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HW 갖추고 정책변화 유연한 대학만 살아남아”

2023년까지 20만명 유학생 유치 목표, 정책변화 없이는 불가
비자발급 간소화·해외분교설립 등 단계적 규제 완화 ‘절실’

기본철학 바탕에 우리 현실 맞는 ‘비즈니스모델’ 개발은 필수

 ※글 싣는 순서

<교육영토확장 블루오션을 열어라>
  ⑴ 세계로 뻗어나가는 ‘고구려 후예’로
  ⑵ 유학생 유치 ‘발상의 전환’ 필요하다
  ⑶ 대학3.0시대 교육 패러다임을 바꿔라
  ⑷ 고등교육 수출 막는 유리천장의 실체
  ⑸ 대안을 찾아라 ‘지상간담회’

▲ 본지는 1000호기념특별기획시리즈 ‘교육영토확장 블루오션을 열어라’ 그 마지막 순서로 전문가들의 지상간담회를 통해 고등교육 영토확장을 위한 발전방향과 전략을 살폈다. 사진은 구자억 한국교육개발원 석좌연구위원, 김영곤 교육부 국제교육협력관, 이경오 선문대 국제교류처장, 이순철 부산외대 교수(대교협 대학발전TF 위원), 이태억 KAIST 산업및시스템공학과 교수 순이다.

[한국대학신문 대학팀]학령인구 감소로 기로에 선 대학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건 과연 무엇인가.  고등교육의 영토확장을 위해 결과적으로 무엇이 필요한가.

본지는 '1000호기념특별기획시리즈'로 총 4회에 걸쳐 '교육영토확장 블루오션을 열어라'를 통해 유학생 유치 전쟁과 대학 3.0시대에 맞춰 변화하는 교육의 패러다임 등을 짚었다. 마지막회는 전문가들의 지상간담회를 통해 고등교육 영토확장을 위한 발전방향과 전략을 살펴봤다. 패널로는 구자억 한국교육개발원 석좌연구위원, 김영곤 교육부 국제교육협력관, 이경오 선문대 국제교류처장, 이순철 부산외대 교수(대교협 대학발전TF 위원), 이태억 KAIST 산업및시스템공학과 교수가 참여했다.
 
교육부는 2023년까지 20만명 외국인 유학생 유치 목표를 내놨다.  입학자원 감소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나.

김영곤 교육부 국제교육협력관(이하 김영곤) = 평생학습 수요 흡수와 함께 유학생 유치가 국내 대학 학령인구 감소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20만 명 외국인 유학생 유치 역시 가능한 목표라는 생각이다. 올해 내부 정책연구를 통해 지난해부터 학사‧전문학사, 어학연수 등 전 과정의 신입생 수가 증가하는 것을 확인했다. 최근 6년간의 유학생 증가율과 편차와 향후 5년간 정부의 적극적인 행‧재정적 지원을 고려해 유학생 목표를 계산한 결과이기도 하다.

이순철 대교협 대학발전TF 위원 (부산외대 러시아인도통상학부 교수, 이하 이순철)= 세계의 주요국들도 이미 인구감소에 따른 학령인구감소를 예측하고 외국인 유학생 유치를 확대하고 있다. 외국인 유학생 유치가 학령인구감소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점이 인정되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교육 수준과 정책이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해 학령인구감소를 대체할 수 있을 정도인가 하는 것이다. 현재의 교육정책으로는 외국인 유학생들로 학령인구 감소를 대체할 수 없다. 학령인구 감소는 예상보다는 바로 눈앞에 있는데 교육부의 외국인 유학정책은 실질적인 유학생 유치를 위한 △비자발급간소화 △토픽(TOPIK)규제 완화 △교육의 질적 향상 등과 같은 문제를 여전히 해결하지 않고 있다.

구자억 한국교육개발원 석좌연구위원(이하 구자억)= ‘정교한 유치 모델’을 가져간다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지금 정책대로라면 힘들 것이다. 최근 미국, 영국 등 비자 발급이 수월치 않았던 국가들이 이를 완화해 가면서 한국 유학의 메리트가 점점 없어진 추세다. 하지만 생각을 달리하면 구석구석 수요는 많다. 박사학위 취득이나 한류 뷰티분야, 한국어 연수 등 한국의 유망한 직종에 초점을 맞추면 미래 고민을 덜 수 있을 것이다. 수요에 특화된 전략이 필요한 때다. 모델 마련이 급선무다.

