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투자진흥회의서 대학 해외진출 활성화 대책 발표

정부 대학가 요구 수렴…1+3 폐쇄대학은 ‘만감’

[한국대학신문 이연희·김소연 기자] 올해 국내대학의 해외 캠퍼스 설치가 허용되고 이에 대한 설립기준이 마련된다. 또 해외대학과 연계한 학점 인정범위를 늘려 국내대학의 학위수여 요건도 완화된다. 정부가 이처럼 고등교육 분야 해외 진출 및 투자 활성화 대책을 추진하자 대학가에서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지난 17일 정부는 대통령 주재 9차 무역투자진흥회의를 열고 대학의 해외진출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해외캠퍼스 허용과 한국사학진흥재단의 사전컨설팅 폐지를 통해 국내대학의 해외진출을 촉진시킬 계획이다.

■ 해외 캠퍼스 설립 실효 확대되나 = 교육부는 오는 8월 대학설립·운영규정 개정을 통해 국내 대학의 위치변경 인가범위를 '국내'에서 '국내 또는 국외'로 확대할 계획이다. 해외캠퍼스 허용과 사전컨설팅 폐지를 위한 ‘대학설립・운영규정’ 개정 및 ‘국외분교 설립 심의 기준 등에 관한 고시’를 개정한다.

지금까지는 대학이 해외에 캠퍼스를 설립할 때 국내법과 현지국가의 법령이 달라 어려움을 겪어 왔다. 해외에 진출하려면 대학의 교비회계 반출이 불가능하며, 해당 국가의 호의적인 사업 추진 정책 등이 없다면 쉽게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국내 대학이 해외에 진출할 시 국내 대학 총장 명의의 학위를 줄 수 없어 고등교육법상 정부의 인가를 받은 시설 내 교육에 대한 학위 수여만 가능했다. 이로 인해 대학가에서는 실제 해외 캠퍼스를 설립하고 해외에 진출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많았다.(본지 기사 '고등교육 수출 가로막는 유리천장의 실체' 참조)

한국사학진흥재단의 사전컨설팅도 폐지된다. 사전컨설팅은 교육부 인가 신청 전 단계로서 해외진출 시 교육과정, 소요자금 조달, 관리운영 등을 다뤄왔다. 그러나 현지국가의 대학 설립인가 후 컨설팅을 받으면서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대학가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특히 인하대는 한국과 우즈베키스탄 양국 정상간 합의한 교육 협력사업으로 지난해 10월 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켄트에 타슈켄트 인하대(IUT)를 개교했다. 최순자 인하대 총장은 무역투자진흥회의에 참석해 IUT를 유치하고 운영하면서 겪은 점을 전달했다.

이승걸 IUT 단장은 “실제 1년 넘게 IUT를 꾸려오면서 겪었던 어려움 등을 교육부 관계자들과 만나 이야기 했다”면서 “무역 확대 속에 ‘교육 수출’이 포함돼 긍정적으로 본다. 그동안 해외대학이 국내에 들어올 때 관련 법안은 있지만, 고등교육법상 우리나라 대학이 해외에 나가는 것은 법은 있지만 실효성이 떨어졌다. 이번 투자활성화 대책으로 사업이 완만하게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 1+3 교육과정 운영 가능…대학가 ‘환영’ ‘아쉬움’ 섞여 = 이번 회의에서 정부는 외국대학과의 공동 학위운영 과정의 활성화 방안도 내놨다. 국내대학 학위 수여를 위해 외국대학에서 이수한 학점의 인정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

그동안 국내에서 졸업학점의 2분의 1 이상 이수해야 국내 대학 학위를 줄 수 있도록 돼 있다. 국내 대학에서 2년을 다녀야 학사학위 수여가 가능했으나 국내에서 대학을 1년만 다니고 해외 대학을 3년 다녀도 국내대학 학위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정부는 국내외 교육과정 공동운영에 대한 우수사례를 배포하고 해외진출 추진 대학에 맞춤형 컨설팅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대학에서는 실제 지난 2010~2012년 중앙대, 한국외대, 한양대, 경희대, 서울교대 등은 1+3 국제 전형을 운영하다 교육부의 폐쇄통보를 받았기 때문에 한숨도 나온다. 해당 대학들은 국내에서 교양, 영어과정을 1년간 이수하고 국제교류 협정을 맺은 외국 대학의 2학년으로 진학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해 인기를 끌고 수익도 얻었으나 부실교육 우려가 제기되면서 폐지된 바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지난해에 이어 대학의 숨통을 틔워주는 규제 완화 조치”라며 “1+3 국제 전형의 경우 당시 법 개정을 하면 해결될 수 있었던 것은 맞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완화되니 법 내에서 질 좋은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경성 서울교대 총장은 “글로벌 시대에 맞춰 해외 진출을 활성화하는 시의적절한 조치라고 볼 수 있다”면서 “당시 서울교대는 학생들을 엄격하게 심사해 능력이 되는 학생만 해외로 보내 많은 학생들이 졸업을 했다. 외화 낭비도 줄이고, 무분별한 조기 유학을 줄이는 효과도 거뒀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아무리 좋은 대책이라도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단순히 규제를 완화해서 대학들이 돈벌이 수단으로 부실하게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하게 되면 부작용이 생긴다. 제한 장치를 제도화하고 보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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