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적팽창과 보여주기는 시대적 소명 다해··· 대학설립준칙주의 버려야

구조개혁 관련해선 "경쟁 밀린 대학에 출구 마련해줘야" 

[한국대학신문 이우희 기자]"전세계 어디를 가도 100여개 학과를 가진 대학이 드물다. 백화점식 학과 만들어 학생수 늘리기는 지양해야 한다. 철학과는 필요하지만 대학마다 다 있을 필요는 없다."

성낙인 서울대 총장은 3일 오후 6시 서울 장충동 서울클럽에서 열린 한국대학신문 주최 ‘UCN President Summit’ 창립 컨퍼런스에서 '고등교육 미래 전망과 생존전략’에 관한 주제발표를 통해 "이제 대학들이 저마다 실사구시의 자세로 나아가야 할 시대가 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성 총장은 "대학준칙주의는 시대적 소명을 다 했으며, 이제는 버려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제가 80년대에 대학 교수가 되었을 때 집안의 한 어른께서 '교육부에 있어보니 대한민국 대학 중에 서강대 빼고는 모두 불합격'이라고 말씀하셨다"며 "그 시절에 대학은 학생 정원을 늘리려고 교육부에 로비를 했다. 서울대도 포함이다. 모든 대학이 정원을 늘려달라고 할때, 오히려 (미리 계획하지 않아)그럴 능력이 안 된다면서 교육부의 제안을 거절한 대학은 서강대가 유일했다고 한다"며 옆에 앉은 유기풍 서강대 총장을 바라봤다.

성 총장은 양적 팽창보다 실사구시를 추구한 또다른 대학 사례로 전문대학을 예로 들기도 했다. 그는 "문민정부는 당시 전문대학들의 요구로 '전문'이라는 말을 뺐고 이어서 학장을 총장으로 높였다. 하지만 영진전문대학은 홀로 '전문'이라는 단어 사용을 고집했고 지금은 대한민국 최고의 전문대학으로 명성을 누린다"며 "대학 준칙주의는 이제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학령인구 감소와 인구 고령화가 초래한 대학의 위기에 대해서도 분명하고 단호한 어조로 퇴로마련의 필요성을 짚었다. 성 총장은 "학령인구가 줄어드는 환경에서 대학도 경쟁에서 뒤쳐지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지금 어려움을 겪는 대학은 대부분 신설 사립대학인데, 그들 대학에 퇴로를 마련해줘야 한다. 대학을 설립하기 위해 막대한 재산과 열정을 쏟아부은 설립자들에게 이제 대학만 국가에 반납하고 혼자 나가라는 식으로는 결코 '출구'를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교육영토확장 방안에 대해선 "보여주기가 아닌 실질적인 MOU를 해야 한다"며 "규모가 있는 종합대학은 보통 100개 이상 대학과 MOU를 하는데, 숫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실질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구체적인 방안으로 "한양대와 건양대, 가천대 등 지역별로 구심점 역할을 하는 대학들이 다른 국가의 주요 대학과 MOU를 체결해서 이를 기반으로 지역 전체가 참여하는 방식으로 활성화하는 것이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또한 "유학생 유치를 이야기하신 황우여 부총리도 풀브라이트장학금을 받고 좋은 교육을 받았다"고 소개하면서 "3만달러 시대를 앞두고 있는 우리나라도 이제 저개발 국가를 위해 나서야 할 때"라고 밝혔다.

성 총장은 산학협력도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물결이라도 강조했다. 그는 "프랑스 파리 남부 10~15km 지점에 17개 대학이 컨소시엄을 이루어 조성된 거대한 산학협력단지를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이곳에는 국영기업은 물론 유수의 기업들이 입주해 있다. 우리도 산학협력을 더이상 외면해선 안된다. 우리에겐 삼성과 LG와 같은 세계적인 기업이 있는데, 과연 대학들이 이들 기업이 바라는 인재를 길러내고 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성 총장은 끝으로 "통일도 우리 대학에게 기회가 될수 있다. 통일시대를 대비해 지금부터라도 북한의 대학들과 교류하자"고 말했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