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피해 막으려면 연내 처리” 가입자들 “강행처리 말고 제도개선 병행”

[한국대학신문 송보배·이재익 기자] 사학연금법 개정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8월 신성범 의원(새누리당)이 대표 발의한 ‘사립학교 교직원 연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이하 사학연금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에서 계류 중으로 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최근 해당법안이 예산부수법안 요건에 해당한다는 의견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산부수법안은 국회의장이 단독으로 판단해, 상임위를 거치지 않고 본회의에 자동으로 상정된다.

정부와 여당은 개정공무원연금법이 내년 1월 1일 시행됨에 따라 사학연금법 개정안의 연내 처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학연금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공무원연금이 시행되는 내년 1월 이후 퇴직하는 모든 사립학교 교직원의 연금개시연령이 65세로 즉시 연장되는 등, 가입자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 현행 사학연금의 장기재정추계. 자료 = 박인숙 의원실 제공.

기금고갈 문제도 제기된다. 현행 방식대로 운용할 경우 사학연금 기금 고갈은 2032년 시점으로 예상되고 있다. 불과 17년 남은 상황이다. 사학연금공단이 박인숙 의원(새누리당)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사학연금법 개정안에 따라 개정이 이뤄질 경우 기금 고갈 시점은 2042년으로 10년 연장된다. 총 지출이 총 수입보다 많아지는 재정수지 역전시점은 현행 2021년에서 2027년으로 6년 늘어난다.  

한편 교수, 교사, 교직원, 사학병원 간호사 등 사학연금 가입자들은 정부·여당이 당초 연내 처리가 없다며 가입자들을 속였으며, 가입자들의 의견수렴 기회조차 박탈했다며 절차상 문제들을 지적하고 있다. 또한 사학연금 개정과 함께 제도개선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연내 처리 반드시 필요한가 = 공무원연금법에서 연금지급률은 1.9%에서 1.7%로 하향조정되고 연금개시연령은 기존 60세에서 65세로 상향조정된다. 공무원연금법은 부칙을 통해 이 조정을 각각 20년, 18년 동안 단계적으로 진행토록 단서를 달았다. 문제는 공무원연금의 본 규정을 사학연금법이 그대로 준용하도록 돼 있는데, 단계적 실시를 명시한 부칙이 준용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단계적인 조정을 받는 국공립 교직원과 달리 사립학교 교직원은 내년 1월 1일부터 즉시 적용을 받게 된다.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이하 사학연금공단)이 박인숙 의원(새누리당)에 제출한 ‘사학연금법 미개정시, 문제점 및 현안 등’ 자료에 따르면 사학연금법을 개정하지 않을 시 28만 여 명의 현 사립학교 교직원의 연금지급률이 내년 1월부터 1.7%로 즉시 인하된다. 연금개시연령은 내년 1월 1일 이후 퇴직하는 모든 교직원이 65세로 즉시 연장된다. 유족연금 지급률 역시 내년 1월 1일부터 즉시 60%로 인하된다.

한편 가입자 단체로 구성된 사학연금제도 개선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사학연금공대위)는 연내 처리가 꼭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사학연금공대위는 지난 9일 기자회견을 통해 “개정 등 제도개선 논의가 정부와 여당 주도로 일방적으로 진행돼선 안 되며 2016년 연금법 시행일을 다소 넘기더라도 공론의 장을 만들고 당사자와 충분한 협의를 통해 진행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류석준 영산대 교수(법률)는 “이전에는 공무원연금법과 사학연금법을 함께 개정을 했기 때문에 (따로 개정하는)이런 일은 처음 발생한 것”이라며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법 해석을 할 수밖에 없는데 법문에 중요한 부분들이 부칙에 있는 상황이다. 합리성 관점에서 보면 부칙도 함께 준용하거나, 혼란을 막기 위해 사학연금법은 개정 이전의 공무원연금법을 준용하도록 법 해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류 교수는 “공무원연금법과 사학연금법이 연동된다는 것은 공무원연금법 개정 당시 야당에서도 지적한 사항이다. 여당이 이를 알고도 방기한 것은 직무유기”라고 덧붙였다.

