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형(본지 논설위원/나사렛대 교수)

미래학자들의 예측에 따르면, 미래사회에는 명문대학의 존재가치가 희미해지며, 2030년에는 전세계 대학의 절반이 사라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최근 우리 대학사회 역시 격변의 시기를 겪고 있다. 이미 알려진 것처럼 학령인구 감소로 2024년 이후 입학정원의 30%가 미충원될 것으로 추산하는 가운데 대학의 구조조정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 대학사회를 옥죄고 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정부는 전국 대학을 5등급으로 나누어 등급이 높은 대학에는 혜택을 주고, 소위 등급이 낮은 대학은 재정지원을 제한하고 대폭적인 정원감축도 요구해서 불이익을 주겠다고 한다. 교육부는 2014년부터 구조개혁을 연계하는 지방대학 특성화사업을 시작하면서, 대학구조개혁평가의 칼을 빼어들었다.
 
또 최근에 교육부는 산업현장의 필요와 대학이 공급하는 인재 사이의 ‘미스매치’를 말하면서 취업중심으로 대학을 개편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더욱이 교육부 장관은 언젠가 학생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취업이며 소양을 기르는 인문학은 취업 후에 천천히 하면 된다는 취지의 말까지 하여 논란을 초래하기도 했다. 물론 취업은 중요하고 대학도 그것을 위해 노력해야 하지만, 사회에 좋은 일자리가 안 나오면 대학끼리 아무리 경쟁해도 전체 취업률이 높아질 리가 없다.

실상을 살펴보면, 한국 대학생 중 공대생이 차지하는 비율은 미국의 무려 네 배라고 한다. 현재 이공계 출신 취업률은 인문계보다는 높지만 60%대에 머물고 있는데, 이공계 정원을 더 늘리면 취업률은 이보다 떨어질 것이 뻔한 이치이다. 정부와 사회가 해결해야할 청년실업 문제를 대학에 전가한다고 없는 일자리가 과연 생기는 것인가. 더욱이 대학이 단순히 취업을 위한 직업교육기관이라는 인식은 문제가 있다. 교육부장관 발언의 이면에는 인문학이나 교양이 직업 보다 후순위라는 인식이 깔려 있는 것 같아, 교양과목을 이수한 후 전공수업을 진행하는 세계 공통의 대학교육 편제와도 맞지 않다는 점에서 상식적인 언행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러한 대학관은 우리나라의 사회풍토와 무관하지 않다. 우리 사회는 지난해 세월호 참사를 통하여 미래의 꿈나무인 어린 생명들이 무참하게 희생된 아픈 경험을 했으며, 이에 대한 진상이 아직도 제대로 밝혀지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으로 국가의 방역체계가 뚫려 국민들을 공포로 몰아넣는 일까지 겪으면서 우리 사회가 얼마나 재난 앞에 무방비적으로 국민의 생명이 내동이쳐지고 있는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인문학이란 무엇인가. 무릇 인문학은 인간을 공부하는 학문이며, 인간의 생명을 존중하고 함께 살아가기의 윤리와 방법을 배우는 교육이다. 인문학은 대학 교양교육의 중추를 이루며, 대학 졸업 후 사회인이 되어 어떤 직장이나 자리에 있더라도 공공적인 시민의식과 품성을 지니도록 가르치는 것이다. 그러므로 선진사회일수록 인문교육을 중시하게 되는 것이다. 교육부장관은 취업난에 시달리는 학생들의 고충을 해결하고자 하는 선의의 뜻이라고 할지 모르나, 인문학의 가치가 부차적인 것으로 폄하됨으로써 그런 관점이 정책에 반영되면, 대학은 더불어 사는 의식을 가진 성숙한 민주시민 보다는 자기이익만을 우선하는 무교양한 기능인들을 양성하는 곳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대학은 우리 사회의 전문성있는 지성 집단이다. 따라서 이러한 사회의 현안과 미래의 방향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변화되어야 하지만, 그 바탕에는 항상 인간의 생명과 인권을 존중하고 소통하며 함께 하는 공동체 정신을 전제로 할 때 그 건강성과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