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억 (본지 논설위원, 카이스트 교수)

우리 교육은 큰 전환점에 와 있다. 우리는 고등교육의 확대를 통해 산업, 경제, 사회의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다. 그러나 우리 산업 및 경제는 이제 원천기술 도입과 대규모 투자에 의한 조립위주, 수출위주 성장전략의 한계에 직면해있다. 중국 등 후발국의 추격과 일본 등 선발국의 기술 장벽 사이에 갇혀 있다. 원천기술과 혁신적 비즈니스 모델에 의한 지식 집약적 산업으로의 구조 개선은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했다.

그러나 우리 교육은 아직 이러한 변화에 대응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 대학교육에 대한 만족도는 아주 낮다. 실무능력, 창의성, 문제 정의 및 해결, 커뮤니케이션, 팀웍, 리더십을 갖춘 인재를 요구하고 있으나 대학교육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한 쪽에서는 취업난, 다른 쪽에서는 구인난이라고 아우성이다. 신성장동력의 발굴, 일자리 창출, 기술창업으로 경제를 활성화해야 하지만 경제 체질과 대외 환경이 녹녹하지 않다. OECD 통계에 의하면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자본생산성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즉 투자를 하더라도 노동력보다 지식 집약적 산업에 집중하고 제조 및 서비스 자동화와 정보화로 인해 일자리가 많이 늘지 않는다. 복지혜택은 크게 늘고 있으나 사회적 격차와 갈등, 불만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대학들도 각종 평가의 부담, 서로 다른 기준, 획일화된 평가로 힘들다. 학령인구 감소에 의한 대학 부실화 대책으로 대학 정원이 축소되고 대학 및 학과의 통폐합이 되고 있다. 대학 등록금과 대학 재정의 등록금 의존율은 OECD 최고 수준이며 정부의 재정지원은 최하 수준이다. 등록금은 여론에 떠밀려 동결, 인하되고 있다. 교육의 질을 높이기는 더욱 어려워지고 생존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 지방 대학과 수도권 대학의 격차는 갈수록 커지고 예전의 명문 지방 국립대마저 정원미달과 우수지원자 감소에 힘겨워 하고 있다. 수능시험 등의 공부는 더 많이 하는데 정작 신입생들의 실력은 갈수록 떨어진다고 아우성이다. 교육 정책은 미래 교육을 설계하고 준비하기 보다는 이념적 이슈에 매몰되고 있다. 가히 총체적 난국이다.

거창한 구호나 단편적 미봉책으로 하루아침에 해결될 문제들이 아니다. 긴 안목으로 문제의 본질을 통찰하고 큰 흐름을 보고 나부터 무엇을 실천할지 생각해야 한다. 사람이 바뀌어야 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교육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대학과 교수의 몫이다. 세계 교육은 이미 대량교육 시대를 벗어나 교육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교육의 질은 복잡하고 피상적 개념이 아니라 교육 현장, 즉 수업과 학습에 의해 결정된다. 이제 머리수보다 머릿속이 중요하다. 단편적 지식으로 잘 설계된 문제에 정답만 잘 맞추는 사람보다 문제를 찾고 정의하고 해결하고 문제 자체를 부수고 새로운 틀에서 새로운 문제를 만들 줄 아는 창의적 인재가 필요하다. 시킨 대로 열심히 하는 모범생 보다는 비판적 사고와 토론을 통해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해결책을 찾을 줄 아는 인재가 요구된다. 자기주장만 하지 말고 다른 사람과 소통하여 다양한 의견을 수용, 조정하고 협력하는 팀웍과 리더십이 필요하다. 우수 인재의 기준이 달라져야 한다. 수능 점수, 출신 대학, 평점 위주의 평가와 서열화로는 미래 지식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를 발굴, 육성하기 어렵다. 기능적 편의성에 의한 점수화, 서열화가 객관적, 과학적이라는 미신에서 벗어나야 한다. 다양성을 인정하고 총체적 역량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무엇을 교육하느냐 보다 어떻게 교육하느냐가 관건이다. 즉, 교육 방식을 바꾸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핵심 과제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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