이경오 선문대 국제교류처장(이하 이경오)= 목표달성은 힘들 것이다. 최근 유학생 수의 동향을 보면 경체 혹은 감소세를 유지하고 있다. 유학생 정책의 큰 변화나 외부 환경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20만 명 유치목표 달성은 어렵다는 생각이다. 그렇다고 도전 불가능한 과제도 아니라고 본다. 정부의 제도개선, 다양한 지원방안, 대학 자체의 노력이 복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또한 유학생들에게 수학한 후 확실한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태억 KAIST 산업및시스템공학과 교수(이하 이태억)= 국내 학령인구감소 대안으로 ‘해외유학생을 유치한다’는 시각은 바람직하지 않다. 장시간이 걸리더라도 정부는 한국고등교육의 질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정책을 꾸려가야 한다. 해외 유학생들을 지금 당장 억지로 오게 만들기 보다는 스스로 ‘자발적’으로 오게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다. 대학교육의 질을 향상시키는 방법으로는 우선 △대학자체의 고비용 구조를 개선해 경영 효율성을 높여야 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 등록금 의존율을 낮추기 위해 정부가 대학에 재정지원을 대폭 늘려야 한다 또 △대학사회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든 한계 대학을 시장원리에 의해 퇴출 가능한 출구가 마련돼야 한다. 정부는 국내 학령인구감소 대안을 장기적인 안목으로 ‘고등교육의 질 향상’에서 찾아야 한다.

■ 세계 유수 대학들도 유학생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한국이 세계 고등교육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은.

김영곤= 한국발전경험, IT나 자동차, 조선 등과 같은 특화산업, 보건과 미용, 자동차정비 등의 전문기술 등 우리가 강점이 있는 학문 분야가 있다. 이 분야에서 재외동포와 외국인 유학생에 특화된 교육과정을 운영하도록 지원해 우리 대학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일례로 우수 지방대학을 중심으로 실시한 ASEAN 국가 우수 이공계 대학생 초청연수를 지난 7월부터 한달 간 진행했던 경험이 있다. 당시 참여학생들은 우리나라 대학의 이공계 학문 분야의 우수성을 인식해, 한국 유학을 적극 준비하기로 결심하는 등 호응을 이끌어냈다.

이순철= 외국인 유학생 유치의 3대 조건은 △교육의 질 향상 △교육과 이민 또는 취업 연계 △유학생 유치 정책이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학교육이 최소한 국제적 기준에 준하는 교육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한국의 경제발전 경험과 한국대학만이 갖고 있는 특수성들이 한국대학 교육의 경쟁력이다. 하지만 이러한 경쟁력을 현실적으로 적용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의 교육이 국제적 표준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대학교육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모든 학문분야를 다시 국제적 표준에 맞는지를 검토하고, 우리의 교육을 국제적 표준에 맞추는 시스템과 정책이 필요하다.

이경오= ‘미래에 좋은 직업을 가질 수 있는가’란 문제에 대한 답이 해외 유학생의 수를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좋은 직업을 가질 수 있게 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져야 세계 유학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한국내 일자리도 문호를 넓혀야 하지만 본국에 돌아갔을 때도 한국관련 직장에 취업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시스템 정착이 필요하다.

이태억= 역시 유학올 만한 ‘동기’를 제공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취업할 때 유리하게 작용하는 ‘프리미엄’이 있는가의 문제다. 이것은 대학의 세계적 인지도와 평판도, 그리고 우리나에 대한 세계적 평판도가 높아져야 가질 수 있다. 시간이 걸리는 문제라는 뜻이다. 유학생 유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국가 및 대학의 국제 경쟁력과 평판도를 높이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교육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것만이 진정한 미래의 ‘블루오션’을 획득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 국내 대학간 유학생 유치경쟁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순철= 이미 국내대학들은 입학정원 부족에 대한 고민에 빠졌고,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하기 위한 과도한 경쟁을 하고 있다. 이러한 경쟁은 단기적으로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효과가 없다는 것을 상호간에 인식해야 한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자체를 중심으로 지역대학 유학생 유치 협력체를 만들어 공생할 수 있도록 하면 된다. 지자체 중심으로 외국인 유학생 유치 방안을 만들고, 상호 협력해 유학생들을 유치할 수 있도록 하는 장을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대학들이 자기들만이 갖고 있는 특성화를 확립해야 할 것이다.

