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관료화하는 대학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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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익(본지 논설위원/우석대 교수)

구로사와 아키라(1910-1998)는 ‘라쇼몽’으로 1951년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해 일본 영화를 처음으로 국제적으로 인정받게 만든 20세기 일본 영화계 최고의 거장이다. 그가 쓴 ‘자서전 비슷한 것’은 유년 시절부터 세계적인 감독이 될 때까지의 이야기를 담았다. 구로사와가 세계적인 영화감독으로 성장하는데 도움을 준 가족, 친구, 그리고 스승에 관한 이야기다.

영화에 투신하기 전 청년 시절의 구로사와는 화가 지망생이었다. 그 시절 구로사와는 고흐의 화집을 본 뒤 모든 것이 고흐의 눈을 통해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고 몹시 불만스러웠다. 그는 ‘나만의 눈’으로 세상이 보이지 않는 것이 못마땅했다. 구로사와는 ‘어떻게든 나만의 시각을 가지고 싶어 안달’했다. 자아와 개성을 확립하기 위한 노력은 그의 전 생애를 관통하는 것이었지만, 특히 학생 시절의 게걸스러운 독서는 큰 도움이 되었다. 그 시절 구로사와는 ‘외국문학, 일본문학, 고전, 현대물을 가리지 않고 마구 읽었다. 책상에 앉아서 읽고, 잠자리에 누워서도 읽고, 걸으면서도 읽었다’고 회상한다.

‘나만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싶어 했던 구로사와는 소학교와 중학교 시절을 거치면서 스승들의 도움도 많이 받았다. 중학교 시절 역사 과목을 맡은 이와마쓰 고로 선생님도 그 중 하나다. 어느 학기말 역사 시험 때였다. 열 문제가 나왔는데 거의 다 모르는 문제들이었다. 구로사와는 자신 있는 마지막 한 문제만을 골라서 답안지 석 장을 채워 써냈다. 나중에 이와마쓰 선생님은 채점한 역사 답안지를 학생들에게 돌려주면서 큰 소리로 말했다. “여기에 특이한 답안이 하나 있다. 열 문제 가운데 하나밖에 쓰지 않았지만, 이게 꽤 재미있다. 나는 이런 독창적인 답안은 처음 봤다. 이걸 쓴 녀석은 장래성이 있다. 100점이다, 구로사와!”라며 그 답안지를 구로사와에게 내밀었다. 모두 한꺼번에 구로사와를 쳐다봤다. 구로사와는 얼굴이 빨개져서 잠시 움직이지 못했다. 열 문제 중 한 문제만 썼는데도 100점을 받은 것이다. 구로사와를 전폭적으로 인정해준 이와마쓰 선생님이 아니었다면 구로사와의 중학 시절은 얼마나 암담했을까.

구로사와는 중학교 시절을 회상하면서, 옛날 선생님들 중에는 이와마쓰 선생님처럼 자유로운 정신을 지니고 개성이 넘치는 분이 많이 계셨다고 말한다. “정말 좋은 선생님은 선생님이란 느낌이 안 드는 법인데, 이분이 그랬다.” 그때에 비하면 요즘 교사들은 단순한 샐러리맨이, 아니 샐러리맨이라기보다 관료주의적인 사람이 너무 많다고 말한다. 그런 교사가 하는 교육은 아무 도움도 안 된다는 것이다. 구로사와가 소학교와 중학교 시절 만난 선생님들은 학생의 개성을 존중해주고 그것을 발휘할 수 있도록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주신 훌륭한 스승이었다.

이런 교육이 오늘 우리의 교육 현장에서는 과연 가능할까? 당장 대학을 보자. 교수들은 학생들의 성적 평가에 엄격한 상대평가를 요구받고 있다. 학생 수 10명이 채 안 되는 강의실에서조차도 A는 몇 명 이하, C는 몇 명 이상, 이런 식으로 규정에 맞춰 성적을 매기지 않으면 당장 전산입력이 되지 않는다. 기왕에 절대평가 하던 대학들도 대학평가에 불이익을 주겠다는 교육 당국의 엄포에 밀려 죄다 상대평가로 돌아섰다.

어디 성적평가뿐인가. 창의성과 개성을 키워줘야 할 대학 교육 현장을 획일적 관료주의가 압도하고 있다. 구로사와 식으로 말하면, “요즘 대학에는 단순한 샐러리맨이, 아니 샐러리맨이라기보다 관료주의적인 사람이 너무 많다.” 모든 것을 일사불란하게 계량화하면 행정 편의성은 높아질 것이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 구로사와 아키라가 될지도 모를 미래의 젊은 인재들은 인정받을 기회를 얻지 못하고 시들어버리는 것 아닐까.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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