가입자와 협의체 구성, 안하나 못 하나 = 공무원연금 개정에선 가입자들의 의견수렴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 했지만, 사학연금 개정에서는 협의체를 구성하지 않은 점도 가입자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신성범 의원 측에서는 공무원연금개혁 당시 국민대타협기구를 통해 의견을 반영했기 때문에, 사학연금법 개정에서 협의체를 구성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신성범 의원실 관계자는 “협의체 구성과 공청회 모두 현실성이 없다”며 “공무원연금개혁 때 실질적으로 많이 반영했고 더 이상 수정이 가능한 곳은 현실적으로 없다고 판단된다. 당시 국민대타협기구 속에 교사 대표단도 들어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진후 의원(정의당)은 당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등 교사 단체 일부만 참여했을 뿐, 사학연금 가입자가 참여해 논의할 수 있는 창구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정의원실 관계자는 “사학연금에는 보건의료노조나 대학관계자들도 있고 비교총 사학들도 가입해 있는데 이들은 논의 테이블 자체가 없었다. 지금까지 사학연금 가입자들의 의견 창구 자체가 없는 상태로 논의가 이뤄지길 기다리고 있는 것”이라 말했다.

사학연금공대위는 정부가 가입자들의 의견수렴 기회를 박탈했다고 주장했다. 김용섭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부위원장은 “정부·여당은 공무원연금개혁 당시에는 수차례 공청회를 열고 대타협기구도 구성해서 의견을 수렴하는 시늉이라도 했다. 그런데 지금 사학연금은 의견수렴 절차 하나 거치지 않고 당연히 개정해야 한다는 식으로 밀어붙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류석준 교수는 “정부와 여당이 당초 사학연금법 연내 개정이 없다고 말하면서 가입자들이 이익을 주장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했다. 같은 상황에서 공무원들은 참여할 기회를 부여해놓고 사학연금 가입자들은 그런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은 평등권 침해”라고 말했다.

공무원연금과 뭐가 다르나 = 현재 사학연금 기금은 15조 4128억원으로 공무원연금에 비해 적립금에 여유가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연금고갈 시점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에서 연금개혁이 시급한 것은 마찬가지다.

정작 문제가 되는 것은 공무원연금과 달리 가입자가 다양하고, 가입자의 직종에 따른 상황이 달라 이해관계가 복잡하다는 것이다. 현재 사학연금은 사학법인의 교수, 교사, 교직원, 의료인력이 포함된다.

한미정 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사무처장은 “사립대학병원 간호사의 경우 근로조건이 열악해 근속연수가 10년이 되지 않아 사학연금은 그림의 떡이다. 직종의 특성상 산재 위험도 큰 상황”이라며 “이런 직종의 특수성을 감안해 제도개선이 이뤄져야한다”고 설명했다.

개정안이 통과된다고 해도 정부와 법인의 부담 비중은 숙제로 남는다. 공무원연금제도는 공무원 개인 기여금과 정부 부담금이 각각 1:1로 부담이 된다. 반면 사학연금제도의 경우 개인이 50%, 사학법인과 정부 부담금 50%로 구성된다. 사학법인과 정부는 부담금 비중을 6:4로 출연하고 있다.

연금부담률을 공무원연금에 준하는 9%로 단계적으로 올리게 되면, 정부와 법인의 부담 역시 늘게 된다.

사학연금공단이 배재정 의원(새정치민주연합)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연금부담률을 9%로 높이고, 개인 교원과 정부, 법인 간 부담비율을 현행대로 유지할 경우 정부는 8.1%(현재 3조 7647억에서 4조 833억), 학교법인은 15.2%(현재 5조 3737억에서 6조1910억)씩 부담이 증가한다.

하지만 현재 대학법인 상당수가 사학연금법인부담금을 학교회계로 부담하는 상황에서, 연금부담률 증가가 등록금 인상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 5월 대학교육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123개의 대학법인이 사학연금 법인부담금 약 1000억원을 법인회계에서 부담하지 못해 등록금이 포함된 학교회계에서 부담했다.

박순준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이사장은 “현재도 상당수 법인들이 등록금인 학교회계로 돌리고 있는데 연금부담률을 올리면 그 비용이 더 증가할 것”이라며 “법인의 책임성을 명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와 여당은 일단 개정안을 통과시킨 후 시행령에서 정하면 된다는 입장이고, 야당은 법안에 비중을 명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신성범 의원 측은 “세부적인 부담금 비율을 야당은 빨리 내놓으라 하고 정부는 일단 법이 통과되면 기재부 등과 더 얘기해서 분담금 비율을 최종 확정하겠다는 것”이라며 “정부와 법인이 현 비중 그대로 가져가거나 법인이나 정부 한 쪽이 조금 더 부담하는 방안이 논의될 수 있지만 그대로 가는 안이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가입자들의 의견수렴절차 없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향후 진통도 예상된다. 공대위의 한 관계자는 “법리적인 부분들을 검토하고 있다. 통과 여하에 따라 행정소송 등 법정투쟁도 할 수 있다”며 법정싸움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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