이경오= 장학금을 남발하는 경우도 있는데 적절치 않다. 우수한 학생에게 장학금을 주는 것은 납득할 수 있으나 ‘지나치게 많이’ 준다거나 적당하지 않은 기준으로 퍼주기 식의 형태는 지양돼야 한다. 이는 부실교육을 양산시킬 수 밖에 없다. 사립대의 장학금 남발은 국립대와의 ‘저렴한 등록금’ 경쟁에서 비롯됐다. 정부가 국립대의 외국인 등록금 수준을 미국이나 일본, 유럽의 경우처럼 사립대 수준으로 책정하는 것도 등록금 경쟁 단초를 제거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 국가는 사립대의 장학금 제도가 합리적인지 등을 평가해, 관리·감독하는 것도 필요하다.

■ 해외로 교육영토 확장을 위해 정부에 규제를 풀어달라는 요구가 빗발친다.

이순철= 외국인 유학생 유치를 확대할 수 있는 방안 수립이 먼저다. 외국인 학생들이 한국 교육이 왜 필요하고, 교육서비스를 받을만한 가치가 있다는 점을 인식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외국인 유학생을 대거 유입할 수 있는 ‘비자발급간소화’가 해결돼야 한다. 이는 정부의 적극적인 고등교육서비스 해외 진출 지원정책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 투자할 수 있는 재정적 지원 또는 규제완화도 필요하다.

김영곤= 법무부·외교부 등 비자 발급문제를 보자면 발급하는 쪽에서 일관성 있는 처리가 필요하다. 대학 현장에서 유학생 비자 처리가 대사관(영사관) 또는 출입국 사무소마다 제각각이고, 담당자가 바뀔 때마다 편차가 커 관련 업무 처리에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일관된 처리가 가능하도록 가이드라인 제시 등이 필요하다.

이태억= 우리 교육은 아직 ‘서비스산업화’가 되지 않았다. 이는 고객 중심의 경영으로 시장원리가 작동해 스스로 합리화, 최적화를 도모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를 위해 정부는 대학의 학생 선발, 정원, 등록금, 재정운영 등에 대한 규제를 철폐해야 한다. 대학들이 시장원리에 의해 경쟁하고 그 힘을 키워야 유학생 유치나 대학의 해외진출이 가능하다. 또 정보기술 및 인터넷에 의해 디지털화돼 가는 교육환경에 발맞춰 수업방식·요건, 이러닝, 교육컨텐츠, MOOC 등 연관된 규제를 철폐해야 한다. 앞으로 디지털기술에 기반한 컨텐츠화가 급속히 진행될 것이다. 컨텐츠 개발, 저작도구, 서비스플랫폼 등 기술개발과 비즈니스 개발 관련 산업육성이 시급하다. 창의적인 교육을 위한 교육컨텐츠, 관련 솔루션, 신개념 대학 등의 시장을 창출해 고등교육이 새로운 성장동력과 일자리 창출을 주도하는 ‘교육서비스산업’으로 발전하도록 해야할 것이다.

■ 해외 분교 설립에 교비회계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구가 많다. 교육부는 ‘해외도피성’ 분교를 설립문제로 불가하다는 입장인데.

