞고 자율적인 구조조정이뤄져야”

[한국대학신문 손현경 기자] “‘톱 다운(Top-Down)’이 아닌 ‘바텀업(Bottom-Up)’ 방식으로 변화를 일으키겠다.”

‘먼 나라 이웃나라’ 저자로 잘 알려진 이원복 총장이 지난 3월 덕성여대 수장이 됐다. 그는 이미 1984년 이 대학 시각디자인학과 교수로 부임해 올해로 32년째 교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쳐왔다. 대학가에서 이 총장에 대해 “덕성여대의 내부 역량과 외연을 조화롭게 발전시킬 수 있는 총장”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이 총장은 “소통을 통해 대학본부로부터의 ‘톱다운’ 방식의 일방적인 변화가 아닌 구성원들로부터의 ‘바텀업’ 형식의 자율적인 변화가 일어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덕성여대의 이니셜 ‘DS’를 딴 ‘더블 시너지(Double Synergy)’를 새로운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이 총장은 “더블 시너지는 시너지에 시너지를 더해 효율을 극대화 하겠다는 의미다. 두 가지 시너지는 ‘소통과 화합’ 그리고 ‘개혁과 혁신’을 뜻한다”며 “구성원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적극 반영하되 중심과 원칙은 확실히 지키는 혁신을 일구겠다”고 밝혔다.

- 취임 당시 ‘교육’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했다. 어떻게 학생을 가르칠 것인가.
“과거에는 대학에서 한 분야를 깊게 아는 ‘I’자형 인재를 키웠다. 이제 ‘I’자형 인재의 시대는 지났고 현재는 한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일반소양을 갖춘 ‘T’자형 인재를 추구하고 있다. 미래 사회는 최소 두 개 분야에 정통하고 폭넓은 소양을 갖춘 ‘ㅠ’자형 인재를 요구할 것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휴마트(Humart) 교육’이다. 휴마트(Humart)는 인성교육(Humanity)과 ICT 교육(Smart)을 접목한 교육이다. 이는 디지털 역량과 전공 역량, 인성, 상식을 두루 갖춘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우리 대학의 새로운 교육 원칙이라고 할 수 있다. 디지털 시대의 인간은 정보의 범람 속에 사고력과 판단력이 저하될 가능성이 높다. PC, 스마트폰 등 기계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협업 능력, 의사소통 능력 역시 키우기 어렵다. 그러므로 최첨단 디지털 시대일수록 사고력, 판단력, 인성이 리더가 되기 위한 핵심 조건이자 절대적 경쟁력이라고 할 수 있다.”

- ‘이중 졸업제’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중 졸업제는 학생들이 2개의 전공심화 과정을 밟고 졸업 시 2개의 졸업장을 동시에 취득하는 것을 뜻한다. 현재의 20대는 100세까지 삶을 지속할 수 있는 것은 물론 80세 이상까지 건강한 직업 생활을 누릴 수 있다. 그러나 급격한 사회 변화와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오늘날 젊은이들은 기성세대와 같이 평생 1~2개의 직업만으로 살아갈 수 없다. 적어도 4~5번 직업을 바꿔야 한다는 생각으로 항상 내일의 직업을 준비해야 한다. 또한 기업 입사 지원 시 복수(부)전공의 경우 졸업장 한 개에 동시에 기재되기 때문에 자칫하면 한 개의 전공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으로 인식될 수 있다. 이중 졸업제의 경우 2개의 졸업장을 주기 때문에 기업과 직무 특성에 맞춰 입사지원이 가능하다.”

- 통일교육에 대해서도 남다른 견해가 있는데.
“한반도 통일의 특징은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아주 오래 걸릴 수도, 아주 불가능할 수도, 아니면 어느 날 갑자기 이뤄질 수도 있는 일이다. 그래서 더욱 통일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 준비 없이 통일을 맞으면 남한과 북한 모두가 무너질 수 있다. 독일의 경우 서독은 서유럽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 동독은 공산권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였으나 통일에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투입됐다. 선진국 수준인 남한과 세계 최빈국 수준인 북한이 갑작스럽게 통일을 하게 된다면 비용 추정이 불가능하다. 이 경우 통일로 인한 남·북한 동시 붕괴도 가능하며 통일 비용으로 젊은 세대들이 고통 받게 될 것이다. 통일 시대를 준비하고 젊은 세대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기 위해 덕성여대만의 특성화된 통일 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다.”

- ‘남녀공학 전환 검토’라는 화두를 던졌다.
“취임하면서 우리 대학 홈페이지 인사말에 딱 한 줄 언급했을 뿐인데 큰 화제가 됐다. 물론 남녀공학 전환은 구성원의 합의만 있다면 단기간에도 가능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현재는 어떤 그림이 그려지거나 추진계획도 정해지지 않은 순수한 제안의 하나다. 또 우리 대학의 생존과 직결되는 정체성과 발전 방향에 대한 여러 의견 중 오래 전부터 있어왔던 이야기이기도 하다. 앞으로도 구성원과의 충분한 논의와 의견수렴, 합의를 거쳐 신중하게 검토하고자 한다.”

