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설립재단 변경과 교원 인사 둘러싸고 이사장-교수 갈등

[한국대학신문 송보배 기자] KC대학이 쑥대밭이다. 대학 본관에는 17일 현재 전임 총장인 임성택 교수가 9일째 단식 농성을 하고 있다. 김진건 이사장이 일방적으로 정관을 변경해 학교 설립자를 바꾸려 시도하는 한편 비판적인 교수들을 의도적으로 재임용에서 탈락시켰다는 주장이다. 사실이라면 심각한 전횡이다. 새 학기를 맞았지만 대학의 분위기는 뒤숭숭하기만 하다.

지난 15일 KC대학을 찾았다. 임성택 교수는 본관 1층에 자리를 깔고 누워있었다. 머리맡에는 단식 7일째라는 글자가 선명했다. 농성 자리 앞은 교무처장실, 옆은 총장실이 위치하고 있었다. 기자라고 밝히고 인터뷰를 청하자 임 교수는 힘겹게 자리를 일으켰다. 누적된 피로 때문인지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목소리는 작았다. 한 뼘 거리까지 다가가 귀를 기울여야 했다.

“교육현장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사장이 일방적으로 설립주체를 변경하고 교원들의 교권을 무시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잡힐 때까지 단식 농성을 계속할 생각입니다”고 말했다.

연식 물로 목을 축이는 그는 오래 앉아있으면 어지럽다 했다. 인터뷰가 끝나자 학생 몇이 다가가 임 교수의 손을 잡았다.

▲ 임성택 KC대학 전임총장은 대학본관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을 하고 있다. 그는 설립재단 변경과 교원인사가 현 이사장과 대학본부의 전횡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15일 단식 7일째를 맞는 임 전임총장의 얼굴이 초췌하다. 사진 = 송보배 기자.

“직전에 총장까지 하신 분이 교직원들이 있는 본관에서 단식 농성을 하는 마음이 어떻겠습니까”

정남수 교수평의회장은 단식 농성을 보는 마음이 참담하다고 했다. 정 교수평의회장 등에 따르면 김진건 이사장은 지난달 24일 이사회의에서 학교법인인 한국그리스도의 교회학원을 미국 테네시주에 있는 오토크릭(Otter Creek)교회재단으로 변경하는 안을 상정했다. 학교법인 정관 1조에 학교법인이 오토크릭교회재단에 의해 설립됐다는 내용을 삽입하고, 25조에는 학교법인 기본재산의 100%를 출연한 설립재단인 오토크릭교회재단은 이사의 정수 3분의 1 이상을 파송한다는 신설조항을 넣었다.

김진건 이사장은 미국재단과 협력하면 그만큼 학교에 힘이 된다는 취지의 인터뷰를 한 매체를 통해 밝혔다.

하지만 KC대학은 최수열 선교사가 미국 내 여러 교회에서 모금해 설립했고, 그중 오토크릭교회의 헌금액은  전체의 3.3%에 불과하다는 것이 교수평의원회 등의 반박이다. 이러한 사실이 ‘스톤-캠벨 운동 대사전’ ‘한국선교보고서’ 등에서 이미 역사로 기록돼 있다는 것이다.

교원 인사도 보복성으로 이뤄졌다고 한다. 최근 이 대학에서는 교원 4명이 재임용 탈락됐다. 정년트랙 교수 3명도 여기 포함됐다. KC대학은 기초심사에서 70점 미만일 경우 재임용 되지 않는다.

이상한 것은 재임용에서 탈락한 교수들의 평가점수다. 총 3명의 기초심사위원 중 유독 한 심사위원만 임성택, 마주리 교수에게 20~40점대의 낮은 점수를 줬다. 다른 두 심사위원은 80~90점대의 점수를 준 것과 대조된다. 마주리 교수는 단독저서와 공저 등 저술이 있음에도 해당 항목에서 0점 처리를 받았다. 결국 두 교수는 69점대의 평가점수를 받아 재임용 평가 기준에 미달됐다.

또 다른 재임용 탈락자인 이 모 교수는 재임용대상자로 분류됐지만 이사회가 재임용탈락을 결정했다. 교수업적평가서를 늦게 제출했다는 이유였다. 이 대학 교수평의원회에 따르면 이 교수는 마감시한 하루 전인 1월 19일에 이미 서류를 제출했다.

정남수 평의회장은 “재임용에서 탈락한 교수들은 모두 교수평의원회에서 활동했다. 이사장에 비판적인 평의원회 교수들에게 보복성 징계를 내린 것이란 의혹이 든다”고 말했다.

이같은 의혹에 대해 김진건 이사장은 현재 미국에 있어 입장을 듣기 어려웠다. 대신해 김희봉 총장직무대리가 17일 본지에 입장을 밝혔다.

김 총장직무대리는 설립재단의 변경은 2011년 교수평의원회가 먼저 주장한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김 총장직대가 제시한 교수평의원회의 정관변경동의서에는 ‘오토크릭교회재단이 학교설립재단이며, 학교설립재산 100%를 기증한 것을 명시하고 이사 역시 오토크릭교회재단의 승인을 받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의 내용이 기재돼 있다.

교원인사와 관련해서는 “순전히 행정적으로 처리했다”며 “기초심사는 심사자가 정성적으로 평가하게 돼있다. 무조건 점수를 잘 준 심사자의 평가내용이 공정하고, 나쁜 점수를 준 내용은 부당하다는 논리는 성립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서류미제출을 이유로 탈락한 이 모 교수와 관련 “대학이 요구한 신원조회동의서를 최종시한까지 거부하고 교수업적평가서만을 제출했다”고 주장했다. 대학본부는 당초 교수들에게 범죄경력확인서 제출을 요구했지만 교수들은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며 반발, 대학본부는 이에 범죄경력확인서 제출을 취소하고 신원조회동의서 제출을 요구해왔다.

재임용 탈락 교수 중 2명은 현재 재임용 탈락과정에 반발, 민사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 학생들을 달래기 위해 김희봉 총장직대는 지난 15일 “법인이사회와 대학본부가 진정으로 대학발전에 진력하고자 하오니 학생들은 학교를 믿고 학업에 매진해 주길 바란다”는 글을 학교 홈페이지에 띄웠다. 진정으로 대학발전에 진력하기 위한 개혁과정인지 아니면 이사장의 심각한 전횡인지, 진실공방이 법정공방으로 이어지면서 KC대학의 분규는 장기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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