김영곤= 현행 사립학교법 제29조 제6항에 따라 교비회계는 타 회계로의 전출이나 대여를 금하고 있고, 해당 법률이 개정돼야 규제를 완화할 수 있다. 하지만 교비회계에서도 비등록금회계를 이용한다면 문제는 없다. 해외분교 설립시 기부금과 같은 비등록금회계를 쓰는 것은 별도 허가없이 가능하다. 수익용기본재산 100%(를 초과하고 수익의 80%가 학교운영비로 충당이 이뤄지는)법인이라면 문제없다. 법인의 수익용재산 활용은 교육부에서도 허가한 사항이고, 이를 장기적으로 꾸준히 쌓아 대학 국제화에 사용하는 것 또한 교육부에서 장려할 일이다. 문제는 이와 같은 형태로 해외분교설립을 시도하는 대학이 별로 없고, 있다해도 ‘지속적인 재정투자가 없는 한’ 설립·유지가 어렵다는 것이다. 한 예로 서울의 모 사립대는 기부금으로 해외 분교를 설립했지만, 현지 운영사정과 예산부족으로 지금은 더 이상 운영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순철= 국내 대학들은 해외 분교 설립을 원하지만 사실상 교비를 제외하고는 투자할만한 여력이 없다. 오히려 학교 운영을 위해 정부지원에 의존하고 있다. 만약 정부가 현재의 상황에서 대학들로 하여금 해외에 분교 설립을 허용한다면, 당연히 대학들은 교비반출을 원하게 되는 것이다. 대학이 이전부터 자금을 준비해 해외에 진출하려고 해도 교비반출을 법으로 규제하고 있기 때문에 불가능했다.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대학들로 하여금 해외진출을 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 나가는 것이 맞다. 해외진출은 대학의 사명이면서도 한국교육의 경쟁력 확대라는 점에서 필수요소다. 단계적으로 규제 해제는 이뤄져야 한다. 재단의 지속적인 투자도 필수다. 현재 대학들은 해외교육시장 진출이 대학경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재단이 그에 대한 투자를 하지 않으면 실현불가능하다.

이경오= 대학의 해외분교가 ‘한국학생들을 모집하는 도구로 활용된’ 부작용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사실 교비회계 반출금지 규제때문만이 아니라 한국인 교수와 직원의 높은 인건비와 시설투자, 현지 환경등을 고려할 때 특화된 교육분야가 아니면 해외분교 유지는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한국 정부나 해당 국가의 도움없이는 대학 스스로 투자대비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미지수다.

김영곤=현재 교비회계 사용을 허가해 달라고 요청하는 건 ‘적립금’을 통해 해외분교를 설립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또 한계에 다다른 국내 대학의 ‘해외도피성’ 분교 설치는 애초에 불법이다. 만약 법률이 개정돼 교비로 해외분교 설립이 가능하게 되더라도 경영여건이 어려운 대학의 해외분교 설립은 금지되도록 법령화해야 할 것이라는 게 교육부 입장이다.

이순철= 한계에 다다른 대학들이 ‘해외도피성’으로 해외분교를 설립할 가능성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그 문제 때문에 모든 대학들의 해외 분교 설립을 막는 것은 적절치 않다. 해외도피성 분교설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내캠퍼스가 재정적인 문제를 겪지 않아 교육의 질이 낙후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게 하고 △해외로 유출되는 자금은 모두 신고하게 하는 것은 물론 재정활용에 대해 보고하게 하는 시스템을 마련하면 된다. 교비회계 외의 자금을 투명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하면 대학들도 자금을 불법적으로 활용하지 못할 것이다. 지금이라도 국내캠퍼스가 해외로 투자되는 자금으로 열악해지고 있지 않고, 해외로 투자된 자금은 규정에 맞게 활용되고 있다는 점을 명확하게 확인받고 정부가 이를 관리한다면 해외분교 설립은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

■ 송도글로벌캠퍼스 등과 같은 해외 대학의 국내 유치도 쉽지 않다는 이야기가 있다.

구자억= 해외 대학이 우리나라에 들어올 때 부딪치는 규제 두 가지는 ‘지역 제한과 유치형태’다. 우리나라는 현재 경제자유구역에서만 해외 대학 유치가 가능하도록 돼 있다. 대학 입장에서는 그리 좋은 여건은 아니다. 또한 ‘독자’ 설립형태를 고수하고 있다. 한쪽에선 인력을, 한쪽에선 시설을 구축하는 ‘합작’ 형태의 설립을 법으로 규제하고 ‘독자’형태로 유치된 대학만 국내 설립이 가능하다. 반면 우리와 반대로 중국은 합작대학만 유치 가능하다. 우리나라는 작은 나라다. 개방해야 살 수 있다. 해외 대학의 국내유치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 무조건 푸는 것이 아니라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분석한 뒤 도출된 ‘정교한 전략’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것은 정부가 할 일이다. 정부가 큰 그림을 그리면 지자체와 대학이 그 안에서 작은 그림을 그리면 되는 것이다. 정부가 대학의 국제화를 막으면 안된다. 대학은 국제화를 통해 교육의 질을 높여 나가야만 생존할 수 있다.

■ 대학강의 ‘교육콘텐츠’ 공유 등 오는 2학기부턴 K-MOOC가 시작된다. 대학의 역할에도 큰 변화가 일 것 같다.

