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학구조조정으로 인한 통폐합 등 빗댄 프로그램 마련

▲ 네팔을 다녀온 경험이 있는 6명의 서강대 학생들은 ‘네팔을 일으켜 달라’며 모금행사를 진행했다. 이렇게 모금된 돈은 NGO 단체에 전달, 네팔의 간이 텐트를 설치하고, 생필품을 보급하는 등 폐허가 된 마을을 재건하는데 사용하게 된다. (출처:서강대)

[한국대학신문 신나리· 안수빈 기자] 5월 캠퍼스가 축제로 물들었다. 중간고사가 끝난 대학 캠퍼스 곳곳에서 ‘축제’가 시작됐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로 인해 대부분의 대학이 축제를 취소하고 추모 분위기를 이어갔기 때문에 학생들 역시 축제를 맞이하는 마음이 남다르다. 올해 축제는 특히 ‘을’의 입장에 놓인 청년의 심정을 담은 프로그램을 준비하거나 여러 고질적인 사회 문제를 함께 고민하기 위해 NGO 부스를 마련한 대학도 있다.

서울대는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서울대 봄 축제’를 열었다. ‘일해라 절해라’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이번 축제에서 서울대 총학생회는 ‘갑을관계'와 ‘열정페이’, ‘비정규직’ 등 청년이 놓인 현실을 비유한 프로그램들을 마련했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축제를 준비하면서 시의적절한 주제, 축제의 장을 공유하는 학생들의 공감을 살 수 있는 문제의식을 던지기 위해 노력했다. 이번 봄 축제의 키워드는 ‘갑질’”이라며 “을의 서러움을 잠시나마 해소할 수 있는 다양한 행사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열정페이’에 지친 학생들을 위해 미션을 수행하면 진짜 임금을 주는 행사도 있다. ‘STAMPS.MAKETH.MONEY’라는 이 프로그램은 나이, 성별, 학점, 체력과 상관없이 해결할 수 있는 미션이 주어지고 이를 수행해낸 학생들에게 현금과 상품이 주어진다. 시간을 들이고 노력을 다해도 돈 대신에 기회를 준 것이라며 으름장을 놓는 사회분위기에 ‘진짜 페이’로 학생들을 위로하는 것이다. ‘버블과 갑을 사이’라는 프로그램의 부제는 ‘필드는 사회요, 그 밖은 절벽이다’다. 버블 슈트를 입고 상대를 필드 밖으로 밀어내면 ‘갑’이 되는 행사다. 
 
‘버블과 갑을 사이’ 행사에 참석한 이 대학 김승현(경제학부2) 씨는 “요즘 어벤져스의 캐릭터처럼 버블 수트를 입고 마음껏 즐겨보려 한다. 답답한 마음을 풀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강대 총학생회는 ‘즐기는 축제를 넘어서 사회적인 문제를 고민하는’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김대건관 앞에 NGO 부스를 마련한 것이 대표적이다. 서강대 총학생회는 “대학 축제지만 사회와 이야기하고, 공감하며 나눔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네셔널 지오그래픽과 세이브 더 칠드런 이라는 두 홍보 부스를 통해 사회와 이야기하는 새로운 축제문화를 만들어 보려 한다”고 설명했다. 
 
지진으로 폐허가 된 네팔을 도우려는 움직임도 축제의 한 부분을 장식했다. 네팔을 다녀온 경험이 있는 6명의 서강대 학생들은 ‘네팔을 일으켜 달라’며 모금행사를 진행했다. 이들은 학생들에게 무료 음료를 나눠주며 모금행사를 벌였다. 이날 모금된 돈은 NGO 단체에 전달, 네팔의 간이 텐트를 설치하고, 생필품을 보급하는 등 폐허가 된 마을을 재건하는데 사용한다. 
 
대학 구조조정으로 학과 통폐합을 마주한 학생들이 학사개편을 풍자해 주점 메뉴를 내놓기도 했다. 서울 모 대학 A학과는 이틀 동안의 축제에서 ‘주점’을 열었다. 이들은 예술 등 학문의 다양성을 보장하고, 취업률로 대학을 평가하는 교육부를 강력 비판했다. 학생들은 일방적으로 학사개편을 통보받은 것에 빗대 ‘통보식 안주’, ‘통폐합 세트’, ‘학과대형화 세트’ 등의 메뉴를 준비했다. 
 
이 학과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이번 주점을 통해 학사 개편의 부당함을 많은 학우들과 공유하려고 한다”며 “이같은 날벼락 통보가 어느 과, 어떤 학생들에게라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점을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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