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대담]김기섭 전국국공립대총장협의회 회장 "국립대 발전의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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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이 주체적 혁신적 발전방안을 내놓고 교육부는 정책적 보완하는 구조여야"

[한국대학신문 이재 기자] 김기섭 부산대 총장은 취임 4년차인 올해 전국국공립대총장협의회(국총협) 회장으로 선출됐다. 기성회회계를 둘러싼 문제가 국회에서 진통을 겪고 대학구조조정의 파고도 절정에 이른 시기다. 국립대학의 회계 설치 및 재정 운영에 관한 법률안(국립대 회계법)은 가까스로 4월 국회를 통과하고도 교육부령 제정 문제로 또다시 논란의 중심이 됐다. 이 사이 최대 1000여만원의 실질임금이 삭감된 직원과 교수들의 사기는 땅에 떨어졌다.

뿐만 아니다. 국립대 39곳이 대학당 8억원식을 펀딩한 국립대 자원관리선진화 사업은 사업자 선정이 유찰되며 난항에 빠졌다. 교육부에서 유일하게 국립대만 지원하는 사업인 국립대학 혁신지원사업도 사업액이 37개 대학 대상 90억원으로 턱없이 낮다는 불만이 고조된 상태다.

김기섭 회장은 이처럼 무엇하나 매끄럽지 않은 시기에 국총협 회장에 자리하게 됐다. 부산대 총장으로서 잔여임기가 1년 남짓 남은 김기섭 회장으로서는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국립대 회계법은 전반기 고등교육을 달군 가장 큰 이슈였다. 기성회비 반환소송부터 법제정까지 과정에 대한 평가와 앞으로의 과제는 무엇이라 보나.
“기성회회계는 과거 고등교육에 대한 국고지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열약한 교육재정을 보충하기 위해 발생한 재정구조다. 사실상 국가가 고등교육 재정에 제 역할을 못하다보니 그렇게 됐던 것이다. 국립대 회계법은 이 같은 기성회비를 이름만 바꿔 수업료에 얹어 다시 학부모에게 징수하는 방식이다. 실상 국가가 책임을 회피한 것으로 봐야 하는 문제다. 국가의 재정여건 상 고등교육 재정을 부담하는 데 무리가 있어 교육부담의 전가를 용인한다 하더라도 향후에는 국가 고등교육지출을 OECD 수준으로 확대해나가야 한다.”

-국립대 혁신지원사업과 자원관리선진화 사업 등 정책현안은 많다. 교육부의 국립대 정책을 진단한다면 .
“지난 국총협 총회에서 교육부의 국립대 정책이 뭐냐고 교육부 관계자에게 물었다. 교육부가 고등교육에 있어 국립대와 사립대의 위상을 정립하고 향후 어떤 정책적 전망을 가지고 있는지 중장기적인 계획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 국총협 차원에서 이 같은 비전을 확립하기 위해 국립대학혁신위원회를 구성해 중장기적 전망을 설계하려는 자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만 국립대학의 시각에서 볼 때 교육부의 대학에 대한 시각이 지나치게 단선적이고 단기평가에 따른 실적내기에 급급한 것 아니냐는 생각이다. 긴 호흡으로 대학가를 바라보며 성장의 방향을 설계하는 데 시간적 여유가 전혀 없다. 바쁘게 평가를 진행하고 이에 연연하고 있는데 이래서는 안된다. 국총협이 자구노력을 기울이는 만큼 교육부도 장기적인 전망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나아가 국립대의 자생적인 발전계획에 정책적 지원을 하는 방식으로 (정책적 관계나 구조가)전환돼야 한다.”

-국총협 등 대학가 협의체 들의 선제적인 정책제시나 대안마련 등 적극적인 움직임도 중요한 시기다. 보다 정교하게 목소리를 가다듬어야할 필요가 있다.
“이번에 처음 신설한 국립대 혁신위원회가 그 같은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그간 국립대가 스스로의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혁신을 추동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국립대 운영과 교육에 대한 반성적인 고민에서 출발해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혁신안을 도출해내는 위원회를 만들었다. 위원회의 혁신안을 통해 국립대의 변화상을 정립하고 국가로부터의 지원을 갈구하기보다 국가가 정책적으로 보완할 수 있는 큰 틀을 설계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보다 원활히 운영하기 위해 혁신추진단을 구성해 보다 실무적인 역량을 보탰다. 3월 국총협 총회에서 제안해 구성됐다. 현재는 국립대 회계법이 워낙 현안이라 이에 대한 논의가 주를 이루고 있지만 6월 이후부터는 구체적인 혁신방안을 모색하는 작업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지난 3월 국총협 총회에서 황우여 부총리는 국립대가 기초과학과 인문학의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며 ‘국립대 네트워크안’에 가까운 견해를 피력했다. 
“국립대 통합네트워크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해결할 문제가 많아 쉽지 않은 사안이다. 권역간 국립대 네트워크를 형성해 격차를 극복하고 학문과 학점을 상호교류하는 방법 등을 통해 수도권 집중 현상을 해소한다는 기본 구상은 긍정적이다. 혁신위원회도 현재 지역에 산재한 국립대 격차 극복과 학점과 교수·학생 등 다양한 상호교류를 통해 대학간 교류를 활성화해 (전반적인)지역대학간 격차 해소와 학문적 특성의 이해도를 높이는 네트워크 구상을 1단계로 설정하고 있다. 장차 한 단계 더 나아간다면 국립대를 권역별로 묶어 상호 동질성을 확보하고 네트워크 활성화를 통해 수도권 집중 문제를 해소하는 데 적극 대응하는 것이다.”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대학진학률이 점차 하락하고 있다. 대학진학률은 청년층의 우수성을 증명함과 동시에 기형적인 고등교육 선호라는 이중의 지적을 낳아왔다. 어떻게 해석하나.
“대학진학률이 OECD 최고치를 기록한 이유는 대학 학력이 사회적 신분상승과 임금 수준에 직결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팽배했기 때문이다. 현재는 정부의 선취업 후진학제도와 대학의 과도한 양적 팽창으로 진학률이 하락하고 있는데 이를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본다. 향후 대학구조조정 과정과 함께 전체적인 교육체제 재편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모든 학생들이 대학을 가야 취업을 한다는 잘못된 인식이 퍼져있다. 이를 해소하고 고등교육의 기본 골격과 구조를 바꿔야 한다. 4년제 종합대학과 전문대학, 기능형대학 등 역할에 따라 기능과 위상을 재정립하고 맞는 사회적 역할을 부여해야 한다.”

