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신호탄, 대학가 긴장

교육부가 3월 들어 대학 체제개편과 구조조정 유도 방침을 밝힌데 이어 지난 10일에는 미개교 학교법인 중 13개를 공식 퇴출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4월 중 청문회를 거쳐 최종 결론을 내겠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대학가는 자체 해산한 적도 한번 없는 사학법인에 대해 교육부가 강제 퇴출 의지를 새삼 천명한데 대해 부실 사학법인 목조르기가 본격화된 것이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는 지난 2일 교육부가 청와대 업무보고를 통해 국립대 구조조정과 정원 감축, 사립대 인수합병과 한계 법인의 퇴출 경로 마련 등을 내용으로 하는 교육정책 로드맵을 발표하고 3일만인 지난 5일에는 대학 설립 심사 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시행한다고 밝힌데 이어 이번에는 부실 미개교법인 강제 퇴출이란 카드까지 들고 나온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사학법인 관계자들은 최근 진행되는 일련의 정책방향을 놓고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 한편 올해 안에 성안될 사학법인 퇴출을 위한 법제화 과정에 예의주시하겠다는 입장. 그러나 교육당국이 학생 정원과 교수확보율을 연동해 교육여건을 개선한다거나 대학 체질개선이나 구조조정을 통해 교육의 질을 높이겠다는 등의 정책 방향을 세운 것은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멀게는 지난 99년 시작된 두뇌한국 21 사업부터 최근까지 이어져 온 대학 지원사업 대부분이 정원이나 재정지원과 연계해 대학 체질 개선을 유도하고 있기 때문.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미개교법인 퇴출 카드 역시 놀라울 것은 없어 보인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총 25개에 이르는 미개교법인 가운데 강북학원과 독우학원, 동욱재단, 성재학원, 수운학원, 모정학원 등 6개 법인은 법인 소유 재산이 전혀 없고 임원 임기만료 등으로 임원이 없거나 이사 정수의 반이 결원돼 이사회 기능이 정지된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 <표> 또 비인학원과 명진학원, 한산학원은 법인 소유 재산은 있지만 재산이 가압류되거나 법원에 공탁돼 재산권 행사가 제한돼 있고 임원 임기만료 또는 사임으로 이사회 기능이 마비돼 법인 운영이 중단된 상태. 선교학원과 애향숙학원, 경남예술학원 등 3곳은 이사회는 정상 운영되고 있지만 충분한 재산이 없어 학교 설립이 사실상 어렵다는 게 교육부 설명이다. 이처럼 부실 법인이 난립하게 된 배경에 대해 교육부는 지난 1996년 도입된 대학설립준칙주의의 여파로 재산 확보 계획 등에 대한 실현 가능성을 따지지 않고 마구잡이식으로 법인을 설립했다가 IMF나 고교생 감소에 따라 계획대로 실천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교육부는 특히 일부 법인이 대학 설립 계획을 이용, 교수 등으로 채용해주겠다고 속여 돈을 받아 챙기는 등 또 다른 부작용이 생기고 있어 조기 차단이 불가피하다는 입장. 최진명 사학지원과장은 “학령인구는 감소하는데 고등교육기관은 확대돼 교육 여건 부실이 에상된다”며 “대학법인의 경우 경영 부실과 도산 우려도 증폭되는 만큼 공정하고 투명한 인수·합병 유도는 물론 부실사학 해산 절차 마련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결국 3월 들어 시행되고 있는 교육부의 정책 방향이 한계 법인 청산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만큼 교육여건이 부실한 사학법인의 설 자리는 점점 줄어들게 될 전망이다. 그러나 교육부의 잇따른 강공에 우려를 보내는 시각도 있다. 한국대학법인협의회 송영식 사무총장은 “최근 학생 수급의 불균형이 초래되는 것은 준칙주의 도입의 부작용에 따른 것이지만 기존의 대학법인에 대해 퇴출절차를 밟는 문제는 정서가 다르다”며 “입법과정을 지켜보고 차분히 대응하겠다”고 경계의 빛을 감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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