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2백명쯤은 되는가 보다. 다같이 차양이 넓은 흰 모자에 흰 블라우스, 흰 반바지를 입은 여인들이 운동장 바닥에 앉아서 극성을 떨며 구호를 외친다. 대학생들의 시위현장과 꼭 같은데 이들은 학생이 아닌 +주부들이다. 자기 아이들의 장래 문제가 걸린 입시제도 때문에 집단으로 실력행사를 하는 것이다. 보기 좋은 유니폼까지 만들어 입은 걸 보니 산비탈 무허가 판잣집이 헐리게 되어 들고 일어난 주부들의 모습과는 다르다.

지난 여름에 있었던 이런 광경은 요즘에도 벌어지고 있다. 유니폼까지 +만들어 입지는 않았어도 자기 자식들의 대입문제 때문에 집단적 실력행사를 나서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다만 이번에는 자신들만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등교거부까지 시키고 있는 것이 다르다. 더욱 극한적인 투쟁방법에 나선 것이다.

지난 번에는 초등학교 학생들을 교문 근처에서부터 길을 막고 등교를 +방해한 일들도 있었다. 자기 아이가 아닌 다른 아이들의 공부까지 방해하는 것이다.

이번에 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특수목적고 학부모들의 학생 등교거부 등 맹렬한 실력행사에 대해 교육부는 한발쯤 후퇴하는 발언을 해버렸다. 그러자 일반고의 학부모들도 가만히 있지 않을 자세다.

이런 일을 보고 교육부의 우왕좌왕한 태도를 매스컴이 탓하기도 했지만 교육부를 탓할 일만은 아닐 것 같다. 자기 아이들의 이익만 챙기려는 이같은 한국 주부들의 극성을 당해낼 재간이 어디 있겠는가?

자기 아이를 위한 이같은 뜨거운 사랑과 교육열은 물론 자신들의 희생을 동반한다. 우선 가장 큰 희생은 과외공부 자금조달을 위한 희생이다. 월급만으로는 턱도 없기 때문에 기회만 주어진다면 적지 않은 사람들이 부정까지도 저지를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다. 그러다가 감옥에 가더라도 그것은 자식을 위한 거룩한 희생이다. 그리고 과외비 벌기 위해 몸까지 팔았다는 주부얘기가 나온 일이 있지만 사실 여부를 떠나서 희생정신들이 대단한 것만은 사실이다.

그런데 자식에 대한 애정도 이렇게까지 달아오르면 그것은 제 자식만 챙기려는 이기주의가 된다. 그래서 여기엔 논리가 사라지고 악을 쓰는 생떼만 남게 된다. 조직 폭력이 따로 없다. 논리를 벗어난 집단적 생떼가 곧 조직폭력이 아니고 무엇인가?

- 본지 주필/문학평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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