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과 열정이 과학 진보 이끌어”

[한국대학신문 정윤희 기자] “과학자의 길이 어렵고 험난해서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오겠지만, 과학에 불가능한 것은 없으니 끝까지 노력하세요. 호기심과 열정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연구를 계속하다보면 과학적 진리에 다가가게 될 것입니다.”

건국대(총장 송희영)는 세계적 진화생물학 권위자인 영국의 피터 레이몬드 그랜트(Peter Raymond Grant)와 그의 부인 바바라 로즈메리 그랜트(Barbara Rosemary Grant) 교수를 초청, 진화생물학에 대한 특강을 진행했다고 27일 밝혔다.

영국 출신의 그랜트 교수 부부는 지난 40년간 매년 갈라파고스제도의 핀치새를 연구하며 환경의 변화에 따라 핀치새의 부리가 어떻게 진화했는지를 포착해 다윈의 자연선택론을 증명하는 등 진화생물학, 생태유전학의 과학적 증거를 제시했다. 이들 부부는 특히 1973년부터 매년 6개월간 갈라파고스제도에서 생활하며 핀치새의 진화를 연구하고 있다.

26일 오후 건국대 산학협동관에서 열린 ’진화의 근원을 찾아서: 갈라파고스 섬 다윈의 핀치에 관한 연구‘ 특강에서 그랜트 교수 부부는 핀치새의 적응방산 양상에 대해 본인들이 직접 연구한 사진 자료와 통계 분석 자료 등을 제시하며 학부생 수준에 맞춰 간결하게 설명했다. 핀치새의 부리 모양을 크게 4개로 분류한 뒤 각 핀치새가 어떤 생활환경을 가지고 있고, 그 생활환경이 어떻게 그러한 부리 모양에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소개했다. 또, 후대 학자들의 장기적인 연구가 꼭 필요하다며 학생들을 격려했다.

두 교수의 소개를 맡은 건국대 정지혜 교수는 “생명과학 분야에서 큰 업적을 이뤄 전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분들이고, 개인적으로도 두 분의 삶을 다루는 책 ‘핀치의 부리’를 읽고 과학자의 길을 걷게 됐다”며 “전공과 관련한 내용뿐만 아니라 두 분이 본인들이 좋아하고 호기심을 갖는 분야의 연구에 몰두하는 모습 자체가 학생들에게 큰 가르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특강에 참여한 김윤정(생명특성학부 2)씨는 “전공서적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전공 학문의 권위자 분들을 만나게 돼서 뜻 깊었다”며 “이제 막 학문을 시작하는 대학 초년생으로 선배 과학자들의 연구 내용과 그 과정에 대한 얘기를 들을 수 있었던 것 자체가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이번 특강은 생명과학특성학부 조경상·정지혜 교수의 초청으로 이뤄졌으며, 국립생태원의 정길상 박사도 초청돼 국립생태원 소개와 그랜트 박사 부부의 연구 업적에 대해 설명했다.

그랜트 교수 부부는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 출간일인 24일에 맞춰 지난 24일 충남 서천군에 위치한 국립생태원에서 개최된 ‘찰스 다윈·그랜트 부부 길’ 명명식을 위해 방한했으며, 건국대 특강에 이어 이화여대에서도 특강을 진행할 예정이다.

국립생태원의 ‘찰스 다윈·그랜트 부부 길’은 다윈과 그랜트 부부에 대한 삶의 자취와 업적을 20개의 테마를 주제로 생태원 내에 2.2㎞ 구간의 숲길로 조성됐다. 길 주변에는 다윈의 비글호 항해기와 진화론에 영향을 끼친 주변 인물들의 사상과 연구 업적, 자연선택설의 계기를 준 갈라파고스제도, 그랜트 부부의 핀치새 연구에 대한 내용과 진화론의 핵심을 그린 생명의 나무 등에 대한 해설판과 상징물이 설치됐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