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철 부산외국어대 인도학부 부교수

대학은 지금 역대 최대 수준의 구조조정을 진행 중에 있다. 구조조정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입학자원 부족에 의한 정원축소인 양적 조정을 의미하지만 여기에서 대학들의 구조조정은 양적 조정뿐만이 아니라 학문분야의 조정까지 확대된 형태이다. 따라서 향후 우리 대학의 미래는 현재의 구조조정의 방향과 성과에 의해 결정될 것으로 판단된다.

현재 대학들의 구조조정에서 핵심어는 두 개다. ‘정원축소’와 ‘융·복합’이다. 대학입학자원이 부족으로 인하여 3단계에 걸쳐 16만명의 정원을 축소하려는 정책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러한 정책은 학문의 융복합과 같이 이행되고 있는 것이다. 과연 현재의 취업을 염두에 둔 융복합 교육이 대학 교육의 본질인가, 오히려 이러한 정책이 학문의 범위와 종류를 축소시키는 것이 아닌가.

실제 프라임사업은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사회 변화와 산업 수요에 맞는 합리적인 교육과정의 개편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새로운 학과 신설, 학과 증원 및 폐지 또는 감축, 학문간 융복합이 포함되어 있다. 코어사업에도 인문학과 경영, 디자인, IT, CT 등 다양한 실용학문을 융합하여 사회수요에 맞는 전문인력 양성 체제로의 학과 개편과 같은 사업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제도주의 경제학파의 창시자 소스타인 베블린은 대학의 본질은 지식의 영역을 보존하고 확장하는 것이며, 그 지식의 발생과 성장은 ‘한가한 호기심(Idle curiosity)’과 ‘제작본능(instinct of workmanship)’에 의해서 만들어진다고 주장하였다. 즉 인간 본성에 의해서 충동적인 독창력과 성향에 의해서 회득한 지식을 궁극적으로 무엇가를 위해 사용할 의도 없이 사물에 대한 지식을 취득함으로써 즉 한가한 호기심이 지식을 만들고 이로부터 획득한 지식을 ’제작 본능‘으로 하여금 실용적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이것이 진정한 융복합의 근본이다. 그런데 대학은 본질적으로 이 ’한가한 호기심‘을 추구하는 곳이다. 실용성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지식을 추구하고 보존하는 것이 대학의 본질인 것이다. 이에 비춰보면 취업을 염두에 둔 융복합 교육 확대는 대학의 갖는 진리의 탐구라는 범위를 완전하게 벗어난다.

대학의 본질이 융합이던 복합이던 한 연구자자 다수의 전공영역을 갖는 것이 아니라 자기분야의 연구를 살찌우기 위해 부단히 다른 학문의 성과를 활용하고 기존의 질서를 벗어나 새로운 방향과 방식을 창출할 때만이 의미가 있게 된다. 지식의 추구와 취업 준비라는 양쪽의 목표가 어떤 방식에 의해 양립이 가능하다고 믿게 되면 두 목표는 혼란에 빠지게 된다. 실용적 기술학교나 전문대학원과 같이 그 목적과 원동력이 ’실용성‘에 있다면 과학자와 학자가 관심을 갖는 지식의 추구는 전혀 ’실용적‘이지 않다. 지식이 한가로운 호기심이라면 실용성은 세속적 지혜이다. 따라서 두 개는 분리되어야 한다.

취업만을 향한 대학의 구조조정이 이루어지게 된다면 대학에는 비즈니스, 컴퓨터 과학, 공학 전공만이 남으면 되는 기이한 현상이 일어날 것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어떻게 창의력 있는 인재를 육성할 수 있는지가 궁금하다.

이제 정부는 간섭보다는 오히려 대학들로 하여금 학문과 지리의 추구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정책들을 만들 때이다. 더욱이 현재의 사회적 수요는 지속적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 그 바뀌는 시기는 산업의 고도화되면서 더욱 짧아지고 있다. 현재의 것만 좇는다면 실용에 기반을 둔 그 학문은 곧 필요가 없게 된다. 그러면 미래에 성장과 발전을 담보할 수 있는 지식이 남아 있는지에 대한 점을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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