- ‘남녀공학 전환검토’를 고민한 이유는.
“시대 변화가 첫 번째 이유다. 오늘날 여학생의 대학 진학률이 남학생을 앞섰고 양성평등이 점차 구현돼 가면서 여성만을 위한 교육기관의 중요성이 과거에 비해 줄어들고 있다. 두 번째 이유는 경쟁력의 문제다. 사회에 나가기 전 대학에서부터 남성-여성 간의 조화로운 경쟁을 체험하고 익숙해진다면 더 큰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여성만의 세계인 여대에서는 여성-여성 간의 경쟁이기 때문에 시대 변화에 맞는 경쟁력을 키우는 데 어려움이 있다. 셋째 취업률의 문제다. 전국 4년제 여대 7곳 가운데 취업률이 50%를 넘는 곳은 단 한 곳뿐이다. 이는 여성의 취업률이 남성보다 일반적으로 낮은 사회 현실이 반영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취업률에서 여대는 불이익을 받고 있고 이처럼 불리한 취업률이 대학평가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미래 우수 인재 확보의 문제다. 오늘날 대부분의 여학생들이 여대보다 남녀공학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

- 서울 종로에도 캠퍼스가 있는데.
“종로캠퍼스는 위치적으로도, 역사적으로도 굉장히 경쟁력을 갖고 있는 ‘골든 플레이스’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종로캠퍼스 활성화가 잘 이뤄지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임기 동안 종로캠퍼스를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강구해 실현할 것이다.”

- ‘먼 나라 이웃나라’를 시작하게 된 동기는.
“글로벌과 역사다. ‘먼 나라 이웃나라’를 처음부터 끝까지 꿰뚫고 있는 화두가 바로 ‘글로벌’이다. 1975년 독일로 유학을 떠났을 당시 우리나라는 외국으로 나가기도 어렵고 외국인도 많이 없는, 섬 아닌 섬 같은 나라였다. 9개 나라와 국경을 접하면서 고대 로마시대부터 글로벌화된 독일에서 느낀 문화 충격이 상당했다. 다른 나라 사람들의 역사의식 역시 놀라웠다. 당시 살던 기숙사에 300여명이 살았는데 그 사람들의 국적이 35개에 달할 정도로 다양했다. 그들은 서로의 역사에 대해 자연스럽게 이야기하고 토론할 정도로 역사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나라는 1979년 성산대로 건설을 이유로 독립문을 이전했을 정도로 당시 역사에 대한 인식수준이 미약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만화를 그리는 것이니까 역사와 글로벌을 한국 사람들에게 알려줘야겠다’고 생각했다.”

- 정부의 대학구조조정 방향에 대해 어떻게 보나.
“원칙적으로 교육부 정책은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학령인구 급감으로 대학정원이 남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일한 잣대로 모든 대학을 평가하는 것은 대학 입장에서는 많은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이다. 대학구조조정은 시장경제와 대학의 자율성에 맡기는 것이 좀 더 바람직하지 않나 생각한다. 상징적인 이야기로 일본에는 70여개의 여자대학이 있다. 니즈(needs)가 있건 없건 간에 시장과 자율에 맡긴다는 이야기다. 자율이라는 말에는 물론 ‘방종’이라는 단어가 따라올 수 있겠지만 대학을 믿고 자율성을 보장해주는 것이 옳다고 본다.”

- 덕성여대 학생들에게 한마디한다면.
“요즘 젊은이들을 결혼·취업·연애를 포기한 ‘삼포 세대’를 넘어 인간관계와 집까지 포기한 ‘오포 세대’로 부른다. 이에 더해 노동시장은 소수의 고임금직과 다수의 저임금직으로 양극화되는 추세다. 반면에 젊은이들은 대기업 취업을 목표로 하여 중소기업들은 구인난에 시달리는 모순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 젊은이들이 자신감마저 잃는다면 그것은 시작도 하기 전에 지는 것이다. 항상 긍정적으로 사고하고 자신감을 가지고 목표를 향하여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기회가 온다는 점을 꼭 기억했으면 한다. 그동안 전 세계의 수많은 젊은이들을 만나왔지만 우리 대학 학생들만큼 바른 인성과 지혜, 자신의 목표에 대한 열정을 가진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우리 학생들 모두가 자신감을 갖고 자신만의 꿈을 찾아 이루어낼 수 있도록 학교도 계속해서 최선을 다하여 지원하겠다.”

<대담=이인원 회장 /정리=손현경 기자 /사진=한명섭 기자>

■ 이원복 총장은…
1946년 대전 출생. 경기고, 서울대 건축공학과를 거쳐 1975년 독일 뭔스터대에서 시각디자인과 서양미술사를 전공했다. 1984년 덕성여대 시각디자인학과 교수로 부임했으며 2012년 이 대학 1호 석좌교수에 올랐다. 올해 3월 제10대 총장에 취임해 대학을 이끌게 됐다. 현재 대통령직속 문화융성위원회 위원, 한국국제교류재단(Korea Foundation) 문화나눔대사 등을 맡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먼 나라 이웃나라’, ‘신의나라 인간나라’, ‘가로세로 세계사’, ‘와인의 세계, 세계의 와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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