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정기 사회 부흥 계기 Vs 집단 행동 의존 심화 반성

2002년 월드컵은 우리 사회가 절정기에 이르는 계기를 보여준 뜻 깊은 축제였으나 국민들로 하여금 쉽게 집단행동을 하는 잘못된 인식을 남겼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왔다. 월드컵 유치 1주년을 맞아 한국교육개발원이 10일 프레스센터 개최한 학술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은 지난해 6월 벌어진 월드컵 열기의 국민적 역동성을 활성화시켜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으나 국민의 참여 열기를 적절하게 받아들이는 정당이나 기구가 발달하지 않아 문제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2002 월드컵에 나타난 국민적 역동성의 이해와 해석’이라는 주제 발표에서 기조강연을 맡은 문용린 서울대 교수는 미국의 심리학자 하워드 가드너의 ‘절정기 사회(Peak society) 이론’을 근거로 “지난해 6월 한반도를 뜨겁게 달구었던 월드컵 열기는 국민의 역동성이 국가와 민족 발전의 절정기에 이르는 계기가 될 수 있었다”며 “우리는 고조된 절정기 사회 기운을 유지, 존속, 활성화시켜야 할 책임을 안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교수는 그러나 “월드컵 열기로 모아진 국민적 동질감과 일체감은 정치권의 이전투구와 사회집단의 이기심 경쟁, 연말 대선을 통해 나타난 지역간 세대간 빈부간 대립구도로 해체되기 시작됐다”고 말했다. 문교수는 특히 “현 시점에서 국민들은 화물연대의 파업과 NEIS를 둘러싼 교육계 갈등, 새만금 간척사업으로 야기된 갈등 등으로 월드컵 기운 상실을 체감하고 있다”며 “지난해 6월 형성되었던 절정기 사회의 조짐이 아깝게도 퇴색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정치학적 관점에서 월드컵의 역동성을 분석한 김영래 아주대 교수는 참여정치 문화의 확산, 국민통합 가능성, 새로운 리더십, 분권이 포함된 글로벌화를 들고 한국의 국제지위 상응도 한 요인으로 분석했다. 한상진 서울대 교수는 사회학적 이해와 해석을 통해 월드컵에서 나타난 국민적 역동성의 의미를 탈인습적 자기인식 세대의 등장으로 집약했다. 토론에 나선 김용호 아주대 교수는 “지난 월드컵이 우리 국민들로 하여금 지나칠 정도로 쉽게 집단행동을 하는 잘못된 인식을 남겼을 가능성이 크다”며 “국민들의 폭발적 참여를 적절하게 받아들이고 해결할 수 있는 정당이나 기구들이 발달하지 못해 국민의 요구가 대통령이나 행정부에 과도하게 부과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교수는 특히 “최근 이익집단이나 시만단체, 공무원 조직 등이 너무 쉽게 집단행동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는 것도 이런 맥락”이라고 경계했다. 역동성을 집단 엑스터시로 설명하는 이훈구 연세대 교수는 단일 민족, 붉은 악마의 매력, 흥분을 고조시키는 응원전을 근거로 들고, 그 이면에는 집단주의 사회의 동조 압력이 일조했다고 분석했다. 반면 김혜숙 아주대 교수는 “우리 국민의 집단적 저력과 역동성을 우리 사회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원동력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민주성과 평등성, 공동체 정신이 수반되는 집단 문화를 장려해야 한다”며 “이러한 의식과 행동을 축제와 재미를 주는 공동 활동의 일환으로 전환시켜 이끌 수 있는 창의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인철 서울대교수도 “월드컵 경험이 우리사회에 정서적 자본의 역할을 할 것”이라며 “이같은 정서적 자본은 우리가 위기상황에 직면했을 때 그 진가를 발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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