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액따라 봉사영역 점수 부여해…“비교육적” 빈축

[한국대학신문 차현아 기자] 일부 대학에서 교수의 업적평가에 발전기금 모금 액수를 점수화시켜 반영하고 있어 논란이 제기됐다. 반값등록금 정책 등 대학들이 재정난을 토로하고 있는 가운데 마련한 자구책의 일환이라는 해석이다. 그러나 이는 대학들이 글로벌 대학으로 도약하기 위해 교수 연구력 강화의 필요성과 업적평가 강화를 주장하는 것과 무관하다는 지적이다. 발전기금 액수로 교수를 평가하는 것은 업적평가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을뿐더러 비교육적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대학가에 따르면 일부 대학에서는 교수 업적평가의 봉사영역 점수 중 대학 발전기금 항목에서 발전기금 유치 및 기부 액수에 따라 점수가 차등 부여된다.

중앙대의 교수업적평가 중 봉사영역에서는 발전기금 모금 및 기부 금액 1000만원 당 1점을 부여한다. 100점 만점에 최대 20점을 발전기금 부분으로 채울 수 있다. 청주대의 경우 학교발전기금으로 현금과 증권, 부동산 등의 유치활동을 했을 경우 4점이 부여된다.

구체적으로 발전기금 액수에 따른 점수를 차등 부여하는 대학들도 다수다. 수원대에서 교내 봉사 점수 영역 중 기부 영역에서 만점을 받으려면 3억 이상의 장학기금과 현물을 유치해야 한다. 300만원 미만으로 기부 혹은 기부유치를 했을 경우 2점이며, 300만원에서 800만원까지는 6점, 800만원에서 1500만원 미만은 8점 등 점수 등급이 높아질수록 금액 폭은 넓어진다.

교내봉사영역의 타 항목점수와 비교해 봐도 발전기금 항목 점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작지 않다. 한국항공대의 경우 10만원에서 100만원 미만은 5점, 100만원에서 1000만원 미만은 10점, 1000만원에서 5000만원 미만은 20점이며 5000만원이상 발전기금을 유치 또는 기부했을 경우 30점 만점을 받는다. 학교 행사에 한번 참여할 때마다 5점, 입시감독 및 면접, 출제, 채점 등을 했을 경우 한 회에 5점을 부여받는다. 교내 봉사에 한 번 참석하지 않는 대신 발전기금 납부로 대신할 수 있다는 뜻이다.

발전기금이 봉사영역 점수에서 가장 비중이 높은 대학도 있다. 동양미래대학의 경우 100만원 당 1점을 부여하되 최대 50점까지 가능하다. 또한 봉사영역 전체 점수는 최대 75점이다. 공공기관 평가위원 활동이나 토론회, 보직 수행, 위원회 위원 활동 등 다른 봉사활동 항목으로 점수를 채울 수는 있다. 학과장을 담당할 경우 20점, 동아리 지도는 10점, 학교 행사 참석은 최대 5건 이내에서 한 번 참석 당 1점으로 인정한다. 발전기금 영역을 제외하고 가장 비율이 높은 부분은 학부장, 센터급 이상의 보직을 담당한 경우로 최대 25점이다. 발전기금 영역으로 받을 수 있는 50점의 절반 수준인 셈이다. 

교수업적평가는 교수들에게 재임용과 승진, 호봉 승급 등의 자료로 활용된다. 특히 최근 대학들은 교수업적평가 기준을 강화해 교수의 연구력과 교수력 향상을 꾀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앙대는 S, A, B, C등급으로 교수 업적을 평가해 C등급을 받은 교수에게는 정직 1개월 등의 철퇴를 내리기도 했다.

해당 대학의 모 대학 평가 관계자는 “발전기금 점수보다 다른 영역의 배점도 적지 않다. 다른 부분으로 점수를 충분히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발전기금 영역 평가점수가 미치는 영향력은 크지 않다”고 논란을 일축했다.

그러나 일선 교수들의 입장은 다르다. 작은 점수 배점이라도 업적평가에 반영된다는 사실 자체로도 큰 압박으로 다가온다. 학교 차원에서 아예 발전기금을 내지 않으면 평가에서 불이익을 준다는 공지를 하는 경우도 있어 사실상 안낼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발전기금으로 업적평가 점수를 부여하는 한 대학의 교수협의회 회장은 “점수 자체는 크지 않더라도 교수업적평가는 상대평가이므로 1~2점을 두고 평가 등급이 좌우될 수밖에 없다. 그런 상황에서 1점이라도 더 받으려 발전기금을 내야 한다는 압박을 받게 된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대학의 한 교수는 “대학들이 반값등록금 정책 이후 재정난을 호소하는 일이 잦아졌다. 그 이후에 각 대학들에 발전기금으로 업적평가에서 점수를 부여하는 경우들이 생긴 것으로 알고 있다”며 “상황은 이해하지만 교수의 연구 능력과 관계없는 발전기금 금액을 두고 교수를 평가하는 것은 비교육적인 행태”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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