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0.5점·서강대 1점·연세대 5점·이화여대 4점…다른 대학들 눈치 보기

고2 “어느 장단에 맞춰 준비해야” … 교육부 “대학 자율권” 뒷짐

▲ 2018학년도 수능영어 절대평가제 도입을 합두고 대학가가 술렁이고 있다.제각기 다른 점수차를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사진 = 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손현경 기자]  2018학년 수능 영어 절대평가제 도입을 앞두고 대학가가 혼란스럽다. 절대 평가로 바뀐 영어의 등급 반영방법과 관련해 눈치 싸움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대학들은 하나 둘씩 서로 다른 입시안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등급 간 점수 차나 점수 산정 방법이 대학마다 달라 수험생의 혼란이 커질 수 있다.

최근 서울대는 0.5점이란 극히 적은 등급 간 점수 차를 부여했다. 1등급과 9등급의 점수 차가 4점에 불과하다. 영어 비중을 대폭 줄이고 국어, 수학, 탐구영역 실력으로 학생을 뽑겠다는 설명이다. ‘영어 무력화’라는 지적도 있지만 영어 사교육을 줄이겠다는 정부의 정책 취지에는 가장 잘 들어맞는 입학전형안이다.

하지만 이화여대와 연세대는 서울대와는 정반대의 방향을 택했다.

이화여대는 2018학년도 입학전형안을 28일 확정했다. 남궁곤 입학처장은 “영어 등급 간 점수차는 편의상 100점 만점으로 환산하면 등급 간 점수 차는 4점인 셈이다. 250점(만점) 기준에서는 등급 간 점수 차는 10점이다"라고 밝혔다.  최고 1등급과 최하 9등급 간 점수 차는 80점이다. 수능 영어는 1등급 만점은 250점, 2등급 240점, 3등급 230점의 변환점수를 주기로 했다.

연세대는 이화여대보다 등급 간 점수 차가 크다. 1등급의 변환점수는 100점이고 2등급은 95점이다. 3등급인 87.5점부터는 80점대로 크게 떨어진다. 최하 9등급은 변환점수가 5점에 불과해 1등급과 무려 95점 차가 난다. 1~ 2점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최상위권 입시에서 4~5점의 점수 차는 당락을 좌우할 만큼 크다.

두 대학의 입시안을 분석한 입시학원가에서는 “영어에서 한 문제라도 틀리면 사실상 두 대학은 합격이 어렵다고 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때문에 연세대와 이화여대 같은 등급 간 점수 차가 큰 대학에 지원하려는 학생은 영어학원이나 과외로 몰릴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다른 대학들은 고민을 하거나 눈치싸움에 들어갔다. 이들은 31일까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입시안을 제출해야한다.

서강대는 영어 등급 간 1점씩 균등 차감하기로 했다. 고려대는 등급 간 점수 차를 3점으로 하는 방안을, 한양대는 1등급 100점, 2등급 98점, 3등급 94점, 4등급 88점식으로 매기는 안을 고려중이다.

경희대를 비롯한 그 외 대부분의 대학은 다른 대학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서울의 한 사립대 입학처장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라며 “아마도 우리 대학을 포함한 다른 대학들 대부분 등급 간에 3~ 4점정도 차이를 부여하는 선에서 정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정작 숙제를 대학들에게 떠넘기고 있는 상황이다.

김정연 교육부 대입제도과장은 “2018학년도 수능에서 영어 등급을 어떻게 환산하고 반영비율을 책정할 것인지는 대학들도 아직 가보지 않은 길이라 나름대로 예측하면서 반영비율과 환산점수를 결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학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이어 ”교육부는 대학들이 어떻게 결정하는지 주시하고 있다“면서 ”수능 영어의 변별력이 완전히 무력화 하거나 등급 책정 방식에 따라 과도한 사교육 부담이 발생하지 않도록 적절한 균형을 찾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2018영어 절대평가는 2018학년도 수능부터 영어 과목에만 적용되는 새로운 점수 체계다. 2017년도 까지는 대학에 표준점수, 백분위, 등급을 제공해 전형을 운영하도록 했지만, 2018년도부터는 표준점수, 백분위를 제공하지 않는다. 즉 지금까지는 상위 4%의 수험생은 1등급, 그 아래 7%는 2등급 식의 상대평가였지만 2018학년도부터는 90점 이상은 1등급, 80점 이상은 2등급 식의 절대평가로 바뀔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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