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호(본지 논설위원/연성대학 교수)

교육부가 2016년 업무계획을 통하여 밝힌 5대 핵심전략의 하나인 ‘사회가 원하는 인재를 길러내겠습니다’의 세부과제로서 제시된 ‘사회수요에 부응하는 대학교육 개편’, ‘산학일체형 도제학교 확대·개편’, ‘선취업·후진학 지원 확대’ 등은 직업교육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키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기실 이러한 혁신 아젠다(agenda)가 갑자기 등장한 것은 아니다. ‘국가직무능력표준(NCS) 기반의 교육과정 개편’을 통한 직업교육의 현장성 강화, ‘산학일체형 도제학교’와 ‘고교-전문대 통합교육 육성사업(Uni-Tech)’로 대표되는 재학생 단계 일학습병행의 확산 등 직업교육 패러다임의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이러한 변화들 중 하나로 직업교육 관점에서의 ‘사회수요에 부응하는 대학교육 개편’에 논의의 초점을 맞춰보고자 한다.

대학의 직업교육에 대한 가장 큰 비판 지점은 ‘직무미스매치’이다. 즉, 대학에서 배운 내용과 산업현장의 직무와의 괴리가 크다는 것이다. 기업의 신입사원 재교육비용은 연간 13조원 이상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연간 사교육비용 20조원에 견주어도 상당한 규모이다. NCS, 일학습병행 등을 통한 직업교육의 현장성 강화는 이러한 직무미스매치 문제를 풀기 위한 유력한 수단으로 강조되고 있다. 그 가운데에서도 사회맞춤형 교육은 기업과 사회의 수요를 대학이 직접 수용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유용한 접근 방법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러한 접근을 어떻게 이루어낼 것인가이다. 해외 직업교육의 선진 사례들을 보면, 기업이 주도하여 문제를 풀고자하는 경우가 많다. 즉, 기업이 인재양성을 미래에 대한 투자 개념으로 생각하고 직업교육기관과 협업하여 조기 인재양성에 힘을 쓴다. 독일·스위스의 기업주도 도제교육(company-based education of apprentices)은 산업혁명 시대의 길드(guild) 조직을 모태로 200여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작년에 우리나라가 시작한 유니테크의 모델이 된 미국의 P-TECH은 IBM이 주도하고 뉴욕시교육청과 지역교육기관(고교, 대학)이 참여하여 운영되고 있다.

아쉽게도 우리나라의 기업문화는 인재양성에 대한 투자에 인색한 편이다. 몇몇 대기업을 중심으로 인재양성에 대한 투자를 활성화하고 있으나, 여전히 많은 기업들이 인재양성은 교육기관의 몫으로 생각하며, 직무미스매치는 교육기관의 잘못에 기인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그렇다고 이러한 기업문화를 탓하면서 기업의 인재양성에 대한 인식변화만을 무작정 기다리는 것은 수주대토(守株待兎)에 다름 아닐 것이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정부의 효과적인 정책수단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사회맞춤형 직업교육이라는 정책 아젠다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로 보인다. 4년제 일반대학을 대상으로 한 PRIME, CORE, 평생교육단과대학 등의 사회맞춤형 인재양성사업이 올해 시작된다. 이러한 사업들이 직업교육 영역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지만 고등직업교육 영역을 포함하고 있는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다. 그런데, 정작 고등직업교육 중심기관인 전문대학을 대상으로 한 사회맞춤형 인재양성 정책은 눈에 잘 보이질 않는다. 취업약정형 주문식교육, 인재매칭 사업 등 각개약진을 통하여 경험과 노하우를 다진 전문대학을 대상으로 정부차원에서 전국단위의 사회맞춤형 인재양성 정책을 시행한다면, 정책 수혜의 범위를 넓히면서도 시행착오를 줄이고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일거양득(一擧兩得)이 될 것으로 믿는다.

지난 1월 27일 전문대교협 정기총회에서 이준식 사회부총리는 축사를 통해 “더욱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맞춤형 주문식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적극 돕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국가사회가 필요로 하는 전문직업인 양성은 전문대학의 본질적인 사명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사회맞춤형 인재양성은 전문대학에 주어진 시대적 과제임에 틀림없다. 부총리가 밝힌 의지에 걸 맞는 예산지원, 제도개선, 참여주체에 대한 인센티브 부여 등 다양한 정책수단 개발을 통하여, 의미 있는 사업이 탄생하기를 기대해 본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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