-최고의 지성이라는 대학교수들의 추태가 도를 넘고 있다. 연구윤리를 저버리고 제자 성추행 등 교수들의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어 자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외부의 요구가 있어서라기 보다)가장 중요한 것은 교수 스스로의 자성과 자정 노력이다. 교수회 등 기구가 나서서 스스로 윤리헌장 등을 제정해 선언하고 자발적으로 지키려는 노력과 반성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대학은 이러한 교수 스스로의 노력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어야 한다. 부산대는 불미스러운 사건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교내 성범죄 피해학생 보호와 수업권 보장 마련을 위해 성평등상담센터를 설치해 13명의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 또 부산 금정경찰서와 MOU를 체결하고 성희롱 예방교육과 피해학생을 보호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교수들의 갑질은 대학의 권위와 교수의 명예를 동시에 실추시키는 행위다. 문제가 발생하면 조사규명위원회를 구성하고 사실여부를 규명해 대학사회가 원칙과 상식을 지키도록 노력할 것이다.”

-부산대는 지난해 기술이전료 18조 8000억원의 수익을 기록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산학협력과 기술이전 노하우가 있나.
“2011년만해도 기술료 수익이 5억원에 미치지 못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2단계 발명인터뷰 제도 △기술마케팅 추진체계 정립 △R&BD 자금연계 등의 방안을 모색했다. 교내외 변리사가 직접 실험실을 방문해 발명상담 내용을 듣고 특허성을 평가하거나 지식재산권 심의위원회에서 기술의 활용 가능성과 시장성을 검토하도록 하는 방안이 발명인터뷰 제도다. 또 R&D센터와 기술을 상용호하는 산학협력단 사이에 대학기술이전 전담조직을 꾸렸다. 이 같은 방법들을 도입해 현재는 산학협력단 온라인 홈페이지에서 외부 기업인들이 부산대의 연구내역을 열람할 수 있도록 했다. 산업체에서 가장 궁금한 것은 자신들의 애로기술의 연구여부인데, 이를 부산대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하도록 한 것이다. 이 같은 제도가 누적되고 체계화돼 지난해 그같은 성과를 낳았다.”

-국내 고등교육은 최근 MOOC의 유입과 지속적인 학령인구 감소로 크게 요동치고 있다. 앞으로 미래교육이 지금과 같지 않을 것이란 전망과 우려가 많은데.
“당면한 과제는 학령인구 감소라는 구조적 문제다. 이는 교육부가 주장하는 정원감축만으로 풀 수 없다. 이제 문제는 향후 10년간 고등교육 전체의 설계를 어떻게 할 것이냐 하는 지점에 와있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진학률의 하락은 사실 새로운 반전의 기회일 수 있다. 줄어드는 부피에 맞게 대학의 역할과 기능을 세분화하고 국민들의 고등교육에 대한 기대치를 적정하게 배분할 수 있는 청사진을 마련해 이에 맞춰 정원을 조정하면서 나가야 한다. 무엇보다 대학의 정원을 (평가결과에 따라)일괄적으로 줄이도록 강조하기보다 부실대학을 먼저 감축하는 식의 정책효율성을 제고해볼 문제다.”

■ 김기섭 회장은…
1957년 부산 출생. 경남고, 부산대 사학과를 거쳐 1986년 서울대 대학원 국사학과를 졸업하고 1993년 부산대 사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듬해인 1994년 부산대 사학과에 부임했다. 지난 2012년부터 부산대 총장으로 취임해 대학을 이끌고 있다. 같은해부터 부산과학기술협의회 이사장직을 맡았고 올해 1월 국총협 회장으로 취임했다. ‘내고장 의미찾기(共)’ ‘양산문화유적조사보고서(共)’ ‘고려시대사 강의(共)’ 등의 저서가 있다.

<대담=박성태 발행인 / 정리=이재 기자 / 사진=한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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