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실습 학생 수 2배 증가 등 가시적 성과 창출… 자율성 확대 등 과제

# 방음판을 제작하는 B중소기업은 친환경 기술 개발이 고민이었다. 방음판의 섬유질 흡음재가 노후화되면 환경오염을 유발했기 때문이다. B기업은 산학협력을 맺은 서울과기대에 기술개발을 지원, 흡음재를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공명 방음판을 개발할 수 있었다. 대학으로부터 기술이전을 받은 후 B기업 매출은 4년간 150% 증가했다.

[한국대학신문 송보배 기자] 산학협력 선도대학(LINC) 육성사업이 5년째 접어들면서 대학들의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다. 중소기업의 해외 판로를 개척하는가 하면, 애로기술 해결에도 두각을 드러낸다. 교육부는 후속사업으로 Post-LINC사업을 도입할 예정이다. 반환점을 돈 LINC사업의 성과와 향후 과제를 짚어본다.

■ 현장실습 학생 2배 이상 증가, 대학의 체질 개선은 현재형 = 지난 2012년부터 추진된 LINC사업의 성과는 수치상으로 분명하게 드러난다.

지난해 12월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현장실습 학생 수는 사업개시 전인 2012년 2월 1만1630명에서 2단계 LINC사업이 추진된 2015년 2월 3만5757명으로 2배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캡스톤디자인 이수학생 수는 4만2170명에서 8만1858명으로, 산업체수요맞춤형 교육과정은 670건에서 1650건으로, 산학협력 가족회사 수는 2만3620개에서 4만8992개로, 기술이전 계약건수는 603건에서 2000건으로 증가했다.

대학의 체질을 산업수요맞춤형으로 개선하는 소기 목적을 달성한 것이다. 영남대 산학협력단 관계자는 “LINC사업에 대해 성공적으로 본다. 특히 대학의 교육부문은 안정기에 접어들었다”고 밝혔다.

한양대 ERICA캠퍼스 한 관계자는 “LINC사업을 통해 학생의 취업역량이 향상되고, 기업의 기술력 향상에도 크게 도움이 됐다”며 “현장실습 프로그램 참여한 학생들의 취업률이 다른 학생들보다 15~20% 포인트 높게 나타났으며, 신생기업에 상용화기술을 제공해 매출향상에 크게 기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 기업 기술력 견인 등 과제도 산적 = 기술이전과 백화점식 사업지표의 개선 등은 숙제로 남는다.

대학의 기술이전 성과는 지난 2014년 기준 500여 건으로 스탠포드대 1곳보다 적다.

남태현 경상대 교수는 지난 1월 국회토론회에서 “국내 대학의 기술이전 전담 조직이 대부분 산학협력단 하부 팀 형태인데다, 인력도 대부분 계약직”이라며 “기술이전 조직의 고도화, 인력의 전문화를 꾀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백화점식 지표도 숙제로 남는다. 기존 광역권선도산업 인재양성사업, 산학협력중심대학사업, 지역거점연구단사업을 통합해 LINC사업을 만들면서 LINC사업 지표는 22개에 달해 과도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사업의 정체성을 살리지 못할뿐더러 대학의 상황에 맞는 자율적인 산학협력을 추진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편 후속 사업인 Post-LINC사업은 아직 윤곽이 드러나지 않은 상태다. 지난 7일 교육부 관계자는 “의견수렴 중이다. 탑-다운(Top-down)보다는 바텀-업(Bottom-up)을 지향하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Post-LINC 사업은 인문사회계열과 대학원까지 확대하는 방향이 될 공산이 크다. 

대학들은 Post-LINC사업에서는 학생주도의 활동이 보다 강화되는 한편 기업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동훈 서울과기대 LINC사업단장은 “향후 사업에서는 학생이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학생중심프로그램이 보다 많이 만들어져야 한다. 학생들이 스스로 적성을 찾고 현장감각을 기르기 위해서는 대학 저학년 때부터 현장실습을 활발히 나갈 수 있어야 한다. 또 현재 많은 기업이 대학 산학협력을 모르고 있는데 학생중심프로그램을 확대하면 그러한 문제도 자연히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익 군산대 LINC사업단장은 “Post-LINC에서는 기업이 대학과 협력을 통해 자체적으로 기술력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성해야 한다”며 “현재 중소기업은 여건이 어렵다보니 대학에서 애로기술을 해결해 주겠다고 이야기를 해도, 기업에 필요한 기술이 뭔지 파악조차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조언했다.

<BOX> 산학협력의 진화? 기업중심 산학협력 시도 나타나

최근 대학의 산학협력은 ‘산’ 중심으로 이동하는 경향성이 나타나고 있다. 가족기업협의체를 구성하고 이를 구심점으로 산학협력을 추진하는 대학들이 등장하고 있다. 

한국산업기술대는 20개 회원기업으로 구성된 고부가 PCB 산학협력협의체와 함께 기업관점의 산학협력을 추진한다. 

고부가 PCB 산학협력협의체는 10건의 기술교류회와 연계 현장실습, 애로기술 기업지원 4건 등을 실시했다. 그 결과 PCB 금도금 두께 측정 자동화 검사장비 국산화, PCB 물류 자동화를 통한 작업속도 향상(기존 수작업 대비 2배) 등 성과를 냈다. 장비를 국산화해 수입 대체효과를 낸 것이다.

서울과기대도 공간적으로 흩어진 서울 동북권 소재 기업들을 모아 서울동북권K-밸리협의회로 집약하고, 기업협의회 중심의 산학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4월부터 총 6회의 협의회를 통해 대학은 14건의 국내‧외 전시회, 19개 가족회사의 23개 작품지원, 기술컨설팅 지원을 진행했다.

이동훈 서울과기대 LINC사업단장은 “기존 교수 주도의 산학협력은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단점이 있었다. 기업들과 소통을 원활히 하기 위해 기업협의체 중심의 산학협력을 시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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