이태억= 아직 우리나라의 대학·교수들은 MOOC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단순히 강의를 모아 공유, 서비스하면 될 것이란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MOOC가 기존의 온라인 강좌와 주요한 차이점은 ‘명문’ 대학들의 명품 강의가 누구에게나 ‘무상’으로 제공된다는 점 외에도 과제는 물론 평가도 진행된다는 점이다. 또 강의제공 등 주요 서비스 외에도 이수증이나 학생-기업간 취업 알선 등 ‘유료 부가서비스’도 실시하고 있다. MOOC는 대학 강의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열어 교육컨텐츠 비즈니스와 대학의 역할에 분명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MOOC는 교육컨텐츠 비즈니스화 산업화의 시발점이라고 볼 수 있다.

이경오= 무료 강좌이지만 언어장벽으로 인해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 한국어로 개설한다 해도 외국에서 수강할 수 있는 사람은 적을 수밖에 없다. 수익성을 올릴 정도의 온라인 강좌를 개발하는 것도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한국적이면서도 외국 사람에게 필요한 강좌를 개발하여야만 성공을 거둘 수 있다. 또한 개발자에게도 여러 종류의 인센티브가 주어져야 하는만큼 쉽지 않은 일이다.

이태억= 대학의 좋은 강의를 무상으로 공유한다는 MOOC의 기본철학을 살리면서 우리 현실에 맞는 MOOC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적절한 수준의 정부 및 공익재단의 재정지원을 바탕으로 ‘공익적 MOOC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단 경영·운영에 대한 정부나 공익재단의 관여는 최소화해야 한다. 우수한 교수들의 참여도 독려돼야 한다. 대학과 교수들에게 MOOC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강의 공개·공유에 대한 철학을 공유하는 것이 우선이다. 교수평가 반영이나 인센티브로 설득하기 보다는 교수 스스로 MOOC에 동참할 명분과 동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본인의 국내외적 인지도와 평판도가 높아진다. 실제로 MOOC에 참여한 한 교수는 국제학회에서 젊은 외국인 학자가 다가와 감사의 인사를 한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또 MOOC에 공개한 본인의 강의콘텐츠를 자신의 수업에 활용하고, 오프라인 수업에서는 그 강의에 대한 토론 및 팀과제, 실험실습, 사례연구 등을 진행할 수 있다.

■ 미래 우리나라에 대학이 20개도 안남을 것이란 예측이 있다.

이순철= 앞으로 대학은 IT 또는 온라인 기반으로 교육을 확대해 나가면서 형태를 바꿀 것이다. 하지만 예상보다는 오랫동안, 최소한 한 세대 이상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공존하는 시대를 살아갈 것으로 보인다. 좋은 교육이 IT 또는 온라인 기반으로 수행됐다고 하드웨어가 불필요한 것은 아니다. 캠퍼스가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은 그다지 좋지 않다. 다만 앞으로 IT나 온라인 기반의 교육은 많아질 것이다. 앞으로 대학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잘 갖춘 대학들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즉 두 개를 잘 융합하는 대학들이 미래가 있다.

이경오= 학령인구 감소현상은 특히 지방대학의 생존을 위협한다. 현 교육정책과 사회 분위기가 그대로 이어 나간다면 서울의 대학은 정원을 어렵지 않게 채워나갈 것이고, 정부 지원을 받는 국립대 또한 살아남을 것이다. 결국 서울 소재 대학, 국립대 그리고 소수의 지역 사립대만 존재하는 ‘기형적인 구조’가 만들어질 것이다.

이태억= 학생수가 감소하고 이러닝과 MOOC 등 디지털 교육이 확대되면 대학들은 점차 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이러닝과 MOOC 등 디지털 강의가 절대 오프라인 교육을 대체하지는 못한다. 질적 수준, 학습효과, 평가의 공정성의 한계 때문이다. 강의의 디지털화와 공유 체제는 오히려 강의 이외의 △토론식 팀학습 △학생참여 수업 △실험실습 등의 오프라인 학습을 강화해 교육의 질을 한층 끌어올리는 역할을 할 것이다. 최근 플립러닝(Flipped Learning)과 같은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결합한 교수학습법이 필연적으로 자리잡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 대학의 오프라인 수업의 강점이 더욱 중요하게 될 것이다.

<정리=신나리·정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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