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청(한양대 고등교육연구소장/전 상명대 총장)

전통적 대학의 이상은 교육, 연구, 봉사의 3대 기능을 추구하는 상아탑적 대학이었다. 이점에서 대학은 지성적 고뇌와 학문적 자유를 갈구하는 상아탑이었다. 그러나 21세기 대학관은 급격한 사회문화 변화와 기술변동에 따라 더 이상 상아탑적 대학관이 허용되지 않는다. 원하든 원치 않든. 이제는 완전히 지식정보화사회에 부응하는 교육산업적 관점에서의 대학관으로 변화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과정 속에서 저출산 고령화와 청년실업 그리고 캠퍼스 없는 대학의 확산과 소위 ´보이지 않는 교육(invisible education)'의 확대에 따라 대학은 변화에 적응하는 반응적 대학(responsive university)으로 변모되고 있는 실정이다. 더구나 학생 수 감소, 온라인 교육의 확산, 교육방법과 과정의 대혁명 등 대학환경의 변화에 따라 대학은 커다란 위기를 맞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우리 대학들의 미래대응전략은 무엇인가라는 고민은 더 깊어갈 수밖에 없다.

미래 대학에 대한 대응전략은 이러한 점에서 세계 여러 나라가 노심초사하고 있는 아젠다이기도 하다. 그러기에 위기 극복을 위한 대응전략은 더욱 절실한 실정이다.

대학의 미래적응전략은 큰 방향에서 다음 몇 가지 점을 고려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첫째, 규모의 경영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점이다. 규모의 경영전략은 학과, 학생 수, 전공편제 등 개별대학이 가져야 할 생존전략의 첫째 우선순위라고 볼 수 있다. 어쩌면 작지만 강한 대학이 가장 적합한 전략일 수 있다. 학생 수를 줄이고 전공의 벽을 헐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접목하고 학령인구절벽이 예견되는 향후 10년을 적극적으로 대비해야 된다.

둘째, 대학기능을 재정립해야 한다. 그동안 대학은 원 스톱 서비스(one stop service) 형태의 백화점식 경영방침을 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는 개별대학의 특수성과 정체성을 다시 살리는 “작품형 대학”의 기능으로 바뀌어야 한다. 작품형 대학은 특성화, 특화된 대학을 의미한다. 모든 대학이 모든 학과를 유지할 수는 없다는 뜻이고 학과의 벽을 열어 융합학문 형태의 특성화를 의미한다. 이 시대가 요구하는 것이 창의적인 융합학문과 기술변화에 부합하는 학문이기 때문이다.

셋째, 이제 대학은 위치하고 있는 국가나 언어에 국한된 대학이 아니다. 세계가 한 대학의 틀 속에 있다. 그러므로 모든 대학은 세계를 향한 비전과 전략을 통해 교육영토를 넓히면서 생존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육대상의 제 3영역(the third sector)을 개발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그것은 외국학생을 적극 수용할 뿐만 아니라 컨텐츠 자체를 세계를 경향하는 컨텐츠로 재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선진국의 경우도 보면 평생교육이 학령인구 감소의 대안이 아님을 입증하고 있으며 우리가 의존하고 있는 중국을 비롯한 일부 외국인 학생의 유치나 평생교육체제의 확충을 통한 생존전략은 미래의 대응전략으로서 충분치 않다. 온라인 상의 컨텐츠를 통한 교육산업과 컨텐츠를 통한 세계의 교육장으로서의 역할을 확대해 나가야 된다. 그것이 바로 교육영토의 확충이고 미래의 대응전략이다.

넷째, 모든 대학은 교육방법과 교육내용의 대변화에 대한 대응전략을 세워야한다. 이제는 교수와 학생의 면대면 교육방법의 대변화는 물론이고 온라인 교육과 캠퍼스 없는 교육의 확충을 뛰어넘는 대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소위 감성공학의 획기적 발전에 의해서 24시간 장소와 언어와 대상을 초월한 교육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그러므로 지난 주 MIT에서 도입한 마이크로 마스터 프로그램(Micro master program)처럼 교수 없는 교육, 교재 없는 교육, 강의실 없는 교육이 일반화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점에서 대학들은 교육내용과 교육방법의 대혁명에 대한 준비가 절실하다.

다섯째, 향후 10년 이내에 많은 대학이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문 닫는 대학도 많아질 것이다. 이점에서 생존전략을 위한 다각적인 대학구조조정과 대학 합병 그리고 대학 폐쇄에 대한 대응전략을 수립해 놓을 필요가 있다. 대학은 이제 위기의 시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여섯째, 대학은 개별대학의 생존전략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대학 간의 연대와 협력을 통한 공동생존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연구중심 대학과 교육중심 대학 등 기능적 분화를 통해 생존하던 시대의 대학관은 이제 바뀔 수밖에 없다. 기능적 분화는 종래의 연구와 교육이 구분되던 시대적 요구와는 달라졌기 때문이다. 연구와 교육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RIL(Research in learning)나 LWR(Learning with research)이 확산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대학 간의 학습 네트워크와 학점상호교류와 인정 그리고 공동질관리 체계는 향후 대학의 생존전략을 위한 필수적인 대응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이제 대학은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는 대학 빙하기가 다가온다는 것을 늘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버티면 되는 것이 아니라 가꾸면 대학이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대학은 이제 세계를 장으로 하는 열린 시스템이 될 것이고 세계적 평가의 잣대에 의해 생존자체가 결정되는 시기가 되기 때문이다.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컨텐츠와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교육의 질의 담보 없이는 그리고 특성화의 브랜드 없이는 생존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수요자는 대학을 언제나 선택의 눈으로 눈여겨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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