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금 중간산정·기존 단협 후퇴없는 승계 등 쟁점

[한국대학신문 이재·차현아 기자] 국립대 회계법(국립대학의 회계 설치 및 재정 운영에 관한 법률) 제정으로 단체협상이 무효가 된 국립대 노사가 더딘 단체협상에 나서고 있다.

지난 21일 본지가 23개 전국 국립대를 조사한 결과 5개 국립대 노사만 1차교섭을 진행했다. 1차교섭은 노조의 요구안을 전달하고 협상방식이나 교섭위원 등을 정하는 수준으로 실질적인 협상이 이뤄졌다고 보기 힘든 단계다.

그외 국립대는 노조 차원의 교섭안을 만들고 있거나 창구 단일화 협상 등을 벌이고 있다. 대학 내에 복수노조가 존재하는 경우 대학본부는 개별 노조와 각각 교섭을 진행하거나 과반수 노조의 대표권을 인정해 대표교섭을 벌일 수 있다.

이번 단협교섭은 국립대 회계법의 제정에 따른 여파다. 법제정 이전까지 기성회 직원들은 기성회노조로 단협을 체결했다. 그러나 법이 제정되면서 기성회 직원들이 일괄 사퇴하고 신규채용 형태로 대학회계에 재고용됨에 따라 단협이 없는 ‘무단협’상태가 됐다.

이번 단협의 쟁점은 퇴직금이다. 기성회 직원들은 4월 1일 대학회계 직원으로 신규채용됨에 따라 기존 호봉에 따른 퇴직금을 먼저 정산했다. 정년에 비해 이르게 퇴직했기 때문에 최대 4000만원 상당의 퇴직금이 삭감됐다.

대학노조 백선기 군산대 지부장은 “퇴직금은 한번 지급한 뒤 연계가 되지 않으므로 상당한 손해가 발생했다. 단협을 통해서 퇴직금 산정시 이용되는 가산일수를 기존보다 상향하는 수준으로 단협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산일수는 근로기준법에 따라 퇴직금 지급시 30일을 더 일한 것으로 보는 법정 기준일이다. 30일 이상으로 퇴직금을 지급하도록 돼 있어 노조는 34~35일 가량을 요구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직원들의 임금기준도 화두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공무원보수규정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임금을 받아온 대학들은 이 조항을 가장 우선한 협상쟁점으로 보고 있다. 당초 많은 국립대는 임금수준을 공무원보수규정에 맞춰 왔지만 교대 등 직원규모가 많지 않은 일부 국립대는 여전히 이에 모자란 임금규정을 운영하고 있다. 국립대 회계법으로 직원 1인당 실질임금이 750~1000만원 가량 삭감된 상황에서 보수규정에 준하는 임금기준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이밖에 다른 부분은 기존 단협을 계승하는 것으로 목표를 두고 있다. 국립대 회계법도 직원들의 고용과 노동조건의 후퇴없는 승계를 규정했다. 국립대 회계법 제정 과정에서도 이 지점이 최대의 쟁점이었다. 국립대 관계자는 “실질임금이 삭감되는 상황에서도 국립대 현장의 혼란을 피하기 위해 법안 제정에 최종적으로 합의했던만큼 대학본부도 성의를 보여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상당수 대학관계자들은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교육부가 국립대 회계법 교육부령을 제정하며 당초 교직원에게 지급할 수 있도록 했던 교육과 연구 및 학생지도에 대한 비용지급 조항을 교수에게만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국회합의사항을 이행하지 않아 불신이 커졌다. 교육부가 대학현장의 불신을 키운 셈이다.

대학노조 김지수 충남대 지부장은 “국회 합의는 합의이고, 현장에서의 움직임은 다를 수 있다고 본다. 교육부가 이미 입법취지에 어긋나는 내용으로 교육부령을 만드는 것을 보면 대학도 단협 등에서 근로조건 후퇴없는 승계를 쉽게 받아들일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규모가 작은 교육대학들은 상황이 다르다. 일부 교대는 당초 무노조로 운영됐다. 기성회직원들의 수가 적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국립대 회계법 제정에 따라 임금이 최저임금수준으로 낮아지면서 노조를 구성해 본격적인 단협을 준비하고 있다. 한 교대 관계자는 “교대는 급여가 일반대학의 절반 수준이다. 이번 국립대 회계법 제정으로 생계자체가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교대는 임금기준이 공무원보수규정에 크게 못미치는 형편이고, 그마저도 승급을 위한 근속연수가 자동승급이 아니어서 상당히 길다. 한 노조 관계자는 “교대의 기존 기성회직 직원들의 경우 임금 기준 자체가 워낙 낮았다. 승급이 되지 않으니 해가 지날 수록 일반직원과의 임금격차는 커진다. 교대 대학회계 직원들은 소수인원이라 그동안 불합리한 상황에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이번 단협을 계기로 특히 열악한 교대 대학회계 직원들의 임금과 복지 수준에 대해 적극적으로 요구할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대학본부 측은 요구안을 전달받지 못했거나 요구안에 대한 내부논의를 진행중이어서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립대 회계법 교육부령의 제정이 늦어지고 있어 이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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